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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시장에 대한 고찰] 넥슨, 변화를 보여주어야 할 때

샤프펜슬s 2021. 3. 7. 17:37

0. 들어가기에 앞서

 

 기업의 수명은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그리 길지 않다. 국내 기업의 1995년 시가총액 순위와 2020년 시가총액 순위를 놓고 서로 비교해보면, 10위권 내에서 꾸준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기업은 삼성전자, LG, 현대차 정도밖에 없다. 1995년 시가총액 1위였던 한국전력공사는 10년 뒤인 2005년에는 순위권에서 사라졌으며, 당시 3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포항종합제철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각주:1]. 시가총액이 기업의 모든 것을 설명해주지는 않으나, 기업의 흥망성쇠가 얼마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좋은 예시일 것이다.

 

 

 그래서 기업은 자사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브랜드 가치를 꾸준히 올리기 위해서 경영혁신을 진행해야 한다. 개발되지 않은 시장을 탐색하고 효율적인 생산을 위해 노력해야 하며, 전사적 관점에서 마케팅을 실천해야 한다. 혁신에 성공한 기업은 흥하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망한다. 이번에 쓰고자 하는 이야기는 바로 이와 관련되어 있다.

 

 

'1. 넥슨의 출현과 성장에 대한 평가' 작성 시 아래의 문서를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음을 미리 밝힙니다.

- 김태경 외 3인(2009), ‘온라인 게임 비즈니스의 재편과 도전 : 넥슨의 사례를 중심으로(Reorganization and Challenge of Online Game Business: A Study on Nexon)’, 한국경영학회 제12권 제3호(2009. 2) 111-133p

 

 

 

1. 넥슨의 출현과 성장에 대한 평가

 

 넥슨이 창립되던 시기는 엔씨소프트의 MMORPG 게임인 리니지가 국내 온라인 게임 산업을 확고히 차지하고 있던 시절이었다. 리니지는 게임을 좋아하는 20대-30대 남성층을 노리고 만들어진 게임으로, 이들의 성공이 강하게 자리 잡았기에 넥슨은 엔씨소프트에 밀려 위축되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넥슨은 엔씨소프트에 굴하지 않고 게임 하나를 출시하였는데, 바로 바람의 나라였다. 1996년 4월에 서비스를 시작한 바람의 나라는 원작 만화 ‘바람의 나라’를 바탕으로 제작된 세계 최초의 그래픽 기반 온라인 게임이다. 당시 온라인 게임은 텍스트 기반인 MUD(multi user dungeon)로 움직였으나, 세계 최초로 그래픽 기반인 게임을 제작했다는 점[각주:2]에서 기술적 혁신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할 수 있으며, 이것은 곧 제품 관점에서의 경영혁신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또 넥슨은 세계 최초로 부분 유료화(free to play) 모델을 도입한 기업이기도 하다. 당시 온라인게임은 ‘정액제’라고 하여 쉽게 말하면 게임 접속 시간을 돈 받고 판매하는 형태였다. 그러나 넥슨은 ‘퀴즈퀴즈’ 게임의 수익모델을 정액제에서 부분 유료화로 전환하였다. 게임은 무료로 접속하고 일부 아이템을 유료로 판매하는 전략을 구상한 것이다. MMORPG와 다르게 캐주얼 게임인 ‘퀴즈퀴즈’에 고정적으로 게임에 기꺼이 지출할 사람이 많이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지만, 당시로써는 획기적인 시도였다.

 

 

 이 시도를 통해 넥슨은 부분 유료화가 시작된 지 한 달 만에 누적 매출 2억 원을 돌파하였고, 업계 최초로 실제 의류 브랜드를 캐릭터 아바타에 활용하여 간접광고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컬래버레이션 전략이 등장하기도 하였다.[각주:3] 부분 유료화라는 수익모델은 당시에도 기업에 큰 이익을 가져다주었으며, 현재 우리나라 온라인게임의 대다수 수익모델이 부분 유료화로 채택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것은 수익모델 창출 측면에서 넥슨의 두 번째 경영혁신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넥슨은 다른 기업이 보지 못하는 한 수 앞을 내다보았고 성공적으로 수익창출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넥슨은 국내에서 최초로 ‘확률형 아이템’을 통해 수익창출을 시도했던 기업이기도 했다. 2005년 메이플스토리에서 알 모향의 캡슐형 아이템인 ‘부화기’를 출시하여 알을 부화시켜 일정 확률로 희귀한 아이템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이후 ‘확률형 아이템’ 방식은 수많은 이용자의 비난과 함께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면서 많은 게임사의 주 수입원으로 자리 잡았다.[각주:4]확률형 아이템은 현재까지도 많은 게임사에 다양한 방법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수익 구조 측면에서의 경영 혁신이다. 돈을 사용한 만큼 대가를 얻을 수 없다는 점은 부정적으로 바라봄이 마땅하나 확률형 아이템이 2021년 현재까지 기업에게 가져온 엄청난 부는 무시할 수 없다.

 

 

 이처럼 넥슨은 수많은 경영혁신을 통해서 2005년도에 매출액이 천억 원을 겨우 돌파했던 때와는 달리 2020년도에는 매출액이 5조 원을 돌파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을 정도로 큰 규모가 되었다[각주:5]. 그리고 대한민국의 대표 게임업체를 꼽으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그 손가락 안에는 반드시 넥슨이 들어갈 만큼 사람들의 인지도도 크게 높이는 데 성공하였다.

 

 

 

2. 2021년 확률형 아이템 문제와 관련하여 : 넥슨의 자승자박

 

 선두기업의 이점을 꼽는다면 우선 새로 진입하는 기업을 압도적인 자금력과 개발력으로 저지할 수 있다는 점과 새로운 시장을 발견하고 그 자리를 선점할 수 있는 추진력이다. 넥슨은 적극적으로 게임 개발을 진행했지만 좋은 성과는 얻지 못했다. 특히 메이플스토리나 서든어택과 같은 넥슨 게임의 대표 격인 게임들의 차기작이 크게 실패하였고 야심 차게 내놓은 신작 또한 게임 내 발생한 다양한 문제로 인해서 게임이용자를 끌어 모으는데 실패했다. 현재까지도 넥슨 게임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게임들은 과거에 만들어진 게임이므로 결과만 놓고 말한다면 게임 세대교체에 실패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것은 과거의 혁신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도 말할 수도 있으며, 이들이 과거의 영광에 매달려 있다면 그들의 운영방식 또한 고집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에 좋은 상황은 아니다.

 

 

 또 넥슨의 세 번째 경영혁신이었던 ‘확률형 아이템’에 과도하게 의존한 점도 넥슨의 실패로 꼽을 수 있다. 2005년 메이플스토리에 등장한 확률형 아이템은 각 게임으로 퍼져 다양한 형태로 변화-악화라고도 말할 수 있지 않을까-하여 자리 잡고 말았다. 만약 확률형 아이템이 건전하게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에 안착했다면 큰 문제로 번지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넥슨은 악랄한 확률형 아이템과 더불어 정보를 잘 제공하지 않는 게임 운영방식을 고집하여 화를 키웠고, 이것은 현재 넥슨의 마비노기, 메이플스토리 등 대표 격 게임들이 맞고 있는 ‘트럭시위’ 사태를 야기하고 말았다. 과거의 ‘부분 유료화’나 ‘확률형 아이템’과 같은 새로운 수익구조를 창조했던 경영혁신의 신화가 도로 그들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나는 ‘정보를 잘 제공하지 않는 넥슨의 게임 운영방식’에 대하여 조금 더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나는 앞선 글에서 게임사와 운영자, 그리고 게임 이용자가 게임을 유지하는 원동력은 ‘기대감’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운영사가 게임 이용자에게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도 되었던 이유는 ‘올바르게 게임을 운영하리라 생각하는 기대감’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과 수년 만에 세상은 크게 바뀌었다. 높은 수준의 해외 게임이 별도의 진입장벽 없이 국내로 유입되었으며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의 수준이 크게 향상되었다. 정보를 제공하지 않더라도 게임 이용자가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는 시절은 이미 지나갔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넥슨도 고객응대와 관련하여 바꾸어나가며 이용자의 수준을 맞춰나가기 위해 노력했어야 했다. 하지만 넥슨은 그러지 못했고 이용자의 불만을 충분히 수용하여 반영하지 못한 결과 현재의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길게 적어두었지만 결국 넥슨을 한 문장으로 평가하면 다음과 같다. ‘수차례에 걸친 경영혁신으로 선두기업과 나란히 서는 데는 성공했지만 압도적인 자금력과 개발력, 동종업계보다 먼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추진력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지 못했다.’

 

 

 

3. 넥슨이 나아가야 할 방향

 

 일반적인 상품을 기준으로 마케팅 관리 이념의 진화를 나열하면 생산지향적 개념 – 제품지향적 개념 – 판매지향적 개념 – 마케팅지향적 이념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기업은 제품의 생산단가 감소 및 효율화를 위해서 노력한다(생산지향적 개념). 하지만 제품을 생산하는 각 기업의 경쟁이 치열해지면 기업은 제품을 생산하는 것뿐만 아니라 제품을 잘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다만 여기서 ‘제품을 잘 만든다’는 말은 소비자 입장이 아닌 생산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것으로 불량률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단계에서 그친다는 한계가 있다(제품지향적 개념).

 

 

 산업에서 제품 생산이 체계화가 완료되면 제품의 품질이 평준화되어버린다. 그러면 기업은 제품을 판매해야 하는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효과적인 촉진 활동과 강력한 판매조직을 구축하여 고압적으로 판매해나가는 것이다(판매지향적 개념). 다만 이 때문에 소비자의 저항을 받는 등의 문제점에 직면하면서 기업은 자연스럽게 마케팅지향적 이념으로 변화한다. 마케팅지향적 이념에서는 생산지향적 개념부터 판매지향적 개념까지를 모두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시작한다. ‘제품을 잘 만든다’는 개념을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물건을 ‘팔리는 것’이 아닌 ‘사주는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각주:6].

 

 

 내가 마케팅 관리의 이념의 진화를 두 문단에 걸쳐 길게 설명한 이유가 있다. 일반적인 상품을 생산하는 기업의 사례를 게임사와 완전히 겹쳐서 보는 건 무리가 있다는 것은 일부 인정한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서 보아야 하는 부분은 마케팅지향적 이념 전후로 기업이 소비자를 고려하느냐, 고려하지 않느냐로 나뉘는 시점이다. 현재 넥슨은 자사의 유료 아이템을 판매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게임 이용자에게 확률을 고지하지 않는 등 운영사 중심적으로, 고압적인 태도를 취했었다. 이는 결국 트럭시위와 같은 게임 이용자의 저항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므로 넥슨은 마케팅의 이념을 받아들여 소극적으로 소비자의 불만에 대응하는 형식이 아닌 기업이 먼저 소비자의 불만을 탐색하고 이를 수정해나가야만 한다.

 

 

 넥슨은 현재 소비자에게 거센 저항을 받고 있는 ‘확률형 아이템’의 의존도를 크게 낮춤과 동시에, 2005년에 새로운 수익모델인 ‘확률형 아이템’을 내놓았던 것처럼 또다시 새로운 수익모델을 구상해야 한다.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표기하는 건 소비자의 저항에 대한 방어적 태도로 비칠 수밖에 없는 만큼 다른 ‘신의 한 수’를 보여줄 때가 된 것이다. 또 게임 이용자가 게임에서 경험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려해보고 자사 게임의 강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한 후 그에 맞춘 서비스를 운영함과 동시에 유료 아이템을 구상해야 한다.

 

 

 여러 불행 중 한 가지 다행인 점은 넥슨의 게임들이 시간이나 돈을 많이 투입해야만 즐길 수 있었던 게임들이었음에도 게임 이용자들이 돈이나 시간을 사용해가며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는 즉 넥슨의 게임들이 게임 이용자의 이목을 끌만큼 매력적이고, 충성고객이 많이 존재한다는 점을 반증한다. 쉽게 말해 넥슨 게임의 불행을 진심으로 바라는 소비자는 많이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그러므로 이용자 위주의 운영만 잘 지켜준다면 ‘스타[각주:7]'정도의 이익을 벌어다주지는 않더라도 ‘캐시카우[각주:8]’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하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넥슨은 캐시카우의 게임들 정도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과거 바람의 나라나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처럼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획기적인 게임을 내놓아 게임의 세대교체를 진행해야 하고 자사 사업의 ‘스타’를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것을 내놓지 못하는 기업은 자연히 수명이 다하므로 게임의 세대교체는 기업의 사활을 위해서라도 필사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지금 당장 눈에 나타나지 않더라도 반드시 언젠가는 벌어질 일이므로 선두기업의 이점을 이용하여 적극적으로 개발에 투자하면서 후발주자와의 거리를 크게 벌려놓아야 한다.

 

 

 넥슨은 IT계열 회사이므로 그 어느 산업보다도 빠르게 변화하고 말랑말랑하게 조직을 운영해나가야 한다. 내가 현재 넥슨이 받고 있는 수많은 질타에도 불구하고 넥슨에게 가능성을 걸고 있는 이유는, 과거 넥슨이 거쳐왔던 수많은 경영혁신의 순간과 위기관리 능력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넥슨은 소비자에게 현재의 문제를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변화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어 부디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회사로 발돋움하기를 바란다.

 

 

 

 

 

  1. 박재원, ‘5년 前 시총 ’톱10‘ 중 삼성전자 등 3곳 빼고 모두 탈락’, 2020. 6. 11. 한국경제. [본문으로]
  2. 김진욱, ‘세계 최초의 그래픽 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 초기 버전 복원된다’, 2013. 7. 8. 매일경제. [본문으로]
  3. 남지율, ‘[망겜의 추억] 국산 퀴즈 게임에 큰 족적을 남기다’, 2019. 8. 28. smartPC사랑. [본문으로]
  4. 윤진우, ‘‘게임 조작‘ 시인한 넥슨 “모든 아이템 확률, 실시간으로 공개하겠다”’, 2021. 3. 5. Chosun Biz. [본문으로]
  5. 오시영, ‘넥슨 ‘통큰 투자’ 전직원 연봉 800만원 인상, 신입 초임 5000만원, 2021. 2. 1. ITChosun. [본문으로]
  6. 이수동 외 3명, ‘전지적 관점의 마케팅(4판)’, 학현사, 13-17p [본문으로]
  7. 성공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에 자리 잡는 데 성공하여 시장점유율 다수를 차지한 사업 [본문으로]
  8. 시장이 성장할 가능성은 낮으나 높은 점유율을 통해서 꾸준히 돈이 들어오는 사업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