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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학생] University of Idaho ALCP 프로그램 : 16주차 - 다양한 경험 기록

샤프펜슬s 2022. 12. 5. 13:26

0. 들어가며

 어느덧 학기가 끝나기까지 2주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본래 아이다호 대학의 기말고사 주간은 다음주부터지만 ALCP 프로그램 교육을 담당하시는 교수님 세 분께서는 학생들의 학업 부담을 줄이기 위해 2주에 걸쳐서 기말고사를 치르기로 결정하셨습니다. 덕분에 저희는 이번 주 목요일 Reading 과목을 시작으로 주말 제외 하루에 최소 한 과목, 많으면 두 과목씩 기말고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점점 가까워져 오는 학기의 마지막에 기분이 복잡했지만,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기말고사를 완벽히 끝내기 위해 조금 더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학기가 모두 끝난 이후의 일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했습니다. 이미 정해진 여행 날짜에 맞춰서 묵을 장소, 그리고 이동 수단 등 여러 요소를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해야 했고, 본교와 상대교 측에서 요구한 바를 모두 마무리지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최대한 무언가를 빠뜨리지 않도록 신중하게 하나씩 진행했습니다. 이번 16주 차 기록에서는 어느 이벤트에 참가했는지를 이야기 하기보다도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를 중점적으로 기록할 것입니다. 아마 곧 아이다호 대학으로 파견을 가실 분들이 보신다면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1. Holiday Jazz Choirs Concert (12월 8일)

 

Holiday Jazz Choirs Concert 시작과 함께 등장한 마칭밴드. 엄청난 규모의 합창단 및 연주인원에 크게 놀랐다.

 

 아이다호 대학교에서 치르는 첫 번째 기말평가가 끝난 뒤의 저녁이었습니다. 오늘 갈 만한 이벤트가 있는지를 찾아보기 위해 이메일을 뒤적거리던 중, Holiday Jazz Choirs Concert 행사가 오늘 저녁에 개최된다는 내용을 발견했습니다. 이벤트가 열리는 ICCU Arena라면 LLC 기숙사 기준 걸어서 1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고, 입장료도 무료였기 때문에 저는 고민하지 않고 ICCU Arena로 향했습니다. 오후 7시 20분에 출발해서 늦지 않을까 많이 걱정했지만, 다행히 행사 시작시간인 오후 7시 30분에 딱 맞추어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경찰의 안내에 따라 전신스캔을 진행한 후 행사장 안으로 들어가니 이미 그곳에는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대중에게도 공개되는 행사라고는 들었지만,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모일 줄은 예상하지 못해서 조금 놀랐습니다. 제가 입장했을 때는 촛불을 든 합창단이 무대로 입장하려던 타이밍이어서 조금 서둘러서 비어있는 자리를 찾아 앉았습니다.

 

바이올린, 첼로 및 더블베이스 등으로 구성된 악단이 밝은 무대조명 속에서 힘차게 연주하고 있다.

 

어린 아이들로 구성된 합창단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재즈 밴드가 밝은 무대조명 안에서 힘차게 연주하고 있다.

 

 음악회는 무대 위의 모든 사람들이 함께 연주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수십 명의 합창단과 그에 버금갈 정도의 연주자들, 그리고 같은 규모의 마칭밴드까지 무대 안으로 들어오니 그 넓던 무대가 가득 찼습니다. 음악은 모든 소리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고 이야기하기는 힘들었으나, 엄청난 규모의 사람들이 하나의 곡을 연주하니 환상적이라는 말밖에는 달리 할 수 있는 표현이 없을 정도로 정말 멋졌습니다.

 

 수백 명에 달하는 사람들의 짧은 합주가 끝난 후 마칭밴드는 무대를 퇴장했고, 이후에는 무대 조명의 안내와 함께 각 음악단의 연주, 합창, 아카펠라가 마치 릴레이를 하듯 이어졌습니다. 그들이 연주하는 모든 노래가 성탄절과 관련되어 있었는데, 추측하기로는 이번 연주회의 테마가 '성탄절'인 것 같았습니다. 아직 성탄절이 오기까지는 2주 하고도 3일 정도나 더 남았지만, 조금 이른 시기에 성탄절 분위기를 만끽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미국 최대의 상업적 기념일인 성탄절을 미국에서 보낼 수 없다는 아쉬움을 이번 연주회가 조금이나마 달래주어서 좋았습니다.

 

 이 연주회에서는 제 20년 남짓한 짧은 세월 동안 보았던 모든 악기를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어릴 적 흔히 연주하고 다녔던 탬버린이나 실로폰, 트라이앵글부터 연주회를 가야지만 겨우 볼 수 있는 마림바, 팀파니, 그리고 심벌즈, 그리고 밴드에서 흔히 연주하는 베이스와 드럼까지, 서로 다른 종류의 악곡에서 사용되는 악기가 한 자리에 모이니 조금 이상하기도 하면서도 기대감에 벅차오르게 만들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이 공연은 이러한 제 기대감에 부응이라도 해주려는 듯 다양한 종류의 악곡을 연주해주었습니다. 물론 다양한 종류의 악곡이 모두 높은 수준으로 연주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때로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멋진 곡도 있었지만, 때로는 어린아이들의 엇박으로 인해 엉망진창이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모든 것들을 포함해서 이번 연주회가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주변에 앉아있던 관객들도 뜨거운 박수로 커다란 무대에 선 그들을 응원해주었습니다.

 

무대의 마무리. 'UOI'의 형태로 합창단이 서 있다.

 

 마무리는 역시 모든 합창단 및 악기의 합주였습니다. 엄청난 규모의 이벤트에 걸맞은 화려한 마무리였습니다. 모든 연주가 끝난 후, 객석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열렬한 환호를 보냈습니다. 저도 다른 사람들을 따라 자리에서 일어나 열심히 박수를 보냈습니다. 연주회가 끝난 후로도 재즈 밴드는 관객들이 퇴장하는 동안 두 곡을 더 연주했는데, 다른 사람들이 나가는 와중에도 저는 자리에 앉아 음악을 감상하면서 그들을 위한 박수를 따로 보내주기도 했습니다. 

 

 ICCU를 나선 뒤 시간을 보니 오후 9시까지 불과 3분 정도를 남겨두고 있었습니다. 밖에는 진눈깨비가 흩날리고 있었고, 바닥에는 또다시 눈이 쌓이고 있었습니다. 눈이 내리는 날, 다양한 형태의 성탄절 노래와 함께 할 수 있어서 꿈만 같았습니다.

 

 

 

2. Larry의 집에 초대를 받다 (12월 10일)

 첫 번째 Talk Time에서 시작된 Larry와의 만남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희는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오후 4시부터 5시까지 아이다호 캠퍼스 안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데, 주로 성경을 주제로 삼습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Larry는 첫 만남 때 영어공부 방법으로 성경을 추천해주었고, 영어로 된 무언가를 읽고 싶어서 덥석 Larry의 제안을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는 무신론자여서 성경의 내용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었고, 간혹 성경 안에서 강조되는 유일신 사상에는 강하게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성경을 읽고 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영어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되기도 했고, Larry가 개인 시간을 쪼개어 저와 만나주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최대한 성경책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12월 9일, 금요일 미팅을 마친 후 Larry가 다음 날 저녁에 식사를 같이 하지 않겠느냐는 권유를 해주었습니다. 저는 미국의 가정집은 어떻게 생겼을지 너무 궁금해서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바로 알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후 저희는 이메일을 통해 다음날 오후 4시 15분에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습니다.

 

 다음 날 오후 4시 15분, 약속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10분 일찍 약속 장소로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약속시간이 되자 Larry는 자동차를 끌고 저를 만나러 와주었습니다. 자동차로 5분 정도를 이동해서 가정집에 도착한 후, 저는 조심스럽게 집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굉장히 아담한 외관과는 다르게 내부가 생각보다 넓어서 깜짝 놀랐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바닥에는 푹신하고 부드러운 베이지색의 카펫이 깔려있었고, 입구를 기준으로 지하로 내려가는 좌측 계단과 지상으로 올라가는 우측 계단이 있었습니다. 우측 계단은 세 걸음이면 전부 올라갈 수 있을 정도로 무척 낮았는데,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지상으로부터 약간의 공간을 만들기 위함인 듯 보였습니다.

 

 저는 고등학생 때 배웠던 미국 가정집 예절을 총동원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민했습니다. 미국 가정집에서는 모두가 신발을 신고 이동한다고 들었기에, 저는 당연히 신발을 신고서 집 안으로 들어갔는데 Larry가 웃으며 신발을 벗는 게 좋다고 이야기를 해주더군요. 그래서 저는 거듭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면서 신발을 벗고 위로 올라갔습니다. 위층으로 올라가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복도 오른쪽에 위치한 널찍한 식당이었습니다. 성탄절 분위기를 한껏 낸 식탁이 방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었고, 그 옆으로는 크리스마스트리가 예쁘게 꾸며져 있었습니다. 특이했던 점은 한국과는 달리 식당과 주방이 엄격하게 분리가 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복도 왼편에는 좌측으로 꺾어지는 길목을 따라 제법 많은 문들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화장실이었습니다. 저는 1층을 둘러본 후 Larry의 아내 분인 제인과 인사를 나눈 뒤 지하로 이동했습니다.

 

 지하로 내려가자 넓은 공간이 나타났습니다. 텔레비전과 소파, 그리고 컴퓨터와 공간을 장식하는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까지 없는 게 없는 완벽한 공간이었습니다. Larry에게 이곳이 거실인지를 물으니, 그는 웃으면서 제게 다용도실이라고 답해주었습니다. 손자들이 오거나 가족들끼리 앉아서 게임을 할 때면 항상 이곳을 찾는다고 하더군요. 저는 그 자리에서 납득했습니다. 저와 Larry는 저녁식사가 준비되는 동안 성경을 읽으면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영어로 된 글을 완벽히 이해하기란 쉽지 않아서 종종 잘못 해석하기도 했습니다만, 그럴 때마다 Larry는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아주었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제인이 식사가 다 준비되었다고 이야기해주더군요. 그래서 저희는 하던 일을 멈추고 1층으로 올라갔습니다.

 

간소한 저녁식사. 삶은 당근과 생당근, 그리고 직접 만든 블루베리와 크란베리 잼, 빵과 체다치즈, 그리고 스프를 얹은 밥이다. 집안 내부는 Larry의 안전을 위해 촬영을 하지 않았다.

 

 저녁식사는 간소했지만 무척 건강한 식단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물에 끓인 당근과 생당근, 그리고 삶은 올리브였습니다. 특히나 당근은 Larry가 직접 재배했다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 옆으로 밥과 수프, 빵, 치즈, 그리고 두 가지의 잼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Larry와 제인은 손님인 제게 먼저 음식을 권해주었습니다. 저는 Larry와 제인의 안내에 따라 하나씩 음식을 접시에 담았습니다. 먼저 밥을 담은 후, 수프를 위에 얹었습니다. 삶은 당근과 생당근, 치즈, 빵을 차례로 접시에 담은 후에 크란베리 잼과 블루베리 잼을 빵 근처에 한 숟갈씩 담았습니다. 저를 시작으로 Larry, 그리고 제인까지 모두 음식을 접시에 담은 후, 저희는 짧은 기도를 올린 뒤 음식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음식은 무척 맛있었습니다. 저희는 식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 내용이 모두 흥미로웠습니다. 제인은 제게 Larry가 독일에서 박사학위를 받기 위해 독일어 공부를 열심히 한 적이 있다고 이야기해주었습니다. 독일어를 할 줄 아는 친구를 찾아가서 자신과 이야기를 할 때는 무조건 독일어만 사용해달라고 했다는 그의 일화를 들으면서,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영어로 생각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는 그의 강한 조언이 어디서부터 왔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제인은 University of Idaho에서 2006년까지 영어를 가르쳤다고 했습니다. 제가 영어를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를 물으니, 무조건 많이 읽고, 듣고, 말하라고 얘기해주더군요. 당연한 이야기를 전문가에게 들으니 마치 불변의 진리를 듣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야기의 주제는 Larry와 제인의 소개에서 제게로 넘어갔습니다. 저는 가장 먼저 한국에서 배웠던 미국 가정집 예절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들은 언제나 집에서 신발을 신고 지낸다고 배웠다는 저의 이야기에 둘은 동의하지 않는다는 듯 약간 찡그리며 상황에 그리고 사람에 따라 다르다고 대답해주었습니다. Larry 가족의 경우, 여름에는 비가 잘 오지 않기 때문에 신발을 벗고 들어가도 신경 쓰지 않지만, 겨울에는 많은 눈으로 인해 신발에 진흙이 묻는 경우가 많아 벗고 들어온다고 합니다. 그다음 저는 식당 한 구석에 놓인 크리스마스트리를 칭찬했습니다. 그러면서 시애틀에 갔을 때 생목을 크리스마스트리로 쓰는 경우를 보았다고 했더니, 그건 플라스틱 나무에 비해 조금 비싸다고 하더군요. 구입하려면 최소 50$를 지불해야 한다고 했는데, 사실 우리나라의 플라스틱 나무 가격이 거의 그 정도 하다 보니 비싸다는 생각까지는 들지 않았습니다. 

 

 대화 주제는 식재료로 옮겨갔습니다. 저는 새콤한 맛이 강한 크란베리 잼과 달콤 상큼한 블루베리 잼을 먹고 굉장히 맛있다고 이야기했는데, Larry도 그렇게 생각한다면서 슬쩍 제인을 바라보더군요. 그때 크란베리 잼과 블루베리 잼 모두 제인이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습니다. 제인은 Larry가 신선한 재료를 언제나 갖고 와 주었기에 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즉, 이 크란베리 잼과 블루베리 잼은 Larry가 재배하고 제인이 만드는 완벽한 홈메이드였던 것입니다. 치즈도 제가 평소에 먹던 것과는 다르게 치즈향이 강해서 이에 대해 물으니 체다치즈라고 답해주었습니다. 체다치즈는 숙성 단계에 따라 네 단계로 달라진다고 하는데 저희가 먹는 치즈는 숙성 단계가 가장 약한 것이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제가 한국에서 먹었던 체다치즈는 이보다도 훨씬 향과 맛이 약한데, 과연 한국에서 판매하는 기성품을 과연 체다치즈라고 부르는 것이 옳을지 고민이 들 정도였습니다.

 

 즐거운 식사가 끝난 후, 저희는 성경과 관련된 책을 한 페이지 읽은 후 후식으로 파인애플 샤벳을 먹었습니다. 겉보기에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처럼 생겼지만 파인애플 맛이 제법 강하게 나는 것이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모든 식사를 마친 후 저와 Larry는 다시 지하로 내려가 성경책을 마저 읽었습니다. 원하는 부분까지 책을 모두 읽고 나니 시간은 어느새 오후 8시에 가까웠습니다. 짐을 챙겨서 지상으로 올라가려던 중, 저는 문득 나무로 보일러를 땐다는 Larry의 말이 생각나서 이에 대해 물어보았습니다. 제 질문에 Larry는 흔쾌히 다용도실 안쪽에 있는 장작이 가득 쌓인 또 다른 공간을 보여주었습니다.

 

 그곳에는 세탁기와 건조기, 그리고 방 한가운데에는 보일러로 보이는 장치 하나가 있었고, 가장 깊숙한 구석에는 여러 공구들이 벽에 걸려있었습니다. 보일러 근처에는 장작이 가득 쌓여있었는데, 여름에 장작을 미리 만들어둔다고 합니다. 그곳에는 장작 외에도 나무껍질과 커다란 솔방울도 상자 안에 가득 모여 있었는데, 이것을 어디에 쓰는지를 묻자 불쏘시개로 사용한다고 대답해주었습니다. Larry는 보일러로 보이는 장치를 가리키면서 이곳 안에 불을 때우면 뜨거운 공기가 각 방으로 전달되는 구조라고 친절하게 설명해주었습니다. 저는 그제야 지상과 1층 사이의 공간이 뜨거운 공기가 순환하는 통로라는 사실을 눈치챘습니다.

 

 보일러실에서 나와 계단을 올라가려던 다리는 벽면에 붙은 수많은 사진 앞에서 다시 멈쳤습니다. 저는 아직 검은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는 Larry와 닮은 사람을 가리켜 Larry가 맞는지를 물으니 그는 맞다고 하더군요. 젊은 시절의 Larry는 정말 늠름하고 멋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Larry는 벽면에 붙은 사진을 이용해서 제게 첫째 아들부터 막내아들까지 소개해주었습니다. 막내아들의 연세가 어떻게 되는지를 넌지시 묻자 45살이라고 답해주었는데 그때 Larry의 나이가 생각보다도 훨씬 많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튼 저희는 긴 대화를 마친 뒤 제인과 인사를 나누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저는 Larry는 제게 생당근 하나를 선물로 쥐어주었습니다.

 

 Larry의 차를 타고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 Larry는 성탄절까지 미국에 머물지 못하는 저를 위해 일루미네이션 장식을 한 몇몇 가정집을 보여주고자 모스코 거주지역을 안내해주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집들이 성탄절을 기념하는 장식을 해둔 것을 보고 저는 무척 신기했습니다. 저는 그렇게 약 30분간 성탄절 분위기를 만끽한 뒤 기숙사에 도착했습니다. 제게는 분에 넘치는 멋진 경험이었습니다.

 

 

 

3. 그 외

3.1. 숙소 문제 해결 (12월 6일)

 저는 미국행 비행기표를 구매할 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끝없이 치솟던 비행기 티켓값의 부담을 덜어보고자 편도가 아닌 왕복권으로 구입했습니다. 그중에서도 표값이 가장 저렴한 날짜로 찾아서 구매했는데, 그러다 보니 결국 12월 18일에 모스코를 떠나서 시애틀로 이동하는 비행기를 탑승하고, 시애틀에서 다시 하루 묵은 뒤 12월 19일 자 비행기로 이동하는 이상한 일정이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LLC 기숙사 체크아웃 날짜는 12월 17일 정오까지였고, 이 고민을 Kate에게 털어놓았습니다. Kate는 일정 금액만 지불한다면 늦은 체크아웃도 가능할 수 있다고 귀띔해주면서, 기숙사 RC에게 이야기를 해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기숙사 RC는 LLC에서 RC란 기숙사생들을 관리하는 학생입니다. 저는 Kate의 조언대로 기숙사 RC에게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기숙사 각 방문에 RC의 전화번호가 붙어있으므로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물어보아도 괜찮았지만, 그들이 해주는 조언을 제대로 알아들을 수 있을지도 모를뿐더러 전화를 통한 대답은 향후 증거가 되지 못하기 때문에 조금 번거롭더라도 이메일을 통해 질문했습니다. RC에게 무언가를 질문한 일은 2층 주방의 캐비닛 비밀번호를 물어본 이후로는 처음인지라 조금 긴장이 되었습니다.

 

내가 기숙사 RC에게 보낸 이메일

 

기숙사 RC가 내게 남긴 답변

 

 RC가 제게 남긴 답변을 보니 늦은 체크아웃 자체는 큰 문제는 없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RC의 대답은 너무나 불명확했습니다. '괜찮을 거야'라는 이야기는 즉 늦은 체크아웃을 할 때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부정하지 않는다는 추측만이 난무한 대답일 터입니다. 게다가 제가 그냥 말없이 기숙사 안에 머무르고 있으면 되는지, 아니면 어딘가에 보고를 해야 하는지도 몰랐습니다. 결국 고민 끝에 Kate에게 다시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이번에는 저의 질문과 함께 RC가 보내준 이메일을 함께 전달해주었습니다.

 

내가 Kate에게 보낸 메일 내용. 한국시간 기준 12월 5일 오후 2시 6분 전송.

 

Kate에게 돌아온 짤막한 대답. 한국시간 기준 12월 6일 오전 8시 16분 수령.

 

 Kate는 다시 한번 확인해보겠다는 짤막한 대답만 해주었습니다. 저와 같은 국제학생들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해주는 Kate가 무척 고마웠습니다. 다음 날 오전, Kate는 약속대로 빠르게 답변해주었습니다.

한국시간 기준 12월 7일 오전 3시 33분 수령.

 

 저는 메일을 받은 즉시 Housing 부서에게 보낼 이메일을 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메일을 작성하는 일은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계속 반복해서 작성하다 보니 속도도 점점 붙는 것 같았습니다.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Housing 부서에게 보낼 이메일을 완성했습니다.

 

Dear ~ 개인정보가 들어간 부분을 삭제한 이메일. 한국시간 기준 12월 7일 오전 4시 49분 전송.

 

 이메일을 작성할 적에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1) 모스코를 떠날 일정을 상세하게 안내하는 것과 (2) 언제까지 기숙사에서 더 머무르고 싶은지를 알려주는 것, 그리고 (3)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질문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1)과 (2)를 통해 제가 처한 상황을 상세하게 상대에게 알려줌과 동시에 어떤 부분의 지원을 원하는지를 유추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 (3)으로 제가 원하는 바를 명확하게 전달하고자 노력했습니다. 혹시나 Housing 부서에서 거절한다면 어떻게 되는 건지 걱정하고 있던 찰나, 생각보다 빠르게 Housing 부서에서 답변을 주었습니다.

 

한국시간 기준 12월 7일 오전 9시 49분 수령. Housing 부서의 답변.

 

 그들의 답변을 요약하자면 허가는 해줄 수 있으나 35$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35$의 비용이 조금 아깝기는 했지만, 주변 다른 숙박업소와 비교했을 때 저렴한 수준이었으므로 흔쾌히 이 제안을 수락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한국시간 기준 12월 7일 오전 11시 9분 전송.

 

Housing 부서의 답변. 한국시간 기준 12월 8일 오전 3시 54분 수령.

 

 큰 고비라고 생각했던 늦은 체크아웃을 의외로 쉽게 허가받은 이상, 나머지 궁금한 점을 확인하는 일은 무척 간단했습니다. 저는 늦은 체크아웃 비용을 어떻게 지불하면 되는지, 그리고 Information Desk가 겨울방학 기간에도 개방하는지를 추가로 물어보았고, 그들은 흔쾌히 답변해주었습니다. Student Account에 적용된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니 학기 초반 기숙사 비용을 지불했던 것처럼 마스터카드로 간단하게 지불하면 되는 것 같았고, 체크아웃을 위한 Information Desk는 24시간 개방된다고 답해주었습니다. 이렇게 12월 18일까지 기숙사에 머무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3.2. University of Idaho의 성적표 전송방법 및 기타 사항 질문

 교환학생 파견을 나왔을 적에 제 모교에서는 상대교 측에서 성적표를 어떻게 보내줄지 알아봐 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때마침 아이다호 대학에서 받았던 침대 및 배게커버, 그리고 담요를 어떻게 해야 할지 궁금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성적표와 관련된 질문을 포함한 세 개의 질문을 Kate에게 전달했습니다. 

 

한국시간 12월 7일 오전 11시 31분경 작성 및 전송.

 

 1번 질문은 성적표와 관련된 질문이고 3번 질문은 침구류와 관련된 질문입니다. 2번은 기숙사 보증금 관련 문제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이므로 다음 게시물에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Kate는 제 질문에 빠르게 답해주었습니다.

 

한국시간 기준 12월 8일 오전 8시 55분 수령.

 

 (1) 성적표는 아이다호 대학 국제 사무실에서 모교의 국제 사무실로 직접 성적표를 전송해줄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전자 성적표를 발급받을 수 있다고는 하는데, 전자 성적표를 발급받으면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지, 혹은 어떤 방법으로 발급해야 하는지 등 많은 궁금증이 여전히 남아있었습니다. 만약 제가 성적표를 따로 발급받을 일이 생긴다면 이와 관련된 부분을 따로 포스팅하겠습니다.

 

 (3) 침구류는 예상대로 국제 사무실에 반납해달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단, 제가 체크아웃을 하는 날짜는 12월 18일 일요일이고, 국제 사무실은 주말에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조금 이른 날짜에 반납하는 편이 좋아 보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12월 16일 금요일에 침구류를 전부 반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한 학기라는 짧은 시간 동안 머물렀던 기숙사를 떠나는데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아서 조금 힘들기도 하고, 무언가를 하나씩 정리해나가는 느낌도 들어서 아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해결해두지 않으면 일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우도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하나하나 꼼꼼하고 신중하게 처리할 계획입니다. 항상 이 글을 찾아주시는 여러분들께 감사드리며, 다음 주 마지막 ALCP 기록에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