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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학생] University of Idaho ALCP 프로그램 : 17주차 - 다양한 경험 기록

샤프펜슬s 2022. 12. 21. 12:33

0. 들어가며

 이번 주는 University of Idaho에서 보내는 마지막 주입니다. 한국으로 돌아가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복잡한 기분이 가슴속을 휘저어놓았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면 지금보다도 더욱 편안하게 쉴 수도 있고 맛있는 한국 음식도 많이 먹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더 오래 머물면서 새로운 경험도 많이 하고, 영어도 더 오래 공부하고 싶습니다. 이러한 제 기분을 일본인 친구들에게 털어놓으니, 그들도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 학기를 더 머물러야 하는 한 일본인 친구를 제외하면요. 그 친구를 보면서 저는 역시 맛있는 음식이든 즐거운 경험이든 약간 부족하게 즐겨야 그 맛이 더 살아나는 것인가 하면서 가만히 생각에 잠겼습니다.

 

 아무튼 복잡한 생각들은 모두 차치하고, 이곳에서 끝내야 할 일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습니다. 이번 경험 기록에서는 아이다호 대학에서의 생활을 어떻게 마무리했는지를 중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될 것 같네요.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1. Late-Night Breakfast (12월 12일)

 

Late-Night Breakfast 대기줄. 내가 도착했을 때는 사람 한 명 없이 매우 한산했다.

 

 12월 12일, Grammer와 Speaking 기말시험을 마친 후 마지막 Listening 기말시험을 준비하던 날 저녁이었습니다. 저는 Late-Night Breakfast 이벤트가 무료로 개최된다는 소식을 이메일로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주간 행사 일정을 알려주는 이메일에서는 행사 개최 장소를 단순히 'Eatery'라고만 표시해주어서 조금 혼란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다른 이메일에서 'in the Eatery in the Wallace Residence Center on the Moscow campus'라고 적혀있는 것을 보고서야 겨우 저희가 식사를 위해 방문했던 그 장소의 이름이 'Eatery'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Late-Night Breakfast 이벤트는 오후 8시부터 11시까지 개최되었으며, 모든 학생들은 밀 플랜을 소모하지 않고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메뉴는 일반적인 미국 아침식사의 느낌이었다. 베이컨과 팬케이크, 그리고 스크램블 에그와 펍스.

 

 저녁 8시까지 식사를 굶은 후에 기대를 잔뜩 안고 찾아간 카페테리아에는 생각보다 음식이 많이 적었습니다. 베이컨과 스크램블 에그, 그리고 펍스와 팬케이크까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미국의 아침식사 같은 느낌이 강했습니다. 그제야 왜 이번 행사 이름이 Late-Night Breakfast인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카페테리아에는 늦은 시간임에도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리에 앉아서 식사를 즐기고 있었으며, 음악 소리와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뒤섞여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배가 고팠던 저는 일단 가장 가까운 곳으로 가서 서둘러 음식을 받고 아무 자리로 가서 앉았습니다. 음식은 생각보다 맛있었습니다.

 

아이다호 대학 굿즈 응모 후 받은 스티커. 캐리어에 잘 붙여놓았다.

 

 저는 세 접시를 연달아 먹어서 겨우 포만감을 채운 뒤에야 겨우 주변 상황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오후 10시를 향해 달려가면서 점점 카페테리아 좌석도 군데군데가 비어가기 시작했고, 꽤 혼란했던 식당 내부도 꽤 한산해졌습니다. 충분하게 식사를 즐겼다고 생각한 저는 비어있는 좌석 아무 곳에나 앉아서 음료수를 마셨습니다. 오랜 집중으로 피곤해진 머리를 조금 쉬기 위해서 여유를 즐기던 중, 식당 저 안쪽에서 작은 부스 하나가 열린 것을 발견했습니다. 저는 음료수가 든 컵을 들고서 그곳으로 가 무얼 하는 곳인지를 물어보았습니다.

 

 부스에 앉아 있던 분께서는 아이다호 대학 굿즈를 응모하는 곳이라고 대답해 주었습니다. 이름과 전화번호, 그리고 이메일 주소를 작성한 뒤 종이를 접어서 바구니 속에 넣으면 되는 아주 간단한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추첨 시간인 오후 11시까지 머물 필요가 없으며 나중에 당첨이 된다면 따로 연락을 해준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일말의 고민 없이 바로 아이다호 대학교 굿즈를 응모했고, 그 대가로 아이다호 스티커를 받았습니다. 스티커는 귀엽지는 않았지만 아이다호 대학교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굿즈라서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래서 기숙사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제 캐리어 로고 옆에 아이다호 대학교 스티커를 붙여서 장식해 두었습니다. 아이다호 굿즈 응모에는 당첨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2. 종강 파티 (12월 14일)

 

오전 10시부터 부랴부랴 조립한 감자샐러드샌드위치.

 

 12월 13일, Listening 시험을 마지막으로 모든 기말평가가 종료되었습니다. 그리고 12월 14일 오전 11시부터 ALCP 프로그램의 종료를 기념하는 작은 파티가 열렸습니다. 파티에 참가하는 사람들 누구나 음식을 가져와도 된다고 하기에 무엇을 가져갈지 고민하던 중, 간단하게 먹을 수 있으면서도 부담 없이 만들 수 있는 감자 샐러드 샌드위치로 결정했습니다. 이를 위해 저는 12월 13일 전날 오후 10시, 당근과 양파, 감자, 그리고 달걀을 다져서 한 곳에 섞고 여러 소스를 조합해서 감자 샐러드를 미리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당일 종강파티 시작 1시간 전에 샌드위치를 만들었습니다. 샌드위치를 만들 때 얇게 썬 햄도 넣고 싶었지만, 여러 나라의 문화를 고려해서 고기를 아예 넣지 않았습니다. 요리는 생각보다 오래 걸렸지만, 다 만들고 보니 꽤 만족스러운 모양새가 나와서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종강 파티에 차려진 수많은 음식들.

 

 파티장 안에는 제가 가져온 음식 외에도 교수님 및 몇몇 학생들이 음식을 가져와주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온 한 학생의 튀김요리, 소보로 같은 빵과 크리스마스 머핀, 그리고 한국인 교수님께서 가져오신 약간의 한국 과자였습니다. 여러 사람이 가져온 음식을 책상 위에 나열해두니 널찍한 책상이 가득 차보였습니다. 모든 ALCP 프로그램의 학생들이 모이기를 기다린 후 오전 11시 20분에 드디어 기나긴 ALCP 프로그램의 마지막이 시작되었습니다.

 

ALCP 프로그램 수료 인증서

 

 먼저 크리스틴은 각 학생들에게 받은 몇몇 소감과 추억이 담긴 사진 몇 장을 PPT로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ALCP 프로그램을 무사히 이수했음을 나타내는 증명서를 건네주었습니다. 종강파티를 하기 전까지는 별 느낌이 없었는데, 증명서를 받으니 비로소 미국에서의 모든 일정이 마무리된다는 사실이 실감 났습니다. 모든 ALCP 프로그램 참여 학생들에게 증명서가 배부된 후 남은 시간에는 넓은 책상 위에 차려진 음식을 먹으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가졌습니다.

 

 저는 각 교수님들께 찾아가 귀국 이후 어떻게 영어를 공부해야 하는지를 물었습니다. 먼저 작문 교수님께서는 제게 많이 읽고, 그들이 사용한 표현을 따로 기록한 뒤 해당 표현을 직접 사용해보면서 영어실력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지난 한 학기 동안 작문 실력이 많이 늘었지만, 이를 유지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말씀을 덧붙이셨습니다. 회화 교수님께서는 여러 가지 영어 영상들을 영어 자막을 틀어놓고 자주 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단어와 발음을 한 번에 체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영어로 대화가 가능한 다른 사람들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영어로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면서도 제가 한 말의 오류를 잡아줄 수 있는 훌륭한 멘토가 있다면 금방 성장할 수 있을 테니까요. 현재 제 회화의 문제점은 중간중간 문법적인 오류가 존재한다는 점인데, 앞으로 신경 써서 말하기를 연습한다면 금방 고쳐나갈 수 있다고 격려해주시기도 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문법 및 듣기 교수님께서는 영어 관련 영상을 보되 자막을 표시하지 않을 것을 권해주셨습니다. 자막을 틀어놓고 영상을 보면 음성이 아닌 자막에 의존하게 되는 상황을 염려하시더군요. 그러면서 만약 영어를 공부하던 중 궁금한 점이 있다면 부디 이메일을 통해 연락을 해달라고도 말씀해 주셨습니다.

 

 결국 영어를 공부하는 방법은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었습니다. 많이 보고, 많이 듣고, 많이 말하는 방법밖에 없다. 아마 이 불변의 진리는 어느 외국어를 공부하든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한국으로 돌아가서도 영어공부를 틈틈이 진행할 것이라고 마음속으로 다짐했습니다.

 

 

  

3. Talk Time : Christmas Party (12월 16일)

 

Talk Time 행사에 가는 길. 길거리가 예뻐서 찍었다.

 

 12월 16일, 올해 마지막 Talk Time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오후 6시 기숙사 앞에서 일본인 친구와 만나 함께 걸어가기로 약속했습니다. 오후 6시까지 여유롭게 기숙사 안에서 지내고 싶었지만, 여러 가지 할 일들은 저를 가만히 두지 않았습니다. IPO에서 빌린 침대시트와 베개 시트, 그리고 담요 등을 세탁한 뒤 반납해야 했고, 미리 짐을 꾸려두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것들을 전부 끝내고 나니 어느덧 약속시간이 코앞에 있었습니다. 저는 서둘러서 짐을 챙긴 후 약속장소로 나갔습니다. 약속장소에서 만나 행사장소까지 걸어가는 일련의 과정들은 이제 익숙했지만, 이것도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기 기분이 참 미묘했습니다.

 

Talk Time 행사. 많은 사람들이 참가한 모습이 보인다.

 

 Talk Time 행사순서는 이전과 거의 비슷했습니다. 오후 6시 30분부터 시작해서 약 1시간 동안 저녁식사를 합니다. 그 후 주최 측에서 준비한 여러 게임들을 1시간 동안 진행하는 것입니다. 오늘 행사에는 Larry도 방문해주어서 함께 한 테이블에 앉아 식사시간이 되기 전까지 반갑게 이야기를 주고받았습니다. 식사시간이 되자, 저희는 언제나처럼 줄을 서서 여러 음식들을 받은 뒤 자리로 가 앉아 식사를 즐겼습니다. 오늘 식사는 주로 밥 종류가 나왔는데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전부 맛있었습니다. 낯선 사람들과 한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즐기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1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오후 7시 30분경이 되었을 때는 식사를 하는 사람들보다도 대화를 즐기는 사람들이 더 눈에 띌 정도였습니다. 주최자 분들께서도 다음 순서로 넘어갔습니다.

 

Talk Time 행사. 성탄절 관련 문제 맞추기.

 

 저희는 먼저 성탄절 관련 퀴즈를 맞히는 게임을 진행했습니다. 주최자 분께서 문제를 정면에 띄워주시면 각 테이블별로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알파벳을 드는 아주 간단한 규칙이었습니다. 주제가 성탄절이니만큼 문제 또한 성경과 관련된 내용이 나왔는데, 거의 모든 사람들이 기독교 신자이다 보니 한 테이블에서 한 문제를 틀린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정답을 맞혔습니다. 팀의 우열을 알 수 없는 아주 박빙의 상황에서 다음 게임으로 넘어갔습니다.

 

풍선 10개를 스타킹 안에 넣은 후 머리에 쓰는 게임. 내가 머리에 쓰고 나갔다.

 

 다음 게임도 무척 간단했습니다. 방금 전 게임과 마찬가지로 각 테이블별로 경쟁하는 형태였는데, 스타킹에 풍선 10개를 넣어서 마치 모자처럼 먼저 머리에 쓰는 테이블이 이기는 게임이었습니다. 저희 테이블 사람들은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 집중했지만, 다른 테이블이 먼저 목표를 완수하면서 아쉽게 지고 말았습니다.

 

 마지막 게임은 마시멜로 눈사람 만들기였습니다. 원기둥 모양의 마시멜로를 오직 젓가락만을 사용하여 삼단으로 쌓아 올리는 게임이었습니다. 젓가락질이면 미국인들보다도 잘할 자신이 있었기에 저부터 시작했지만,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마시멜로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계속 픽픽 쓰러지기만 했습니다. 그래도 저희 팀은 모두가 힘을 합쳐서 총 7개의 눈사람을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아쉽게도 다른 테이블에서 총 9개의 눈사람을 만들었고, 결국 다른 팀이 선물을 가져가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서, 혹은 벌칙을 받지 않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하는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 힘을 합쳐서 목표를 완수하는 형태의 놀이는 무척 즐거웠습니다.

 

모스코 다운타운에서도 성탄절의 분위기가 물씬 풍겨졌다.

 

 모든 게임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얼굴이 차갑다 못해 아플 정도로 시린 바깥 길거리에는 사람 하나 없이 한적했습니다. 저는 일본인 친구와 기숙사로 돌아오면서 성탄절 분위기의 시내를 조금 돌아다녔습니다. 조금 일찍 성탄절의 분위기를 고요하게 즐길 수 있어 무척 즐거웠습니다. 이렇게 모스코의 평화로운 밤이 지나갔습니다. 

 

 

 

4. 긴 여정을 마치고 집으로 (12월 17일 ~ 12월 18일)

 

마지막날 낮 캠퍼스 모습. 한낮임에도 사람이 하나도 없다.

 

 아이다호 대학교에서 맞는 마지막 점심이 되었습니다. 어제 괜히 잠을 자려고 몸을 뒤척거리다 오전 6시가 되어서야 겨우 잠에 들었는데, 오후 1시가 되어서야 겨우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오늘 점심식사가 카페테리아에서 하는 마지막 식사였기 때문에 늦지 않도록 부랴부랴 움직였습니다. 메뉴는 Late-Night Breakfast 때와 거의 비슷하게 스크램블 에그와 베이컨, 그리고 감자튀김이 나왔습니다. 식사를 마친 뒤, 저는 기숙사로 돌아와 하나씩 짐을 챙겼습니다. 책상과 옷장을 싹 비우고 더 이상 필요 없는 물품은 전부 버렸습니다. 별로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바깥을 보니 어두컴컴한 저녁이 되었습니다.

 

저녁의 아이다호 캠퍼스.

 

 저녁이 된 후 당장 끝내야 할 일이 없었던 저는 마지막으로 청설모와 토끼를 사진 찍기 위해 캠퍼스 내부를 이리저리 돌아다녔습니다. 그러나 캠퍼스 내부를 순찰하는 경찰 외에는 아무도 만날 수 없었습니다. 눈밭 곳곳에 검지 손톱만 한 발자국이 남아있어서 작은 동물들이 아직까지 캠퍼스를 돌아다닌다고 추측할 수 있었지만 그 실물까지는 확인하지 못해서 아쉬웠습니다. 그렇게 두 시간 동안의 캠퍼스 산책을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왔습니다.

 

 저녁 10시부터는 이전에 세워둔 계획대로 철저하게 움직였습니다. 액체류는 수하물 반입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내일 아침 샤워를 오늘 저녁에 미리 끝낸 후 샴푸 통이나 바디워시 등은 전부 버렸습니다. 귀국 후 할 일을 최소한으로 만들기 위해 세탁을 모두 끝냈고, 종강파티 때 만들어둔 샌드위치로 저녁을 때웠습니다. 모든 일을 끝내니 시간은 늦은 저녁을 넘어 새벽 3시가 가까워졌습니다. 저는 내일 오전 10시에 체크아웃을 해야 했기 때문에 알람을 맞춘 뒤 서둘러 잠을 잤습니다.

 

처음에 왔던 상태 그대로 만들어놓았다.

 

 다음날 아침, 다행히 늦잠을 자지 않고 무사히 제시간에 일어났습니다. 일어나자마자 저는 휴대폰 충전기를 모두 회수하거나 어제 만들어둔 쓰레기더미를 치우는 등 하나씩 일을 끝냈습니다. 그야말로 완벽하게 기숙사에 들어오기 전 상태로 되돌려놓았는데, 텅 빈 책상과 침대를 다시 보니 오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저는 Larry의 도움을 받아 차를 타고 풀먼 공항으로 이동했고, 무사히 시애틀까지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시애틀의 저녁.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겨오고 있다.

 

 미리 예약한 공항 인근 숙소에 체크인을 한 뒤, 저는 바로 가족들의 기념품을 구매하기 위해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으로 이동했습니다. 전철 1번 라인을 타고 1시간 이상을 움직였는데, 막상 도착하니 사람이 많고 북적였던 상점가는 어디 가고 문을 연 가게가 아예 보이지 않았습니다. 시간을 보니 아직 오후 6시를 넘기지 않았고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은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고 알고 있어서 인터넷에 그 이유를 찾아보니, 일요일만은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고 하더군요. 결국 저는 아무것도 사지 못하고 조용히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애틀에서 먹은 한식. 한식이 그리운 것이 아니라 한식이 가장 저렴했다.

 

 돌아오는 길에는 한 식당에 들러서 순두부찌개를 먹었습니다. 한식이 그리워서 먹었다기보다는 주변 가게들 중에서 그나마 가격대가 저렴한 편에 속해서 방문한 것인데, 생각보다 맛있어서 매우 놀랐습니다. 가격은 12.99$였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저녁식사를 마친 후, 다음 날 아침에 먹을 순두부찌개를 포장해서 숙소로 가져갔습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찍은 크리스마스 트리.

 

 미국에서 맞이하는 마지막 저녁, 한적한 시애틀 거리를 거닐며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하나씩 되돌아보았습니다. 처음 시애틀 공항에서 게이트를 찾지 못해 이리저리 헤맸던 일이나, 처음 폴먼 공항에 내디뎠을 때 주변 풍경을 보고 당황했던 일. 그리고 17주간 아이다호 대학교에서 참가했던 여러 이벤트와 그곳에서 만난 귀중한 인연들까지. 어느 것 하나도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비록 교환학생을 위해 많은 돈을 지불해야 했지만, 그 이상으로 소중한 추억을 쌓거나 귀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눈이 내리는 시애틀에서 행복한 기억을 하나씩 되짚어나가며 그날 하루도 무사히 마무리했습니다.

 

 

 

5. 그 외

 아이다호 대학에서 교환학생을 하고 싶으시거나, 혹은 아이다호 대학 교환학생을 이미 준비 중이신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몇 가지 정보들을 아주 간략하게 정리해두고자 합니다. 다만 저의 주관적인 의견이 강하게 담겨있다는 점, 그리고 일부 정보는 시간이 갈수록 시스템이 바뀔 수 있다는 점 참고 부탁드리겠습니다. 이 글은 2022년 2학기 아이다호 대학교 ALCP 프로그램을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5.1. 기숙사 시설 전반

 LLC2를 기준으로 한 방에는 4개의 생활공간에 있으며, 각 생활공간에는 책상 및 의자와 옷장(옷걸이는 없습니다), 그리고 침대가 놓여있습니다. 싱글룸은 말 그대로 한 사람이 생활하는 곳이며, 더블룸은 쉽게 말해 싱글룸이 기역(ㄱ) 자로 배치되어 두 사람이 함께 생활하는 방입니다. IPO에서 침대시트와 베개 시트, 그리고 담요를 무료로 대여받을 수 있으나,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푹신한 이불은 아니므로 사람에 따라서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화장실이나 샤워부스로 가기 위해서는 생활공간에서 나와 4~5인이 함께 사용하는 거실로 가야 합니다. 거실에는 모두가 공용으로 사용하는 냉장고나 전자레인지, 그리고 간단하게 설거지를 할 수 있는 개수대가 있습니다. 정수기는 따로 없으므로 공짜로 물을 드시고 싶으시다면 개수대에서 받아 마셔야 합니다. 

 

 제가 기숙사에서 생활해보지는 않았기 때문에 어떤 부분을 비교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 의견만 말씀드리자면 시설 자체는 괜찮았으나 방음은 잘 되지 않는 편이므로 잠자리에 조금 민감하신 분이라면 약간 스트레스를 받으실 수도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한 가지 팁이라고 한다면 기숙사를 신청할 때 자신과 같은 생활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특징을 미리 확인하실 수 있는데, 기숙사 신청 시 이를 참고하신다면 비교적 소음에서 자유로워지실 수는 있습니다. 그래도 복도에서 들려오는 소음은 어쩔 수 없지만요. 그리고 만약 기숙사 내 물건이 망가질 경우(전등이 나가는 등) 기숙사 인포데스크에서 수리 요청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제 경험을 기준으로 설명드리면 수리 신청일로부터 수리기사가 오시기까지 약 일주일이 걸렸으니 참고 부탁드리겠습니다.

 

 LLC2를 기준으로 2층에는 모든 기숙사생들이 사용할 수 있는 여러 놀이기구(탁구, 당구 등)나 텔레비전, 그리고 공용 주방이 있습니다. 공용 주방에는 기숙사생들이 이용할 수 있는 캐비닛이 있는데 RA에게 연락을 하면 비밀번호를 알 수 있습니다. 공용 주방에는 개수대와 고정형 도마, 인덕션 그리고 오븐 외에는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기본적인 조리기구, 예컨대 냄비나 프라이팬, 칼 등은 직접 준비하셔야 합니다. 반드시 인덕션 전용 냄비 및 프라이팬으로 준비하시기를 바랍니다.

 

 2층에 위치한 세탁실은 모든 학생들이 함께 이용하는 공간입니다. 세탁기 4대와 건조기 4대가 있으며 세제는 제공하지 않습니다. 세탁기는 가장 긴 시간 기준 세탁 완료까지 44분이 소요되며 (기본으로 할 경우 35분), 건조기는 공기의 온도를 설정할 수는 있으나 1시간이 기본 단위입니다. 저녁 무렵에 이용하려고 하면 모든 세탁기와 건조기가 전부 사용되고 있는 진풍경을 볼 수 있으므로 속 편하게 오후 일찍부터 이용하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혹시나 만약 기숙사 생활에서 무슨 문제가 있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보이지 않을 경우 반드시 ALCP 수업을 담당하는 교수님이나 Kate에게 연락해서 도움을 요청하시기를 바랍니다. 저의 경우는 아니었고, 다른 친구의 사례인데 문제를 인지한 즉시 꽤 빠른 속도로 응답을 해주셨으며 학생의 의사를 물어서 적절하게 대처해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5.2. 도서관

 도서관 1층에서는 모든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는 컴퓨터가 배치되어 있으며, 보드게임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컴퓨터는 아이다호 대학 이메일과 비밀번호를 통해 개인 바탕화면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모든 인쇄는 무료이며 흑백 양면인쇄가 기본으로 설정되어 있었습니다. 보드게임 또한 무료로 이용하실 수는 있으나, 도서관에서 반출할 수 있는지 여부까지는 확인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냥 1층에서 친구들과 즐겁게 노시는 것을 추천드리겠습니다. 도서관은 대체로 조용한 분위기지만 1층에서는 2~4층과는 다르게 정숙을 요구하지는 않기 때문에 보드게임을 가지고 놀아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5.3. 교내식당 (카페테리아, Eatery)

교환학생 본인이 신청한 밀 플랜을 1개씩 소모하여 식당에 입장할 수 있습니다. 과거의 몇 가지 아이다호 교환학생 관련 글과 비교했을 때 많이 혼란스러운 부분이 바로 밀 플랜인데, 왜냐하면 현재의 밀 플랜은 주 단위 횟수이기 때문입니다. 월요일을 기준으로 매주마다 횟수가 갱신됩니다. 자신에게 맞는 밀 플랜을 알아서 잘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모든 식사는 뷔페형식이지만 음식의 종류는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거의 정해져 있습니다. 햄버거와 피자, 감자튀김, 요거트와 몇 가지의 샐러드 채소 및 과일은 고정으로 등장하며 주로 4~6가지의 음식이 매일 변경됩니다. 음료수는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으며 생각보다 다양한 음료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콜라나 사이다, 물 등 기본적인 마실 것부터 여러 과일 음료수, 그리고 차와 커피까지 모두 준비되어 있으니 취향껏 드시면 될 것 같네요. 음식이 입에 맞지 않는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저의 경우는 몇 번을 제외하고 그냥저냥 잘 먹었으니 이 또한 개인의 취향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 참고 부탁드리겠습니다.

 

 

5.4. 다이닝 달러

여러분이 밀플랜을 신청할 때 내용을 유심히 잘 살펴보시면, '다이닝 달러'라는 항목을 발견하실 수 있습니다. 다이닝 달러는 밀 플랜을 신청한 사람이라면 모두 갖고 있는 재화로 반달 카드를 제시하여 사용할 수 있습니다. 금액은 신청한 밀 플랜의 가격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이닝 달러는 일반적으로 교과서나 아이다호 대학 굿즈를 판매하는 Vandal Store를 제외한 캠퍼스 내부 가게에서 사용이 가능합니다. 예컨대 ISUB 1층에 있는 가게, 그리고 Vandal Market 등이 있습니다. 특히나 Vandal Market는 약간 비싸다는 단점이 있지만 단순한 먹을거리부터 손톱깎이나 로션, 바디워시, 심지어는 트럼프카드까지 생각보다 다양한 물건을 판매합니다.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는 오후 11시까지 열고 있으니, 만약 캠퍼스에 늦게 도착했는데 당장 세면도구가 없다면 Vandal Market에 들러서 해결하실 수 있습니다.

 

 

5.5. 지불수단

 아이다호 대학 교환학생과 관련된 옛날 자료들을 살펴보면 '밀 플랜 및 기숙사 비용 등을 현금으로 지불했다'는 묘사가 등장합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아이다호 대학에서는 VandalWeb(아이다호 대학 이메일로 로그인 필요) - 상단 Student 탭 - Student Account - Student Accounts Center : Make Payments, Setup Payment Plan, View Account에서 자신이 지불해야 할 금액 확인 및 체크카드 번호 입력을 통한 지불이 가능합니다. 금액은 자신이 원하는 만큼을 입력해서 지불할 수 있습니다. 단 이 방법으로 지불할 경우 편하기는 하지만 일정 퍼센트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만약 위와 같은 방법으로 기숙사비를 지불한 경우, 이후 보증금은 환불 형식으로 체크카드에 입금됩니다. 한국시간 기준 12월 15일 오전 9시 26분 기준 보증금이 몰수되지 않는다는 Kate의 연락을 받았으므로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5.6. 이동수단

 풀먼 공항에서 아이다호 대학까지 이동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택시를 이용하거나 셔틀버스를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간혹 저녁 늦게 풀먼 공항으로 도착하는 항공편을 발견하실 수 있는데, 해당 항공편을 이용할 경우 셔틀버스가 지원되지 않으니 주의하시기를 바랍니다. 미국 입국이 가까워지면 아이다호 대학 측에서 셔틀버스 안내 메일을 보내주니 불이익을 받지 않으시도록 절차를 잘 따라서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스포캔 공항에서 아이다호 대학까지 이동하는 방법은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잘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듣기로는 주로 버스를 통해서 이동한다고 들었습니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버스는 아이다호 대학에서 제공하는 셔틀버스가 아닙니다.

 

 반대로 아이다호 대학에서 풀먼 공항 혹은 스포캔 공항으로 이동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무척 까다롭습니다. 아이다호 대학 측에서 교통편을 지원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직접 아이다호 대학 국제 사무실에 찾아가 왜 교통편을 지원해주지 않는지에 대해 물어보았습니다. 그곳에서 말하기를, 공항에서 아이다호 대학으로 가는 교통편의 경우는 비행기 도착시간만 알 수 있다면 언제 공항으로 마중을 가야 할지 쉽게 파악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반대로 아이다호 대학에서 공항까지 가는 셔틀버스의 경우는 학생들마다 공항으로 가는 시간이 제각각이라서 셔틀버스 운영 시각을 정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제공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어쨌든 위와 같은 이유로 풀먼 공항까지 가고 싶다면 택시를 타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부탁해서 차를 빌려 타는 수밖에 없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Larry가 태워다 주기로 해서 비교적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스포캔 국제공항으로 이동하는 방법은 저도 자세하게는 잘 모르기 때문에 설명해드릴 수 없는 점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제가 일전에 이용했던 그레이하운드 버스를 타고 스포캔으로 이동하는 방법도 있기는 하겠지만, 이경우 그레이하운드 버스가 스포캔 공항이 아닌 공항으로부터 제법 먼 거리에 위치한 시내에 내려주기 때문에 다른 교통수단을 타고 한번 더 이동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