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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학생] University of Idaho ALCP 프로그램 : 9주차 - 다양한 경험 기록 및 고찰

샤프펜슬s 2022. 10. 22. 11:33

0. 들어가며

 10월 말에 접어들면서 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있습니다. 할로윈데이가 가까워지자 거리 곳곳에는 해골 모형 등 할로윈 관련 소품이 많아졌고, 속속 할로윈과 관련된 이벤트 예고도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이번 주는 마치 쉬어가는 주라도 되는 듯 개최되는 이벤트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에 참가한 이벤트는 다른 주차에 비해 매우 적고 영양가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대신 이번 주차에는 말 그대로 교환학생을 다녀오지 않으면 겪기 힘든 귀중한 체험들을 많이 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저 같은 경우에는 교환학생에 관한 정보가 거의 없다시피 해서 그런지 적잖이 당황했던 경우도 있었는데, 자세한 이야기는 뒤에 가서 설명드리겠습니다.

 

 

 

1. Brave, Bold, Unstoppable (10월 20일)

 

Brave, Bold, Unstoppable 이벤트가 열리는 ICCU

 

 Brave, Bold, Unstoppable 이벤트는 개최 예정 이벤트를 알려주는 이메일에 나와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당일까지 이 축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Speaking 수업의 교수님이신 Christine 덕분에 겨우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일본인 친구인 Taiyo, Katsunori와 함께 이벤트에 참가하고자, 17시 20분에 기숙사 앞으로 모여서 이벤트가 열리는 ICCU까지 이동했습니다. 학생들이 이벤트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먼저 홈페이지를 통해 등록을 해야 하며 학생은 무료로 참가할 수 있습니다.

 

University of Idaho President의 연설

 

중간중간 마칭밴드와 치어리더가 이벤트를 장식하고 있다.

 

 Brave, Bold, Unstoppable 이벤트에 막상 도착하니 수많은 좌석에 비해 참석한 사람은 매우 적었습니다. 막 도착한 처음에는 왜 이렇게 사람들이 적은 지 궁금했지만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곧바로 납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번 행사는 아이다호가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를 학생과 귀빈들에게 설명하는 자리였기 때문입니다. 아이다호 대학의 슬로건으로 추정되는 Brave, Bold, Unstoppable에 맞게 Student Success, Sustainable Solutions for Idaho, A Thriving Idaho 세 가지의 목표를 이사장과 교수들이 직접 설명했습니다. 저는 모든 내용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그들의 열정과 미래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크게 박수를 보냈습니다.

 

DJ가 노래를 연주하고 있다.

 

방문객을 위한 감자칩과 애플파이, 그리고 샌드위치가 준비되어 있다.

 

 모든 연설이 끝난 후, 저희는 간단한 음식이 준비된 방으로 안내를 받았습니다. 그곳에는 감자칩과 샌드위치, 그리고 애플파이가 있었으며 얼음물은 음식 트레이에서 제법 떨어진 구석에서 무한정 제공되었습니다. 다만 술이나 음료를 마시기 위해서는 별도로 돈을 지불해야 했으므로 마시지는 못했습니다. 음식 종류는 단순했지만 실제로 먹어보니 꽤 맛있었습니다. 저희 일행은 맛있는 음식과 함께 이곳저곳을 누비다 오후 7시 즈음이 되어 기숙사로 돌아갔습니다.

 만약 제가 영어 실력이 충분했더라면 그들이 하는 말을 이해하고, 공감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여기에 와서 영어공부를 시작한 지 9주 차에 접어들었음에도 아직까지 자신의 부족함을 통감하는 하루였습니다. 

 

 

 

2. Moscow Ale House (10월 21일)

 

Blue Cheese Burger

 

 10월 21일 13시 50분, 금일 대부분의 수업이 휴강이었던 저는 준휴일을 만끽하고 있었습니다. 날씨는 비가 내려 꽤 쌀쌀했고 덕분에 하늘도 어둑어둑했습니다. 이런 날에 저는 반드시 비 오는 시간에 맞춰서 낮잠을 자고는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늘은 그럴 수 없었습니다. Conversation Partner인 Jack과 함께 점심을 먹기로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 그는 제게 몇 가지의 선택지를 보내주었고 저는 가장 메뉴가 다양한 이곳, Moscow Ale House를 골랐습니다. Blue Cheese Burgur는 개당 16.5$로 꽤 비쌌지만, 감사하게도 Jack은 제 것까지 결제해주었습니다. 직접 먹어본 Blue Cheese Burgur는 진한 치즈 풍미가 일품이었습니다. 다만 맥주를 많이 마시지 않는 저조차도 맥주가 그리워지는 맛이었습니다.

 가게 이름답게 음료는 오로지 맥주만 판매하는 이곳에서 저는 여권을 가져오지 않는 실수를 했고, 아쉽게 Jack과 함께 맥주를 마시지 못했습니다. 대신, 아쉬워하는 저를 위해 그는 몇 개의 맥주 샘플을 주문해 시음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이곳은 한 테이블 당 3개의 맥주 샘플을 주문할 수 있습니다.

 

버거 2개와 맥주 한잔으로 대략 40$가 나왔다.

 

 식사를 거의 끝마칠 즈음, Jack이 요금을 결제하려고 카드를 꺼내는 것을 확인한 저는 그가 돈을 어떻게 지불하는지 유심히 관찰했습니다. 먼저 종업원이 위와 같은 영수증을 가져오면 손님은 카드를 종업원에게 건넵니다. 그러면 종업원은 카드와 함께 또 다른 영수증을 가져오는데, 그곳에는 손님이 직접 팁을 적을 수 있도록 공란이 있습니다. 손님은 앞서 받았던 영수증의 팁 금액을 참고해서 작성하고 탁자 위에 올려두면 끝입니다. 특이하게도 Jack은 10%-15%-20%(-25%)의 규칙을 무시하고 딱 3$의 팁만 지불했는데, 왜 그런지를 물으니 자신은 학생이라서 많은 팁을 지불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그 말은 즉, 사회적 합의와는 상관없이 개인의 형편에 맞게 자신이 원하는 만큼 팁을 지불해도 크게 상관은 없다는 뜻이었습니다. 그 말을 들으니 은근한 압박처럼 느껴졌던 팁 문화가 한결 편하게 다가왔습니다.

 

2.1. (생각해보기1) 미국은 개체수를 어떻게 유지시키는가?

 Jack은 자신이 직접 사냥해서 고기를 얻습니다. 얼마 전에는 엘크를 잡았다고 이야기하더군요. 저는 그러다가 갑자기 미국에서 사냥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절차를 밟는지 궁금해져서 이에 대해 물어보았습니다. 이번 생각해보기1에서는 제 질문에 대한 Jack의 답변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일부를 여기에 옮겨볼까 합니다.

  미국에서 사냥을 허가받기 위해서는 여러 라이센스와 함께 '태그'를 구입해야 한다고 합니다. 각 동물에 맞게 구입한 태그는 사냥한 동물에게 부착하여 관련 기관의 허가 하에 사냥을 진행했음을 표시합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시기별 동물별로 각 태그의 가격이 천차만별이라는 것입니다. 태그의 가격이 달라지는 이유는 해당 동물의 개체수와 크게 관련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엘크와 늑대 두 종류의 사냥허가태그를 판매한다고 가정해봅시다. 만약 태그를 판매할 시기에 엘크가 지나치게 많아질 경우 판매 가능한 엘크의 사냥허가태그 개수는 많아져서 가격이 낮게 형성되고, 엘크의 천적인 늑대의 사냥허가태그는 많이 판매할 수 없으므로 가격은 높아집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이유로 늑대가 지나치게 많아질 경우 엘크의 사냥허가태그 가격은 올라가고, 늑대의 사냥허가태그 가격은 낮아집니다.

 미국에서는 동물의 개체수를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가격을 선택했습니다. 동물을 사냥할 의사가 강할 사람일수록 더 많은 돈을 지불할 것이라 가정한 것이지요. 가격을 이용해서 동물 개체수를 유지하는 방안은 결국 자본을 많이 확보한 사람일수록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가격을 이용한 통제만큼 개인의 자유의지를 존중하면서도 개인의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안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가격의 등락을 이용한 통제는 과연 바람직한 방법일까요?

 

2.2. (생각해보기2) 개인 총기 소지의 정당성

 저는 여전히 미국의 개인 총지 소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며, Jack과 2주 전 미국에서 생각하는 '개인의 자유'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적에 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개인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총기 소지는 엄격하게 제한되어야 한다고 말이죠. 그리고 오늘, Jack과 사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개인 총기 소지의 정당성과 관련된 주제가 한번 더 나왔습니다. 이때 Jack의 주장이 정말로 인상 깊었는데 여러분들도 한 번쯤 생각해보셨으면 하는 내용이라 기억을 더듬어 블로그에 옮기게 되었습니다.

 Jack은 미국 내에서 개인의 총기 소지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는 총기 소지를 "개인의 자유의지에 의한 군사훈련"의 영역으로 바라보았습니다. Jack은 위급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누구든 자신의 신변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야 하며 그중에는 총기 사용법도 포함된다고 말합니다. 만약 미국이 총기 소지를 엄격히 금지한다면 미국 사람들은 총기를 다룰 일이 없어지고, 이는 곧 사람들이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을 잊어먹게 된다는 말과 같아진다고 언급했습니다. 특히나 Jack은 총기 소지를 두고 개인의 의지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을 한국의 징병제 사례와 비교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갔습니다. 저는 Jack의 주장을 들으면서 그가 총기 소지 문제를 단순히 현상 그 자체로만 보는 것이 아닌, '왜 미국이 총기 소지를 합법화했는가'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저는 그에게 "총기 소지를 자유의지에 근거한 군사훈련으로 해석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라고 이야기해주었습니다.

 확실히 미국의 총기 소지를 개인의지에 바탕을 둔 군사훈련 관점에서 바라보면 미국다운 효율적인 방법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만약 미국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군사훈련을 진행한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러면 그곳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위험과 함께, 미국이 최고의 가치를 두고 있는 '개인의 자유의지'를 위협해야 한다는 비난을 무릅써야 합니다. 그러나 총기 소지를 합법화시키면 개인의 자유의지로 보장하면서도, 국민은 개개인의 재산을 이용해 자신이 사용할 총기를 구입하기 때문에 미국 정부의 예산도 그만큼 아낄 수 있습니다. 대신 그 대가로 미국은 시민안전을 내놓아야 했지만요. 반대로 한국의 징병제를 살펴봅시다. 한국은 일반 시민의 안전을 보호하는 대가로 정부가 직접 전 국민의 군사훈련을 시켜야 합니다. 여기에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며 개인의 자유의지 또한 무시됩니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군에게 투입된 막대한 예산이 합리적으로 사용되었는지를 의심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징병제가 위 부작용 외에도 더 많은 문제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미국과 한국, 둘 중에서 누가 더 많은 것을 잃고 있을까요?

 저는 Jack의 주장을 들은 뒤 '총기 소지는 수많은 무고한 희생자를 낳는다. 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라는 취지의 반론을 하려다가 곧 입을 다물었습니다. 그 발언 자체가 제게 '소수는 다수를 위해 희생당해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인가'라고 되묻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대한민국 현대 사회에서 발생하는 모든 소수자를 향한 핍박과 비난은 이미 여기서부터 예견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전 국민 모두가 총기의 위협 속에서 일상을 이어나가는 것. 혹은 소수를 희생하여 대중의 평안한 생활을 보장받는 것. 저는 둘 중 무엇이 더 가치 있는지 결국 정할 수 없었습니다.

 

 

 

3. 그 외

3.1. 미국에서 이발하기

- 이발 당일 (10월 10일)

 아이다호 대학에서 공부한 지 6주 차에 접어들었을 무렵, 제 머리는 눈앞을 가릴 정도로 길게 자랐습니다. 이발이 절실했던 저는 같은 방을 사용하는 Alex에게 평소 어디서 이발하는지를 물었고, 그는 저에게 한 이발소를 알려주었습니다. 'Old'로 시작하는 바버샵이었는데 홍보 목적의 글이 아니므로 전부 적지 않겠습니다. 이 바버샵에서 이발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예약을 해야 하는데, 30$라는 비싼 비용에도 불구하고 해당 바버샵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 어쩔 수 없이 저는 2주 뒤 월요일 15:30으로 예약을 잡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저번 주, 저는 떨리는 마음을 안고 이발소로 찾아갔습니다.

 많은 사람과 함께 운영할 것이라 생각했던 이발소에는 의외로 제법 나이가 젊어 보이는 직원 한 명만이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길게 말하지 않고 그저 사진 하나만 보여달라 요청했고, 저는 급하게 반달 카드를 꺼내 보여드렸습니다. 직원 분은 그 사진을 뚫어져라 살펴보시고서는 알겠다고 하시고서 이발을 시작했습니다. 이발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 그는 제가 긴장했다는 사실을 눈치챘는지 이것저것 이야기도 걸어주기도 하고, 반대로 제가 그분에게 질문하기도 했습니다. 아이다호 대학에서 트럼본을 전공하셨던 그분은 음악으로 돈을 벌기 쉽지 않자, 바버샵 선생님이셨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일을 시작했다고 하셨습니다. 일을 시작한 지는 약 2년밖에 되지 않았다고도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이발이 마무리되고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매장 내에서 머리를 감을 수 있는 공간은 없었습니다.

 본래 이발비가 30$이고 팁은 일반적으로 20%를 지불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므로 저는 이발 비용으로 총 36$를 지불했습니다. 당시에는 그게 얼마나 비싼 돈인지 감이 잘 오지 않았습니다. 따로 조사 같은 걸 하지 않았던 저는 미국에서는 다들 이렇게 하는 줄 알았으니까요. 나중에 영어 교수님이셨던 크리스틴에게 팁 관련 문제로 상담했을 때 너무 비싸니 바버샵을 바꾸는 것이 좋겠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서야 그게 일반적인 금액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결제는 토스뱅크카드로 진행했으며 당시에 지출된 금액은 30$입니다.

 

- 문제의 발생 (10월 12일)

이발비를 결제한 후 이틀이 지난 10월 12일, 갑자기 통장에서 36$가 결제되었다는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결제된 금액 총액을 계산해보니 66$였고, 이는 누가 보더라도 정상적인 상황은 아닌 듯 보였습니다. 저는 이 문제를 바버샵과 은행 둘 중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했고, 고민 끝에 영어 교수님인 크리스틴과 상담을 했습니다. 그녀는 미국의 경우 팁이 어떻게 결제되는지를 설명해주며, 이틀이면 정상적으로 결제가 진행될 것이라고 저를 안심시켜주었습니다. 그러나 저의 경우와는 완전히 달랐기 때문에 저는 영어로 제 상황을 차분히 설명했고, 그녀는 은행에 문의를 해보아야 할 것 같다고 답해주었습니다. 저는 그날 대한민국 회사 영업시간에 맞추어 토스뱅크카드로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 문제의 해결 (10월 20일) 

현지시간 10월 11일은 오타. 월요일에 결제를 진행했지만 은행 로그에는 화요일로 찍혀서 발생한 착각이다.

 

 그리고 다음 날 토스뱅크 측에서 답변이 도착했습니다.

 

 

  저는 이번 일을 통해 미국에서 팁을 포함한 한 건의 정상적인 결제절차가 완료되기 위해서는 최대 2주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토스뱅크카드 측은 제 문의에 빠르고 능숙하게 답변해주셨기에 이에 대해서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결제 한 번이 완료되는데 최대 2주가 소요되는 이 상황이 정상적으로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적어도 제가 크리스틴에게 들었던 팁 결제 절차는 한국의 방식보다도 훨씬 간단하고 빨랐거든요. 그래도 달리 방법이 없었던 저는 그저 최초의 금액이 환불되기를 기다렸고, 그리고 열흘이 지난 10월 20일, 30$가 정상적으로 환불된 것을 확인했습니다. 저는 이번 일을 해결하러 이리저리 알아보면서, 미국 교환학생 생활에 대해 아무런 정보를 갖고 계시지 않으시는 분들께서는 적잖이 당황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서는 저처럼 당황하지 않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남깁니다.

 

 

 

3.2. Cooking (10월 19일)

 

열심히 만들어본 제육볶음과 감자조림. 제육볶음은 양파때문에 물이 너무 많이 생겼다..

 

 10월 19일은 아무런 숙제가 없는 평화로운 수요일이어야 했지만, 저는 저녁 대용으로 만들어둔 반찬이 다 떨어져서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Winco까지 걸어가는데 약 20분 정도 걸렸기 때문에 귀찮았던 것도 있었습니다. 저는 무엇을 만들지 고민하다가 한국음식인 '제육볶음'을 시도해보기로 마음을 먹고 Winco로 달려갔습니다. 돼지고기 목살 부위 1kg을 약 6$에 구입하고 Winco에서 판매하는 고추장과 고춧가루, 그리고 각종 채소들을 구매한 뒤 돌아와 오후 4시부터 요리를 시작했습니다.

감자조림은 손질까지 합쳐서 약 1시간 30분이 소요되었고, 제육볶음도 비슷하게 1시간 30분이 걸렸습니다. 미국에서 제육볶음을 도전하실 여러분들께 한 가지 조언을 드리자면, 미국에서 판매하는 고추장은 한국 고추장에 비해 '준 초고추장' 급으로 더 달고 산미가 있어 양념장의 맛이 의도와는 다르게 조금 이상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굵은 고춧가루도 없기 때문에 한국의 레시피를 그대로 따르시면 안 됩니다. 어쨌든 두 요리 모두 무사히 완성되었습니다.

 저는 제가 만든 요리를 일본인 친구인 Taiyo와 Mana, 그리고 제 Conversation Partner인 Jack에게 조금 나누어주었습니다. 특히 Jack은 요리가 너무 맛있다면서 제가 만든 음식의 반이나 가져갔습니다. 모두 맛있게 제 요리를 먹는 것을 보며 정말 뿌듯했습니다. 비록 4시간에 걸쳐서 장을 보고 요리를 하느라 힘들고 지치는 하루였지만, 그럼에도 누군가와 나눌 수 있는 게 있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했습니다. 

 

 

 

3.3. Vandal Family News (10월 21일)

 9월 초, 제가 한창 ASUB에서 피아노를 치러 다닐 때였습니다. 어느 날, 여느 때처럼 피아노를 치고 있을 무렵 갑자기 한 여성 분께서 들어와 제게 말을 거셨습니다. 자신을 Barb이라고 소개한 그분은 저를 월간 뉴스레터인 'Vandal Family News'에 저를 꼭 소개하고 싶다고 하시더군요. 저는 흔쾌히 좋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럴 기회가 많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메일을 통해 총 50가지의 질문을 받았습니다. 모든 질문을 적절하게 영어로 답하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저는 다행히도 제시된 기한까지 마무리지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주 금요일, 저의 인터뷰 내용 중 몇 개가 이메일을 통해 전교생에게 배부되었습니다. 인터뷰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Where are you from?
I’m from South Korea

What year are you in school?
I’m an exchange student from Kookmin University. I will go back to South Korea in December. I came to the University of Idaho to study English.

What is your Major?
At the University of Idaho, I’m participating in America Language Cultural Program (ALCP) for the purpose of studying English. In South Korea, I’m majoring in business and hope to work in Human Resources.

What is your favorite place on campus to relax/ hang out?
I like CEDAR GROVE in the ISUB because my hobby is playing the piano.

If you could give parents/families any thought or advice, what would you say to them?
I would want to say to them ”Remember your own dreams in your life and challenge them”. After getting a job people forget and lose their own dreams because they are so busy. I would hope my family would not forget their dreams.

What does brave and bold mean to you?
Willing to be challenged to achieve something although it is hard or barely possible.

What made you choose the University of Idaho?
I chose the University of Idaho because it had high ratings with other  Kookmin University students.

If you could only take two books on a desert island, which would you take?
If I take two books on a desert island, I would want to take masterpieces, particularly ‘The Prince’ by Niccolo Machiavelli, and ‘The Wealth of Nations' by Adam Smith. I think today’s society is based on these books.

 

 한국이었다면, 저는 그저 눈에 띄지 않는 '지나가는 사람' 한 명에 불과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이라는 낯선 땅에서는 좋던 나쁘던 저는 눈에 띄는 사람이 될 수 있었고, 학교 뉴스레터에 얼굴을 비추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이 쑥스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매우 기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