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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학생] University of Idaho ALCP 프로그램 : 11주차 - 다양한 경험 기록

샤프펜슬s 2022. 11. 5. 15:22

0. 들어가며

 미국에서 맞이하는 첫 할로윈이 되었습니다. 축제로 유명한 장소가 아닌 일반 골목임에도 거리 곳곳에는 분장한 사람들이 거리를 누비는가 하면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할로윈을 축복하는 모습이 새삼 신기했습니다. 물론 할로윈 외에도 다양한 이벤트에 참가했던 만큼 이번 주차 기록도 여러분들께서 보시기에 꽤나 흥미로운 이야기가 잔뜩 담겨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침에 캠퍼스 안으로 가득 쌓인 눈. 11월 2일 촬영.

 

비가 내린 뒤 캠퍼스 풍경. 11월 3일 촬영.

 

 이번 주는 날씨가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실시간으로 비가 눈으로 바뀌는 것을 보지 않나, 눈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이 내리지 않나. 바닥에 눈이 쌓인 뒤 다시 비가 내렸는데 날씨가 추워서 안 녹지를 않나. 여러모로 이상한 한 주였습니다. 안타깝게도 저는 겨울용 잠바를 가지고 오지 않아서, 따듯하게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옷을 구매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이다호 대학 인근 지역은 한국에 비해 겨울이 일찍 오기 때문에 만약 아이다호 대학으로 교환학생을 가실 분들은 부디 겨울옷을 넉넉히 챙겨오시기를 바랍니다. 이번 주 블로그 포스팅도 시작합니다. 

 

 

 

1. Halloween Day (10월 31일)

 드디어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던 할로윈 데이 당일이 되었습니다. 저는 어린아이와 어른 할 것 없이 분장을 하고 캠퍼스를 누비면서 'Trick or Treat'을 외치는 그런 환상적인 모습을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기숙사 밖을 나선 저는 예상외의 상황에 할 말을 잃었습니다. 많은 비로 인해 캠퍼스를 누비는 사람들 자체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간혹 사람들이 지나다니기는 했지만, Trick or Treat는 커녕 분장조차 할 생각도 하지 않고 각자 갈 길을 향해 바쁘게 움직일 뿐이었습니다. 저는 약간 실망하면서 1교시 Composition 수업에 참가했습니다.

 

Reading 수업에서 각 학생들이 꾸민 아이싱 쿠키.

 

내가 꾸민 아이싱 쿠키. 한 입 먹은 뒤에 한 컷.

 

 2교시 Reading 수업에서는 이전 수업시간에 공지했던 대로 작은 할로윈 파티를 진행했습니다. 저는 분장을 하지 않았지만, 저 외의 다른 한국인 친구나 일본인 친구들은 각자 구매 혹은 준비한 분장으로 꾸민 뒤 수업에 참석했습니다. 저를 포함한 학생들은 각자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어줄 쿠키나 과일, 혹은 작은 과자들을 나누어주며 할로윈 축제를 각자의 방식대로 즐겼습니다. 저는 저번 주 구매했던 씨 없는 포도와 쿠키를 가지고 와서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습니다. Reading 수업에서는 직접 교수님께 'Trick or Treat'으로 사탕과 초콜릿을 받아보며 할로윈 문화를 체험해보고, 내일 열릴 'Dia de los muertos' 축제와 관련된 아이싱 쿠키를 꾸미기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비록 한 시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안에 진행한 할로윈 축제였지만 다른 사람들과 무언가를 한다는 사실이 무척 즐거웠습니다.

 

 수업이 끝난 뒤에는 일본인 및 한국인 친구들과 함께 다운타운으로 향했습니다. 당초 저희는 학교 식당에서 식사를 할 예정이었지만, 너무 늦게 식사를 하러 가서 그런지 음식 가짓수가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운타운 인근에 위치한 수제 햄버거 가게로 가기 위해 캠퍼스에서 벗어나 시내로 이동했습니다. 메인 스트리트에 도착한 저는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침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점심이 돼서도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분장을 하고 각 가게를 돌며 Trick or Treat를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제가 상상했던 '할로윈'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메인 스트리트에서 부스를 열고 사람들에게 사탕을 나누어주는 사람들.

 

Trick or Treat를 하기 위해 가게 안으로 들어가는 분장한 어린이들.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메인스트리트

 

항상 방문했던 Kenworthy 극장 간판은 귀신의 울음소리인 'Boo'로 바뀌어있다.

 

 다른 한국인 친구는 메인스트리트를 누비는 중간중간, 다른 어린이들에게 자신이 가지고 온 사탕을 나누어주며 할로윈 분위기를 만끽했습니다. 저라면 선뜻하기 힘든 일을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다가가는 모습이 무척 존경스러웠습니다. 그 친구가 가지고 온 사탕이 점점 줄어들면서 바구니도 바닥을 드러낼 무렵이 되어서야 목적지인 햄버거 가게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저희의 본래 목적지는 햄버거 가게가 아닌 중식당이었습니다. 하지만 할로윈 시즌이라 그런지 중식당은 가게를 닫은 뒤였고, 저희는 어쩔 수 없이 햄버거 가게를 향해 움직였던 것입니다.

 

바닐라 소다.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탄산수에 넣은 뒤 설탕을 잔뜩 부운 맛이었다.

 

 가게 안은 꽤 한산했습니다. 저희는 각자 주문을 마친 뒤, 자리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다만 아무래도 모국어로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 편해서 그런지 주로 일본인들은 일본인들끼리, 그리고 한국인은 한국인들끼리 대화하는 구도가 만들어졌습니다. 저와 그 친구는 주로 신기한 미국의 할로윈 분위기에 대해 깊게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어린아이들은 낯선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사탕을 받는 경험을 통해 기본 예의를 배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낯선 사람들을 향한 거부감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할로윈 축제가 사람들의 관계성 증진 및 교육에도 굉장히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메인스트리트에서 한가로이 즐기는 미국인들의 모습이 무척 부럽다고도 이야기했습니다. 제가 만약 어릴 적에 지금 미국의 어린아이들처럼 거리를 누비며 사탕을 받으러 다녔다면 분명 좋은 추억이 되었을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종업원 분이 저희에게 햄버거를 가져다주셨습니다.

 

길거리에서 구입했던 험블버거보다 훨씬 저렴하고 맛있었다.

 

 햄버거는 정말 맛있었습니다. 길거리에서 먹었던 햄버거는 구성 그리고 가격 면에서 조금 아쉬웠던 반면, 이곳에서 먹었던 햄버거 세트는 훨씬 알차고 맛도 뛰어났습니다. 저희 일행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마쳤습니다. 무척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2. Tubaween (10월 31일)

 식사를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온 뒤, 이번 주 이벤트를 살펴보던 중 저는 흥미로운 일정을 발견했습니다. 'Tubaween'은 이름으로 미루어보아 금관악기인 튜바를 메인으로 여러 음악을 연주하는 이벤트인 듯 보였습니다. 제가 알기로 튜바는 특유의 낮은음으로 인해 메인 악기로 사용되는 일이 거의 없는 걸로 알고 있어서 더더욱 흥미가 생겼습니다. Tubaween 이벤트는 오후 7시 30분부터 약 한 시간 동안 진행되었으며, 아이다호 대학교 학생들에게는 입장료를 받지 않습니다. 저는 오후 7시 10분경에 기숙사에서 나와 약 20분을 부지런히 걸어서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한 곡이 끝난 후 쉬어가는 시간.

 

 제 예상대로 'Tubaween' 이벤트는 금관악기 튜바를 메인으로 여러 곡을 연주하는 이벤트였습니다. 여기에 더해 '할로윈'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연주자들은 다양한 분장을 하고 무대 위로 등장했습니다. 저는 이제껏 지나치게 낮은 튜바의 음색이 주 선율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Tubaween에서 학생들의 공연을 보며 충분히 낮은 음색도 주변 악기들이 잘 받쳐만 준다면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굉장히 흥미롭고 즐겁고 아름다운 할로윈 밤이었습니다.

 

 

 

3. Dia de los muertos (11월 1일)

 

11월 1일, 모스코는 첫눈이 내렸다.

 

 dia de los muertos는 멕시코의 명절 중 하나로 재단을 화려하게 꾸미거나 맛있는 음식을 주변 사람들과 나누고 퍼레이드를 하면서 죽은 자를 기리는 날입니다. 10월 31일, 함께 수업을 듣는 멕시코 출신 친구가 사진을 통해 제게 화려하게 꾸민 재단을 보여주었는데, 처음에 저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르고 '멋지다'라고 말해버렸던 부끄러운 기억이 있네요. 멕시코에서 이 명절은 제법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한국에서는 미국의 할로윈만큼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저도 여기에 와서 처음 알게 되었으니까요. 어쨌든 오후 6시, Bruce M. Pitman Center에서 이번 명절과 관련된 이벤트를 개최한다는 소식을 듣고 저는 시간에 맞춰 기숙사에서 나왔습니다. 때마침 한국인 친구에게서 제가 가려고 했었던 축제에 다른 친구들과 함께 가지 않겠냐는 연락을 받았고, 이렇게 5명이 또다시 모였습니다. 날씨는 비에서 눈으로 바뀌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너무 늦게 도착한 탓에 많은 사람들 틈 사이에 끼어 이벤트를 만끽할 수 없었다.

 

Dia de los muertos의 장식품을 색칠해보는 체험.

 

 우리가 이벤트 장소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여러 체험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이벤트는 총 세 개의 스테이션으로 진행되었으며 15분마다 한 번씩 무조건 좌석을 변경해야 합니다. 첫 번째 스테이션은 나무로 조각된 장식품을 색칠하는 체험관이었으며, 두 번째 스테이션은 종이를 접은 뒤 잘라서 아름다운 무늬를 만드는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스테이션은 여러 간식을 걸고 빙고 게임을 하는 장소였습니다. 저희는 부족한 시간과 수많은 사람들로 인해서 아쉽게도 장식품을 색칠하는 체험만 겨우 참가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 자리에서는 핑크색, 파란색, 그리고 검은색만 사용할 수 있었는데 저는 아쉬운 대로 석양을 떠올리며 열심히 색칠을 했습니다.

 

이벤트 마지막, 촛불 모형을 들고 건물 주변을 행진하면서 추모하는 행사.

 

 오후 7시가 되어 사람들은 죽은 자를 기리는 행진을 위해 하나 둘 모여들었습니다. 퍼레이드에서 가장 선두에 선 사람은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불렀고, 나머지 사람들은 촛불 모형을 들고 천천히 앞사람을 따라갔습니다. 길게 늘어진 퍼레이드 행렬은 화려한 무늬를 새긴 종이가 걸려있는 입구를 지나 Pitman Center를 한 바퀴 천천히 돌고 난 뒤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모든 이벤트가 끝난 뒤 저희는 소정의 기념품과 빵을 받고 기숙사로 되돌아왔습니다. 

 죽은 사람 기리는, 그리고 축제 같은 행사. 얼핏 듣기엔 두 개의 문장은 잘 어울리지 않아 보입니다. 그리고 현지 사람들이 이 축제를 실제로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외지인이 바라본 dia de los muertos는 죽음이라는 슬픈 자연현상을 즐겁고 행복한 축제로 승화시키려는 노력의 결실이었습니다. 멕시코인의 정신과 의지가 정말 멋지게 보이는 하루였습니다.

 

 

 

4. Cabaret (11월 5일)

 아이다호 대학 학생들이 뮤지컬 'Cabaret'을 연기한다는 소식을 듣고 저는 언젠가 뮤지컬을 보러 갈 날만을 고대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뮤지컬 특성상 오랜 시간을 관람해야 하는 만큼, 저 혼자서 조용히 보고 올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이야기가 잘 맞물리는 바람에, 이전에 모였던 5명끼리 함께 뮤지컬을 보러 가게 되었습니다. 오후 7시 20분, 기숙사 앞에서 모인 저희들은 목적지까지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Cabaret 뮤지컬은 캠퍼스 내 건물인 Hartung Theatre에서 금~일만 공연하며 금~토요일은 오후 7시 30분, 일요일은 오후 3시부터 상연합니다. Hartung Theatre는 LLC 기숙사를 기준으로 1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아이다호 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무료로 관람이 가능했습니다.

 

학생들이 연기하는 뮤지컬인데다가, 협소한 무대 특성상 많은 소품들을 움직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공연은 환상이었다.

 

Cabaret 공연 팜플렛. 안에는 등장인물 및 스태프의 이름이 적혀있다.

 

  한국에서도 영웅, 레베카, 아이다 등 여러 뮤지컬을 보러 다녔던 제게 이번 공연은 많은 기대를 안겨주었습니다. 한국에서는 표현할 수 없는 억양 연기나 번역으로 인해 희석되는 여러 표현 등의 문제를 가지고 있지 않은, 그야말로 '날것의' 뮤지컬을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비록 학생들이 연기를 해서 종종 노랫소리가 잘 들리지 않기도 했고 스테이지 상태도 타 뮤지컬에 비해서는 그리 좋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약 3시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오로지 Cabaret이라는 공연에 깊게 몰두할 수 있었습니다. 언어의 장벽이 존재함에도 스토리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었던 정말 환상적인 시간이었습니다.

 

 Cabaret 뮤지컬의 주요 매력 포인트는 바로 정치적, 사상적 문제로 인해 소시민의 삶이 변해가는 과정을 잘 표현했다는 점입니다. 뮤지컬의 시대적 배경은 1930년대로 독일이 세계 1차 대전에서 패망한 이후, 자신들의 경제규모를 훌쩍 뛰어넘는 전쟁배상금을 갚아나가던 시기입니다. 그러나 막대한 배상금으로 인해 사람들의 삶이 경제적으로 궁핍해지자, 그들은 나치즘이라는 극단적 사상 주의 노선을 채택하며 다시 전쟁을 준비하기에 이릅니다. Cabaret는 평범했던 독일인들이 '나치'라는 정치적 사상에 의해 어떻게 삶이 변화하는지를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작중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유태인 남성과 서로 사랑했지만 앞으로가 두려워 결혼을 하지 못한 독일인 여성이 이를 잘 대변해주고 있지요.

 그뿐만 아니라 이 뮤지컬은 사람들이 흔히 겪을 수 있는 갈등과 고민을 시대적 배경에 맞게 잘 녹여내어 관객들이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습니다. 자신이 해왔던 클럽 댄서 일을 쉽게 그만두지 못하는 여성이나, 자신이 일군 모든 것을 잃기 두려워 사랑을 포기하는 여성 등이 여기에 속하지요. 아무리 나라에 심각한 재난이 닥쳐오더라도, 사람들은 자신이 살던 장소를 바꾸기 힘든 이유를 잘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Cabaret이 현대 사회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극단적인 사상이 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럽이나 중동 등에서는 극단적인 사상을 지닌 정당이 정권을 잡기 시작했고, 우리나라 또한 극단적인 사상을 지닌 정치집단이 좌우를 가리지 않고 하나 둘 생겨나고 있습니다. Cabaret의 시대적 배경은 1930년대의 독일이지만, 1930년대 독일의 모습만을 보여주고 있지 않습니다. 극단주의로 변질되는 국가의 정치를 방관할 경우, 결국 사람들이 어떻게 변해갈 수밖에 없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옥이 될 거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곳을 빠져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의 심정이란, 얼마나 절망적 일지 가늠이 되지를 않습니다.

 모든 공연이 끝난 이후, 일본인 친구들과 이런저런 감상을 나누고 싶었지만, 다들 '너무 진지했다'거나 '즐거웠다' 정도만 이야기하는 것으로 그쳐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럼에도 세 시간에 걸친 학생들의 이야기는 제 안에 많은 교훈을 남겨주었습니다. 정말 가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