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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플스토리] 마일리지제도의 의의와 발전방향 제의

샤프펜슬s 2021. 2. 9. 22:44

0. 들어가기에 앞서

 

메이플스토리는 역사가 오래된 게임이니만큼 많은 시도가 이루어졌다. 나는 평소 여러 게임을 즐겨하는 편이지만 메이플스토리만큼 특이한 게임은 본 적이 없다. 운에 좌우하는 게임, 자본을 밝히는 게임 등 이용자들에게 여러 욕을 먹고 있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이 게임에서 기꺼이 많은 돈을 소비하기 때문이다. 나는 평소 그 이유를 궁금해왔지만 따로 깊게 생각해보지는 않았는데, 우연한 계기를 통해 (조금 과장을 보태어) 나는 이 게임의 시스템 하나하나가 운영진의 계산 아래 설계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신이 틀릴 수도 있으리라는 두려움을 안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며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어보고자 조심스럽게 이와 관련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나는 많은 메이플스토리의 시스템 중 이 마일리지 시스템은 메이플스토리가 가지고 있는 강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게임플레이만으로 가치 있는 유료 재화를 구매할 수 있다는 메커니즘은 유저들이 추구하는 게임의 방향성을 충분히 녹여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그러나 본래 유료 재화였던 것을 무료로 배포하는 것과 같은 역할을 하는 이 시스템에서 운영진은 도대체 무슨 목적을 가지고 있는가를 학문적으로 접근해본다면 무언가 알아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여 제일 먼저 마일리지를 주제로 글을 쓰기로 결정하였다.

 

 

 

 

1. 메이플스토리 마일리지 시스템에 대해

 

1.1. 마일리지란?

 

[그림1] 엘리트몬스터를 사냥하고 획득한 마일리지

메이플스토리 홈페이지에서 제공하고 있는 ‘게임정보’를 참고하면 마일리지는 게임 플레이와 캐시 아이템 구매를 통해 편리하게 모으고 넥슨캐시처럼 사용할 수 있는 적립금을 말한다. 유저는 게임 내 다양한 방식을 이용하여 마일리지를 적립할 수 있다. 획득한 마일리지는 반드시 ‘캐시샵’으로 들어가 정산하는 과정을 거쳐야 마일리지 적립이 완료되는데, 만약 이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마일리지 적립이 되지 않는다. 이렇게 획득한 마일리지는 실제 캐시샵에서 일부 아이템과 교환이 가능하거나 캐시 아이템을 할인하는 형태로 사용이 가능한데, 자신이 보유한 마일리지 한도 내에서 캐시 아이템의 최대 30%까지 할인이 가능하다. (패키지 아이템에서는 적용이 되지 않는다)

 

 

 

 

1.2. 게임 내 재화의 차이점(넥슨캐시, 메이플포인트, 마일리지)

 

메이플스토리에는 재화가 다양하게 존재한다. 우선 메이플스토리 내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메소’가 있고, 캐시 아이템으로 넘어가면 넥슨캐시와 메이플 포인트, 마일리지가 존재한다. 이들은 각각 구매 가능한 품목의 다양성에서 차이를 보인다. 아래 표는 게임 내 재화인 메소는 제외하고 현금 재화처럼 사용 가능한 마일리지, 메이플포인트, 넥슨캐시의 차이점을 살펴보았다.

 

마일리지

메이플 포인트

넥슨캐시

획득 방법

1. 넥슨캐시를 이용하여 아이템 구매

2. 게임 콘텐츠 이용을 통하여 획득

1. 게임 내 재화인 ‘메소’를 ‘메소 마켓’에서 거래

2. 넥슨캐시를 통하여 교환

기타 이벤트를 통하여 획득

1. 실제 재화를 활용한 충전

2. 기타 이벤트를 통하여 획득

활용성

코디

아이템

(상하의 등)

‘카르마의 진주’ 등 일부 아이템 교환 불가

O

O

게임

아이템

(잠재능력 재설정)

‘마일리지샵’이라고 마련된 별도 탭 내에서만 구매 가능 (월별 수량 한정)

O

O

확률형

아이템
(로얄스타일, 원더베리 등)

X

O

O

(펫, 펫스킬, 생명의물)

O

O

O

패키지

X

BTS패키지 등 일부 패키지는 메이플 포인트로 구매 불가

O

성형

X

O

O

강화

아이템

O

O

O

 

 

 

2. 마일리지의 효과

 

 관여도(level of involvement)란 구매 대상에 대하여 관심을 갖는 정도나 중요하게 여기는 정도를 뜻한다. 아주 단적인 예시로 살펴보면 우리가 흔히 고가의 가전제품을 구매한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우리는 열심히 발품을 팔아가면서 가격비교를 하면서 의사결정을 최후까지 미룰 것이다. 반면 저가의 제품들, 예컨대 담배나 술, 군것질거리 등을 구매할 때는 큰 고민을 하지 않는다. 이처럼 관여도가 높을수록 의사결정 과정에 투입되는 비용이 더 증가한다[각주:1]. 관여도는 가격 이외에도 많은 변수에 의해 결정된다. 아무리 고가의 가전제품이라 할지라도 누군가의 마음속에서 구매하기로 계속 고려되었다면 곧바로 구매할 것이다(관여도가 낮아질 것이다). 반면 아무리 낮은 가격의 제품이라고 해도, 그 제품을 구입하고 사용하면서 입을 손실이 크게 와 닿는 사람이 있다면 섣부르게 구매하지 못한다(관여도가 높아진다).

 

 

 

 1.2.에서 살펴보았듯 마일리지는 메이플 포인트와 넥슨캐시와는 다르게 사용처가 매우 제한적이므로 게임 이용자에게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마일리지를 적립하고 사용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무척 흥미롭다. 먼저 마일리지를 적립하기 위해서는 상기 설명한 과정을 통해서 마일리지를 획득한 후 반드시 캐시샵에 접속해야 적립이 완료되어 사용할 수 있다. 또 마일리지를 사용해서 아이템을 구매할 때는 넥슨캐시를 이용해서 아이템을 구매하는 방식과 완전히 동일한 과정을 거친다. 이러한 행위들은 게임 이용자가 캐시 아이템에 더 자주 노출시켜 자연스럽게 게임 아이템을 받아들이도록 유도하며, 실제 넥슨캐시를 이용하여 구매하는 것과 같은 과거 경험을 심어주어 캐시 아이템에 대한 게임 이용자들의 거부감을 없애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구매 관여도를 낮추는 효과를 보여준다. 이러한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가 메이플스토리 ‘호신 부적’의 효과 변경에 대한 유저들의 반응이다.

 

[그림2] 메이플 유료재화아이템 '호신부적'의 효과변경과 관련한 부정적 여론
[그림3] 메이플 유료재화아이템 '호신부적'의 효과변경과 관련된 수용여론

 

 메이플스토리에서는 2020년 12월 17일에 게임 캐릭터가 사망하면 기존의 경험치를 소모하는 대신 경험치 획득량과 아이템 드랍률을 각각 80%로 낮추는 디버프를 레벨에 따라 5분에서 130분까지 받도록 변경하였다. 그리고 게임캐릭터가 사망하면 경험치가 소모되는 것을 막아주는 호신 부적의 효과를 사망 시 받는 디버프를 해제하는 효과로 변경하였다. 그러자 ‘잘 팔리지 않는 캐시 아이템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냐’처럼 불편함을 드러내는 의견과 ‘마일리지를 사용해서 구매하면 되지 않느냐’처럼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두 가지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기도 했다. 사실 게임 중 캐릭터가 사망하는 일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이때 기존의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 즉 사망 시 경험치 획득량 및 드랍률을 감소시키는 디버프를 거는 방법으로 변경한 것은 운영자가 유료 재화 아이템을 조건으로 두고 정상적인 게임 진행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결코 바람직한 패치라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많은 기존 게임 이용자들은 운영진의 이러한 결정을 쉽게 수용했고, 그 이유를 마일리지에서 찾았다는 사실은 마일리지가 얼마나 게임 이용자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이다. 그리고 전액 마일리지를 활용해 ‘호신 부적’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다는 사실도 운영진의 정책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발생하는 원인에 힘을 실어주었을 것이다.

 

 

 게임 이용자가 얼마나 해당 게임에 깊게 빠져드느냐, 타 게임에서 아이템을 구매해본 경험이 있는가 등 여러 변수에 따라서 달라지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게임 아이템은 오직 그 게임 내에서만 사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관여도가 비교적 높은 제품이다. 그렇기에 게임 아이템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관여도를 충분히 낮추어 사람들이 게임아이템을 구매한다는 행위 자체에 거부감을 들지 않도록 만들어야 하며 마일리지는 자신의 영역 안에서 그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여기에는 마일리지뿐만 아니라 최근 급속히 떠오르고 있는 유튜브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자신의 구매 경험이 관여도를 낮추는데 기여했던 것처럼, 타인의 구매 경험을 관찰하는 것도 관찰자의 간접경험으로 이어져 관여도를 낮추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간접경험이 구매 경험으로 이어진다는 가설의 직접적인 증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간접적으로 관계성을 찾아볼 수 있다. 맛집과 SNS 정보 품질과의 연관성을 연구한 자료를 살펴보면, 맛집 SNS 정보에 대해 이용자들이 재미와 흥미를 유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또 맛집에 대한 관심이 높고 선택 시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용자일수록 타인과의 공감대와 간접경험에 대한 생생함을 높게 느낄수록 만족도가 높아진다고도 말하였다. 거기에 이용자의 만족도는 맛집을 실제로 방문하고자 하는 신념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를 게임 아이템에 적용시킨다면 적시성이 뛰어난 흥미롭고 재미있는 각종 유튜브 영상들이 게임 이용자를 만족시켜주는 것은 물론 실제 구매로 이어지게 만들 수도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맛집과 온라인게임 아이템 모두 이용자의 선택을 받아 비용을 소비하여 찾아가거나 획득해야 하는 재화(서비스)인 만큼 동일선상에서 생각해볼 여지는 충분하다[각주:2].

 

 

 한편 마일리지는 할인권과 같이 작동하므로 게임 이용자의 게임 아이템 구매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을 완화하고 게임아이템의 판매량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게임사 입장에서 게임아이템 장사는 원가도 전혀 들지 않는 제품이므로 판매금액을 온전히 자신의 몫으로 가져올 수 있다. 그러므로 할인을 하더라도 전혀 손해 보지 않는다. 오히려 마일리지를 통해서 게임이용자의 게임아이템 구매량이 크게 높아질 경우 상황에 따라 이익을 볼 수도 있다. 물론 이것이 게임 이용자에게 나쁜 이야기는 아닌 것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게임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고 일부 아이템은 전액 마일리지로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게임 이용자들은 게임사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된다.

 

 

 

3. 마일리지 제도의 향후 방향성은 어떻게 될까?

 

 마일리지는 메이플 포인트, 넥슨캐시와 달리 사용할 수 있는 범위도 한정되어 있으므로 ‘재화’의 관점에서는 무척 가치가 낮았다. 그럼에도 몇몇 아이템은 전액 마일리지를 이용하여 구매할 수 있었고, 할인권의 가치도 있었기에 널리 활용될 수 있었다. 필자는 마일리지를 통해서 게임 사용자들은 평소라면 가게 될 일이 없는 캐시샵을 더 자주 방문하게 되었고, 실구매 경험을 축적하면서 캐시 아이템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고 이들에 대한 관여도를 낮추는데 크게 기여하였다고 평가했다. 뿐만 아니라 할인권으로서의 마일리지는 게임 아이템을 넥슨캐시로 구매하는 사람들에게 아이템 구매의 심리적 부담감을 낮추고 단일 가격의 가격 또한 낮추어 물건을 더욱더 많이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마일리지는 운영사에게 이익을 가져오는 것뿐만 아니라 게임 이용자들에게도 이익을 가져다주었기에 운영사는 이미지 향상라는 부가 효과까지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마일리지는 두 가지의 문제점이 있다. 첫 번째는 너무나 제한적인 사용처이다. 메이플 포인트나 넥슨캐시에 비해서 구매할 수 있는 품목이 크게 적다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이것은 운영진에 의해 의도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마일리지로 전액 지불하여 구매 가능한 품목을 몇 문장으로 간단히 정리해보면, 그 가치 정도를 ‘적당히 캐릭터를 꾸미고 간단하게 게임의 편의성을 개선시켜줄 정도’라고 말할 수 있는데 게임에 깊게 빠지지 않은 계층이 잠깐 즐기기 위해서는 딱 그 수준의 보조만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미 메이플에는 ‘메이플 포인트’라는 다른 하나의 재화가 존재하는데, 마일리지의 사용처가 확대되면 메이플 포인트와 역할이 겹치면서 유명무실하게 변하게 될 수 있다. 그러므로 마일리지 제도를 발전시키는데 사용처를 확대하는 건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른 하나는 제한적인 할인권 사용이다. 특히 세트로 판매하는 제품에는 할인이 적용되지 않는 문제가 존재하는데, 세트로 구성된 제품은 이미 할인이 적용되어 가격이 산출되기 때문이다. 만약 세트로 구성된 제품에도 마일리지를 이용한 할인이 가능하다면(할인의 비율을 크게 낮추더라도), 더욱더 많은 사람들이 세트 아이템을 구매하는데 심리적 부담감을 완화시켜 쉽게 아이템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잠재능력을 재설정할 수 있는 레드큐브를 예로 든다면, 일반적인 12개입 세트가 10,800원이라면 마일리지를 통해서 10,000원으로 할인할 수 있는 정도를 말하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점은 일반적으로 게임 이용자가 온라인게임에 돈을 지불하는 단위인 만 원 단위(불가능하다면 천 원 단위)를 지켜주어야 한다. 10,800원, 19,800원처럼 형성되는 ‘단수 가격’은 절대 가격에 비해서 제품이 저렴해 보인다는 장점이 있지만, 온라인 상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입장에서는 애매하게 와 닿아서 도리어 제품 구매를 망설이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 게임사는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세트 아이템을 구매하는 계층의 구매력을 고려하여 정책을 꾸려나가야 할 것이다. 만약 세트아이템을 구매하는 대다수의 계층이 높은 구매력을 지녔다면 (메이플스토리에 많은 돈을 꾸준히 소비하는 사람들이라면) 마일리지를 이용한 세트아이템 할인은 어리석은 결정이 될 것임을 인지해야 한다. 이들은 이미 메이플스토리의 충성고객이므로 가격이 조금 낮아지더라도 변화를 크게 체감하지 못하기 때문에 가격을 내린 만큼 효과를 보기 힘들다. 반면 중간/낮은 구매력을 지닌 계층(중간/낮은 금액을 꾸준히 메이플스토리에 소모하는 계층)이 세트아이템을 주로 구매하고 있다면 마일리지를 이용한 세트 아이템의 할인은 고려해볼 만하다. 이들은 가격의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기에 소모하는 금액이 마일리지로 할인한 금액보다 더 많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정리하면 앞으로 마일리지의 방향성은 구매 가능 제품의 가짓수 증가보다는 할인 대상의 확대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다. 다만 게임 아이템을 구매하는 유저의 구매력을 두고 과연 할인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 이익인지를 깊게 고민해가면서 게임사는 현명하게 접근해야 한다.

 

 

 마일리지 제도는 오직 게임에 투자하는 시간만으로 게임 이용자가 유료 게임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거나 할인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제도가 더욱 확대되어 더 많은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이나, 부분 유료화라는 제한적인 수익구조를 지닌 게임의 구조상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그렇기에 마일리지의 발전방향 또한 게임사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자 노력하였다. 게임을 사랑하는 한 유저로서 게임이 무궁한 발전을 이루어나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마친다.

 

  1. 전사적 관점의 마케팅, 이수동 외 4명, 173p [본문으로]
  2. 이광옥, 맛집에 대한 관여도 수준에 따른 SNS 정보 품질이 만족도 및 방문의도에 미치는 영향, 관광연구저널 제34권 제8호(2020) 201-202p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