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들어가며
내가 처음 ‘디자인경영’ 수업을 듣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특별할 것 없었다. 이전 학기 ‘혁신상품관리’ 수업을 들으면서 ‘경영학도라면 디자인경영은 한 번쯤 경험해보아야 한다’는 교수님의 추천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학교 팀플로 진행하는 수업이라고 해봐야 어차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있어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학기 동안 디자인경영 수업에서 배우고, 경험하고, 생각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나는 ‘디자인경영’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디자인경영은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는 시각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으며, 차후 다른 과정에도 반드시 적용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의미 있는 수업이었다.
1. 최종 선정 주제 : 어떻게 하면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계단을 사용하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인가?
2. 팀원 : 4명
3. 프로젝트 기간 : 3학년 2학기 중 (2021년 9월 1일(개강) ~ 2021년 12월 13일(발표))
4. 수행절차
디자인씽킹 과정을 진행하면서 우리는 총 네 차례의 주제 변경을 경험하였다. 그러므로 최종 선정 주제와는 별개로 ‘우리가 왜 주제를 변경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어떤 시행착오를 거쳐서 지금의 결론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편이 차후 이와 유사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하였다. 따라서 나는 이전 보고서와 다르게 ‘주제를 선정하게 된 배경’을 수행절차에 포함시키도록 한다.
수행절차는 아래와 같다. 디자인씽킹 과정은 스탠퍼드 대학교의 D.School 5단계 방법론으로 진행하였으며, 웹사이트는 miro를 사용하였다.
① 주제선정 - ② 공감하기 - ③ 정의하기 - ④ 아이디에이션 - ⑤ 프로토타입 - ⑥ 프로젝트 발표
① 주제선정
(1) 큰 주제 선정
처음 주제를 선정할 때 우리는 어떤 것을 주제로 정해야 할지, 어떤 주제가 좋은지를 두고 갈피를 잡지 못해 우왕좌왕했다. 그러던 중, 한 팀원이 “저는 지하철에 관련된 주제로 진행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면서부터 이야기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우리는 해당 키워드를 잡고서 오랜 논의를 진행한 끝에 (1) 팀원 4명 다 지하철을 자주 이용한다는 점, (2) 차후 오프라인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지하철역을 주제로 잡는 것이 훨씬 수월할 것이라는 점, (3) 지하철을 주제로 진행한다면 ‘공감하기’가 비교적 수월할 것이라는 점 등을 근거로 “지하철”과 관련된 주제를 선정하기로 결정하였다.
(2) 세부 주제 논의
우리는 일전에 정해진 ‘지하철’이라는 큰 주제를 놓고 세부 주제를 무엇으로 정할지 의견을 나누기 위해 ‘지하철에서 불편했던 점’을 가지고 브레인스토밍을 진행하였다. 그다음 도출된 의견을 ‘디자인씽킹 식 질문’의 형태로 바꾸었다. 예컨대 ‘지하철 내에서 휴대폰을 충전하고 싶다’ 거나, 혹은 ‘지하철 각 칸의 사람들 밀도를 미리 알려줬으면 좋겠다’, ‘내가 희망하는 역 근처로 오면 알림이 왔으면 좋겠다’ 등의 의견을 각각 ‘어떻게 하면 지하철 내에서 휴대폰 배터리를 관리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한산한 지하철 칸에 탑승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역을 지나치지 않을 수 있을까’처럼 의견을 열린 질문 식으로 바꾸는 것이다.
나는 “지하철 출퇴근 시 사람들이 몰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었고, 이를 ‘어떻게 하면 지하철 출퇴근 시 사람들이 몰리지 않도록 만들 수 있을까’와 같은 형태로 바꾸어 제시하였다. 우리는 각자 제시한 의견을 가지고 팽팽하게 대립하였다. 실제로도 제시한 의견이 모두 매력적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고심 끝에 투표를 통하여 주제를 선정하기로 하였다. 그 결과, 내 의견이 세부 주제로 선정되었고, 우리는 이를 토대로 ‘공감하기’ 단계를 진행하기로 결정하였다.
② 공감하기
공감하기 단계에는 프로젝트 진행자가 소비자의 관점에 매우 접근하는 것을 중점으로 한다. 설문조사 등 기존 전통적 조사방식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무척 제한적이고 추상화된 결론만 도출된다는 문제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감하기'에서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문제점을 분석하여 보다 구체화된 결론을 소비자에게서 이끌어내도록 한다. 다만 여기서 주의할 점은, “공감과 동정은 다르다”는 것이다. 공감이란, 그 사람의 상황이나 처지를 이해하는 것으로 자기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적다. 반면 동정은 그 사람의 상황이나 처지를 이해해주는 것을 넘어 자기 주관에 의한 가치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존재한다. 만약 ‘공감하기’ 단계에서 조사자의 가치판단이 개입된다면 올바른 ‘공감하기’를 진행했다고 말하기 어려우며, 소비자의 입장에 완전히 몰입하는 것을 실패하였기에 올바른 결과물이 나오기 힘들다.
공감하기 단계에서 취할 수 있는 행동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 중 우리는 관찰과 체험, 그리고 인터뷰 중에서 선택하였다. 나는 이 중에서 ‘체험’과 ‘인터뷰’를 진행하기로 결정하였다. ‘관찰’의 경우 수상한 사람으로 오해를 받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인터뷰’와 ‘체험’과 관련된 내용은 아래 상세하게 적도록 한다.
(1) 인터뷰
우리는 ‘공감하기’ 단계를 진행하기 이전에 인터뷰 질문을 구상하기로 결정하였고 내가 제시한 인터뷰 질문이 임시로 채택되었다. 내가 제시한 질문은 아래와 같다.
주요1. (인터뷰 대상자)는 얼마나 자주 지하철을 이용하시나요?
- 지하철을 이용하시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 지하철을 주로 이용하는 상황은 언제인가요?
- 지금 상황에서 지하철을 제외한 다른 교통수단을 활용하지 않으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주요2. (탑승 전) (대상자)는 지하철 안에 사람들이 가득 차 있을 때 어떻게 행동하시나요?
- 그렇게 행동하시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 이와 관련된 경험이 있으시면 자세히 말씀해주세요.
- 이 상황에서 (대상자)는 어떤 느낌을 가지고 있는지 알려주세요.
주요3. (탑승 중) 가득 찬 지하철에서 (대상자)가 하차 시 곤란한 상황이 발생하셨던 경험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 이런 곤란한 상황에서 (대상자)가 느꼈던 감정이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 하차 시 겪었던 곤란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어떻게 행동하시나요?
- (위 질문과 연계하여) 그렇게 행동하신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주요4. (하차 후) 지하철 하차 후 과밀한 역사 내에서 곤란했던 경험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 곤란했던 경험과 관련하여 (대상자)가 느낀 감정이 무엇인지 자세히 알려주세요.
- 하차 후 경험을 극복하기 위하여 어떠한 행동을 주로 하시나요?
- 그 행동이 불편한 상황을 극복하는데 어떠한 도움을 주었나요?
주요5. 지하철에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그렇게 생각하시는 근거는 무엇인가요?
- 이와 관련된 주변인의 사례가 있으면 알려주세요.
위와 같이 인터뷰 질문은 (1) 토대가 되는 질문 하나와, (2)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세부 질문으로 구성하였다. 다만 디자인씽킹의 경우, 소비자의 경험을 매우 중시하기 때문에 인터뷰 틀 내에서만 질문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뷰 대상자에게 답변을 받으면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에 관하여 다시 질문하는, 이른바 ‘꼬리물기식’ 질문을 진행해야 한다. 그래야 인터뷰 대상자에게서 생각하지도 못한 내용을 끄집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실제 인터뷰를 진행할 때 위 질문 목록을 그대로 따라가지 않고, 상황에 따라서 조금씩 바꾸어 질문하였다.
나는 해당 질문지를 토대로 지하철을 이용하여 출퇴근을 하는 20대 여성인 누나(Ideal extreme)와 지하철을 잘 사용하지 않는 50대 여성인 엄마(opposite extreme), 그리고 3호선 고속터미널역으로 가서 보험회사 영업업무를 진행하시는 70대 남성(ideal extreme)과 무직인 70대 남성(ideal extreme)에게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실제로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나는 아래와 같은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
첫째, 사람들이 지하철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1) 버스보다 이동시간이 효율적이며 (2) 버스보다 도로, 기상 등 각종 상황에 의해 발생하는 시간적 변수가 적다. 즉 안정적이고 확실한 교통수단을 선호하고 있었다. 이는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목적지까지 ‘편하게’ 가는 것보다 ‘빠르게’ 가는 것에 높은 가치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둘째, 사람들은 아무리 사람이 많더라도 과밀한 지하철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과밀화된 상황에 벗어나기 위해서 지하철 한두 개를 넘기는 행위 자체가 굉장한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셋째, 사람들이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부분은 과밀한 지하철에 어쩔 수 없이 탑승해야 하는 상황 그 자체였다.
넷째, 지하철에서 가장 혼잡한 시간은 출퇴근 시간이었다.
다섯째, 노인들은 65세 이상 교통혜택으로 인해 버스보다는 지하철을 선호하였다. 이들은 시간대를 가리지 않고 지하철을 이용하지만, 지하철이 붐비는 시간대에는 이용을 회피한다. 이는 즉 노인들이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을 혼잡하게 만드는 주원인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많이 아쉬웠던 점은, 가족에게 질문했던 것보다 완전한 타인에게 질문했을 때 시간이 촉박하여 많은 내용을 질문하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우리가 진행했던 시간은 비교적 여유로운 점심시간대였는데, 그럼에도 사람들은 인터뷰를 받는 것을 많이 꺼려했고, 실제로 인터뷰를 진행하더라도 많은 내용을 답변하려고 하지 않았다. 이는 물론 우리의 인터뷰 진행 능력도 한몫을 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2) 체험
나는 고속터미널역 근처에서 인터뷰를 진행한 후 18:20까지 기다렸다가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오며 ‘체험’을 진행하였다. 체험 장소는 ‘7호선 반포역’부터 집 근처 역사로 ‘7호선 반포역’부터 환승역까지를 상황1로, 환승역부터 집근처 역사까지를 상황2로 나누어 진행하였다. 체험 일자는 2021년 10월 7일 오후 18:20부터 19:00까지 약 40분간 진행되었다.
‘체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소한 경험 모두 빼놓지 않고 직접 체험한 바를 기록하는 것이다. 디자인씽킹을 하면서 매우 인상 깊게 느꼈던 부분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경영학은 자료를 수집하여 이를 토대로 객관적이고 일반화된 결론을 도출하고자 노력하는 반면, 디자인씽킹에서는 객관적이고 일반적인 결론보다는 세부적이고 주관적인 행위에서 나오는 영감을 더욱 중요시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나는 체험을 진행할 때 (1) 어떤 상황에서 내가 무슨 행동을 하였는지, (2) 주변 사람들은 어떤 행동을 취했는지, (3) 그 상황에서 나는 무슨 감정을 느꼈는지로 나누어 표로 정리하였다. 그리고 셀프 카메라 모드로 동영상을 촬영하여 최대한 그 상황의 정보를 ‘있는 그대로' 담아내고자 노력하였다.
모든 체험이 끝난 후, 나는 내가 겪었던 모든 것들을 정리함과 동시에, 체험을 통해서 얻을 수 있었던 부분을 고민해보았다.
첫째, 지하철을 탄 사람들은 몸을 쉽게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갑갑한 상황임에도 다른 선택지를 고려해두지 않았다.
둘째, 지하철을 이용해본 결과, 아직까지 버스나 택시 등에 비해 지하철이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우위에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셋째, 지하철을 타고 내려갈 때 이미 요금을 지불한 이후 플랫폼으로 내려가 대기하는 형태인데, 이는 소비자가 변심에 의해 다른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려고 해도 플랫폼 안으로 들어온 이상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넷째, 과밀화된 지하철에 탑승하면서 손잡이가 중앙라인에 존재하지 않아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는 등 다양한 불편사항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 내 체험은 교수님께 우수사례로 꼽히게 되었지만, 교수님께서는 내 통찰 부분에 주목한 것이 아닌 내가 체험했던 사소한 부분들에 주목하고 계셨다. 예컨대 ‘집에 가는 동안 다리가 아파서 몇 번이나 주물러주었다’, 혹은 ‘손잡이를 잡지 못해서 쓰러지는 분들이 계셨다’와 같이 주제와 전혀 관련이 없더라도 체험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었던 주관적이고 세부적인 결과를 흥미롭게 보고 계셨다. 따라서 나는 앞으로 다시 디자인씽킹 과정을 거치게 된다면, 어느 현상에 대한 통찰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보다도 더욱 날 것의 경험에 집중하면서 ‘공감하기’ 과정을 거칠 것이다.
③ 정의하기
‘정의하기’ 단계에서 우리는 ‘친화도법’을 활용하였다. 친화도법은 일본에서 개발된 방식으로 개별 데이터의 연관성에 따라 그룹핑하여 구조화하는 방식을 말한다. 먼저, 하나의 종이에는 한 가지의 경험만 적도록 하여 분류가 용이하도록 만들고, 모든 경험을 적어둔 후 각자가 작성한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이후 각 경험을 모아 제목(Header)을 적어두어 모든 경험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만든다. 이때 중요한 점은, 반드시 고객의 입장을 중심으로 그룹화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정의하기’ 단계는 아이디어를 정의하고 그룹화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친생산자적 관점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위와 같이 복잡하게 진행하는 이유는 최대한 친소비자적 관점을 견지하기 위함이다. ‘정의하기’ 단계에서 주의해야 할 사항은 아래와 같다.
첫째, 먼저 큰 틀을 구성한 후 나중에 분류하는 형태는 지양한다. 일반적으로 경영학과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현상인데, 이는 시장 정의 – 전략 구상의 순서가 매우 익숙하기 때문이다. 만약 큰 틀을 먼저 구성하면, 큰 틀에 생각이 갇혀 세부 내용에 집중을 하지 못하고, 그 속에서 의미 있는 발견을 하기 어렵다.
둘째, 그룹화 시 실수를 두려워하면 안 된다. 어차피 ‘디자인씽킹’ 과정은 전체적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진행해야 한다. 실수를 두려워하면 생각이 갇힐 수 있으므로 반드시 “수정”을 전제로 진행해야 한다. 만약 그룹화가 되지 않는 포스트잇이 발견된다면, 그 포스트잇에 발목을 잡히지 말고 과감하게 다른 곳으로 치워두자.
셋째, 제목은 반드시 팀원들과 토의를 거쳐서 작성해야 한다. 팀원 모두가 동의한 제목은 내부 커뮤니케이션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넷째, 가능하면 의견을 작게 쪼개어 묶는다. 한 가지 header에 너무 많은 element가 존재할 경우 세분화하도록 노력한다. 만약 한 header에 많은 element가 소속되어 있으면, 그 header는 추상적인 내용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우리가 전통적 조사를 진행하지 않는 이유와 맥을 같이한다).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조사결과는 구체적이고 세부화된 내용을 중시하는 디자인씽킹에서 원하는 결과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여기에 덧붙여서 너무 똑같은 내용이 많이 등장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두 가지 중 하나이다. 하나는 굉장히 중요할 내용일 가능성이 있고, 또 하나는 누구나 알고 있는 뻔한 내용일 가능성이다. 잘 분별하여 처리하도록 하자.
다섯째, 필요하다면 추가 ‘공감하기’를 실시한다. ‘디자인씽킹’ 단방향으로만 진행되지 않는다. 각 단계에서 언제든 뒤로 돌아올 수도 있고, 심지어는 처음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존재한다. 분류작업 중 불명확한 부분이 존재한다면 다시 사용자를 직접 만나 ‘인터뷰’, ‘체험’, ‘공감하기’를 진행한다.
(1) Header 생성
‘공감하기’ 과정을 진행한 우리 팀은 자신이 보고, 듣고, 경험한 내용을 포스트잇 홈페이지에 정리하였다. 그리고 해당 경험들을 각각 분류하여 제목(Header)을 적어놓았다. 이렇게 진행할 경우, 우리가 겪었던 모든 경험을 보기 쉽게 정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관적이고 세부적이었던 경험들 속에서 공통점을 찾다 보니 공통의 문제를 찾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2) Persona 형성
우리는 ‘공감하기’ 단계에서 만났던 여러 사람들 중 몇 사람의 특징을 정리하였다. 정리한 인물은 아래와 같다.
인물1, 40대 직장인 남성, 지하철을 자주 이용하지 않으나 출장 시에는 주로 이용하는 편이다. 지하철의 환승시스템을 가장 마음에 들어한다.
인물2. 70대 무직 남성으로, 지하철 이용 요금이 무료라서 지하철만 이용한다.
인물3, 20대 남성 대학생, 빠른 속도나 적은 외부 변수, 정시성의 이유로 지하철을 주로 이용한다.
인물4, 20대 중반 여성 직장인으로, 혼잡한 지하철에 탑승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을 대체할 수단이 없어 자주 사용하는 편이다. 편도 1시간 ~ 1시간 30분 거리를 왕복한다.
인물5, 지하철을 싫어하는 직장인 20대 여성으로, 지하철을 어쩔 수 없이 타고 다닌다. 지하철보다는 버스를 선호하나 직장까지 버스가 다니지 않아 지하철을 타고 다닌다.
우리는 위 인물을 기준으로 주요 특징 2~4가지에 따라 해당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부분에 체크하고, 이를 그룹화하였다. 우리는 (1) 지하철 선호도, (2) 1주일 동안 지하철 이용 빈도, (3) 지하철 왕복 이동 시간이라는 세 가지의 주요 특징을 추출하였고, ‘낮음’부터 ‘높음’까지 이분화하여 위 인물 5명이 어디에 해당하는지를 체크하였다. 그 결과 동일한 패턴을 보이는 세 그룹의 이용자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룹1. 지하철 선호도가 “낮고”, 지하철 이용 빈도가 “높다”. 지하철 왕복 이동 시간도 “높다”. : 인물4, 인물5
그룹2. 지하철 선호도가 “높고”, 지하철 이용 빈도가 “낮다”. 지하철 왕복 이동 시간 또한 “낮다” : 인물 2, 인물3
그룹3. 지하철 선호도가 “중간이고”, 지하철 이용 빈도가 “낮다”. 지하철 왕복 이동 시간은 “중간” : 인물1
우리는 세 그룹 중에서 우리 프로젝트와 가장 잘 맞을 것 같은 그룹을 생각해보았고, 그 결과 그룹1이 적합하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이를 토대로 지하철을 자주 이용하는 가상의 인물, ‘김민지’씨를 만들어냈다.
이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낼 때는 주의할 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유명한 사람이나 혹은 지인을 모델로 만들면 안 된다는 점이다. Persona는 오직 ‘공감하기’ 과정에서 얻은 결과물을 바탕으로 하여 만들어내야 하는데, 여기에 지인이나 유명한 사람을 모델로 하거나, 혹은 그와 관련된 사진을 사용한다면 우리가 형성해야 할 persona가 익숙한 사람의 것으로 변질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는, 부득이하게 지인의 사진을 사용하였지만 만약 실제 프로젝트에서 persona를 사용한다면 약간의 논란이 있더라도 모르는 사람의 사진을 이용하는 편이 더욱 현실적인 persona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추가로 Persona에 모든 특징을 담아내려고 하면 안 된다. 만약 모든 특징을 담아내면 밋밋하고 일반적인 인물이 나올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일반적인 인물, 즉 Stereo type 인물은 일반적인 개선안밖에 도출해주지 않는다. 이는 앞서 반복적으로 언급하는 바와 같이 “디자인씽킹적 해결방안과는 거리가 멀다”. Persona에 생동감을 줄 수 있도록 사용자 인터뷰, 관찰, 체험 시 발견한 실제 표현, 에피소드 등을 활용해도 매우 좋다.
우리는 ‘김민지’ 씨의 기본정보 및 가치관, 생활패턴, 주제에 관한 행동을 정리하였다.
기본정보 : ‘김민지’ 씨는 24살 여성이며 성신여자대학교를 졸업하였다. 미혼이며, 가족과 함께 살고 있고, 현재 H사에서 인턴생활을 하고 있다. 사는 곳은 서울 인근으로 일터와의 거리는 대략 1시간 정도 걸린다.
가치관 : 김민지 씨는 매우 성실하며 지각하는 것을 싫어한다. 자신이 원하는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활동하려고 하며, 사람들에게 신뢰를 잃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
생활패턴 : 관계 형성에 소극적이며, 만나는 사람만 관계를 이어나간다. 긴 출퇴근 거리를 효과적으로 이용해 보고자 E-book을 자주 읽으며, 많이 놀러 다니지는 않는다.
주제에 관한 행동
- H사로 이동하는 버스가 존재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지하철을 이용하여 출퇴근을 진행한다. 또 아침잠이 많아서 출근을 매우 힘들어한다.
- 긴 출퇴근 거리를 효과적으로 이용하고자 e-book을 자주 읽는다. 다만 과하게 몰입하다 보면 종종 내려야 할 역을 지나치는 경우도 있다.
Persona는 우리가 조사했던 경험을 하나로 응집해둔 집합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Persona는 추후 우리가 ‘공감하기’ 단계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내용 중에서 우리가 선택한 경험이 무엇인지를 가상의 인물 하나로 바로 알 수 있을 정도여야 한다. 이렇게 형성된 Persona는 내부 커뮤니케이션의 용이성을 크게 향상시킨다. ‘왜 우리가 이 제품을 구상하려고 했지’라는 근본적인 의문부터 ‘아이디어를 어느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좋을까’까지 이 Persona를 바탕으로 이야기가 오가기 때문이다.
사실 내가 디자인씽킹 과정에서 두 번째로 많이 어려웠던 부분이 이 Persona였다. 만약 내가 조사한 사람, 그리고 팀원이 조사한 사람을 토대로 특징을 추출하여 Persona를 구성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그들의 성격 및 발언을 왜곡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교수님께서는 아래와 같이 말씀하셨다.
Persona는 곧 ‘모델링’ 작업입니다. ‘모델링’은 결국 현실의 여러 요소를 단순화하여 선택하는 작업이 들어가는데, 이를 통해서 우리가 현실에 존재하는 패턴을 찾을 수 있으며 그 안에 내재된 의미를 깨달을 수 있게 됩니다. 만약 이러한 생각이 계속 든다면 그 이유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도출한 특징(CC)이 주제와 관련하여 핵심적 요소가 아닐 수 있습니다.
둘째, 주제 자체가 불명확하다는 의미입니다.
나는 이 답변을 본 후 우리의 주제를 살펴보면서 두 가지 문제점이 모두 혼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가 도출했던 특징과는 다르게 주제는 이미 다른 방향으로 잡아두었기 때문에 도출한 특징과 주제가 불일치했기 때문이다 (위 사례를 예로 들면, '지하철에 사람이 많이 몰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주제를 해결하기 위해 Persona의 내용은 크게 연관성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나는 교수님의 조언을 바탕으로 우리 팀의 주제와 특징이 하나의 방향을 향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내 고민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는데, 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생각보다 빨리 방향성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3) 여정맵 작성 및 개선 대상 경험 선정
그다음, 우리는 가상의 인물 ‘김민지’씨의 기본정보, 가치관, 생활패턴 등의 정보를 토대로 가상의 하루 시나리오를 줄글로 작성하였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고객 여정맵을 작성하였다. 고객 여정 맵은 하루 일과를 x축 = 시간, y축 = persona의 감정선(매우 나쁨 ~ 매우 좋음)으로 구성한 뒤, 일전에 작성했던 하루 시나리오를 토대로 그래프를 그리는 것이다. 그 후 우리는 여정맵을 바탕으로 어느 경험을 개선할지에 대해 논의해보았다. 우리는 두 가지 선택지 중에서 하나를 골라야 했다.
첫째, 긍정적인 경험을 더욱 강화시키는 것이다. Persona의 일과 중에서 긍정적인 영역 부분을 살펴 우리가 더욱 강화시켜줄 수 있을 부분을 골라 아이디에이션의 주제로 삼는 방법이다.
둘째, 부정적인 경험을 개선시켜주는 것이다. Persona의 일과 중 부정적인 영역 부분을 살펴 우리가 부정적인 단계를 조금 낮춰줄 수 있는 부분을 골라 아이디에이션의 주제로 삼는 방법이다.
우리는 두 방법 중 두 번째 방식을 선택하였다. 긍정적인 부분을 강화하는 방향보다는 부정적인 경험을 개선해주는 편이 프로젝트가 끝난 이후 훨씬 많은 통찰을 가져다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작성한 고객여정맵 중에서 가장 부정적인 경험은 “e-book에 몰두하여 내릴 지하철 역에서 내리지 못하고 지나쳐버린 경험”이었다. 하지만 나는 “과연 이 주제에서 우리가 재미있는 생각을 뽑아낼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고, 우리 팀원들 역시 모두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재미있는 의견을 뽑아낼 수 있는 주제를 찾던 중, 두 번째로 부정적인 경험인 “지하철 역에서 환승을 하기 위해 에스컬레이터를 타려고 하는데 새치기가 발생하여 기분이 나빴던 경험”을 발견하여 이를 우리의 최종 주제로 선정하였다. 우리가 이렇게 많이 주제를 변경하였음에도 추가 조사를 진행하지 않은 이유는 물론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기 때문도 있으나, 우리가 ‘공감하기’ 단계에서 다양한 관점에서 조사를 진행하여 이미 가지고 있었던 자료가 충분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디자인씽킹을 진행한다면 특히나 ‘공감하기’ 부분을 잘 진행하여 자료의 양을 ‘과하다 싶을 정도로’ 조사해두는 것을 추천한다.
(4) 문제정의
우리는 persona의 “지하철 역에서 환승을 하기 위해 에스컬레이터를 타려고 하는데 새치기가 발생하여 기분이 나빴던 경험”을 관점을 바꾸어 생각해보았다. 관점을 바꾸는 도구로 5 Why 방법과 HMW(How Might We)방법을 사용하였다.
5Why 방법은 어느 한 경험에 대하여 다섯 번의 “왜”를 통해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내는 방식이다. 다만 너무 많은 “왜”로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의 답변이 나올 경우, 질문을 그만두고 HMW방식을 이용할 것을 추천한다.
예컨대 우리가 “김민지 씨가 지하철 역에서 환승을 하기 위해 에스컬레이터를 타려고 하는데 새치기가 발생하였다”라는 문제를 가지고 5 Why를 진행해본다고 가정하자.
1 Why : 사람들이 에스컬레이터를 더욱 선호하기 때문이다.
2 Why : 편하게 환승 지역으로 이동하고 싶기 때문이다.
3 Why : 사람들은 이미 지쳤기 때문이다.
4 Why : 사람들이 고된 업무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5 Why : 직장에 출근하여 여러 업무를 받았기 때문이다.
위에서 알 수 있듯, 이미 3 why부터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우리가 그들의 업무를 줄여줄 수 없고, 그렇다고 직장을 그만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만약 이런 일이 발생할 경우, 중간에 질문을 멈추고 HMW방식을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 팀의 경우 1 Why에서 질문을 멈추고, 1 Why를 토대로 HMW를 사용하였다.
질문 : 사람들이 에스컬레이터를 선호하는 형태에 관하여
좋은 점을 강화 :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에스컬레이터를 더욱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을까?
나쁜 점을 제거 :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에스컬레이터의 사용을 줄일 수 있을까?
현상을 변경: 어떻게 하면 계단을 오르는 행위가 즐겁게 될 수 있을까?
가정 : 어떻게 하면 에스컬레이터가 필요 없게 할까?
비유 : 어떻게 하면 에스컬레이터를 엘리베이터처럼 만들 수 있을까?
이 중 우리는 비교적 아이디에이션 하기 용이한 ‘현상을 변경’의 내용을 가져가기로 선택하였다.
따라서 우리는 아래와 같은 POV를 도출하였다.
- key facts : 우리는 ‘공감하기’ 단계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서 ‘에스컬레이터 탑승 시 새치기 등으로 인해 불편하다’는 정보를 취득할 수 있었고,
- Pattern : 이를 통해 “출퇴근 시간대 에스컬레이터는 혼잡하여 질서가 무너진다”는 경험을 깨달았다.
- Persona : 이 경험을 우리가 형성한 persona인 “김민지”씨의 입장에서 바라본 결과
- Experience : 이 persona의 “지하철 역에서 환승을 하기 위해 에스컬레이터를 타려고 하는데 새치기가 발생하여 기분이 나빴던 경험”라는 불편을 개선하기 위해서
- Problem: “어떻게 하면 계단을 오르는 행위가 즐겁게 될 수 있을까”와 같은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④ 아이디에이션
이전 단계에서 우리는 “어떻게 하면 계단 오르기가 즐겁게 될 수 있을까”와 같은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깨달은 바 있다. 우리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브레인스토밍을 통하여 수많은 의견을 도출하였다. 이때 현실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해당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와 같은 방향성으로 생각해야 한다. 이는 구성원의 아이디어를 막지 않기 위함이다. 사실 디자인씽킹 과정 자체가 현실성을 후순위로 미뤄두고 생각해야 한다.
이렇게 구상한 아이디어는 총 30여 개로 충분한 아이디어를 수집할 수 있었다. 우리는 이렇게 도출한 아이디어에 제목(Header)을 넣어 다양한 아이디어를 보기 편하게 만들었고, 각자 역할을 나누어 각 제목을 골라 그 아이디어를 구체화해서 오기로 결정하였다. 구체화라고 해서 엄청난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1) 내가 선택한 제목(주제)과 관련하여 아이디어 제품의 제목을 적고, (2) 이 아이디어를 설명하는 문장을 짤막하게 적은 뒤 (3) 간단한 스케치를 포함시키는 것이다.
이후 이렇게 구체화된 아이디어를 하나로 모은 뒤, 우리는 x = “독창성”, y = “고객에게 미치는 영향”을 기준으로 8개로 추려진 아이디어 보드를 아이디어 매트릭스에 정리하였다. 외곽 쪽으로 나와있는 아이디어가 가장 우수한 아이디어로 손꼽을 수 있다. 물론 독창성이 떨어지거나 고객 경험에 미치는 영향이 작아서 다소 낮은 수준에 머무른 아이디어를 골라도 무방하다. 이는 어디까지나 의사결정에 도움을 받기 위한 도구일 뿐, 어느 것을 고르던 팀원의 자유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해당 아이디어 매트릭스를 토대로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결과 낮은 수준에 머물러있으나 꽤 좋아 보이는 아이디어였던 “디스플레이 계단”을 선택하였다.
“디스플레이 계단”은 계단의 모든 부분을 디스플레이 형식을 꾸민 계단을 말한다. 단, 사람들이 밟는 부분은 감압 센서를 넣어 압력을 감지하여야 한다. 계단은 바닷속의 풍경처럼 꾸미고, 사람들이 밟는 부분에는 해양쓰레기를 띄워둔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은 호기심을 가지고 계단을 오르게 될 것이고, 자연스럽게 계단 이용률이 향상될 것이다. 우리는 이 ‘디스플레이 계단’의 이름을 ‘쓰레기 팡팡 계단’이라고 지었다.
⑤ 프로토타입
우리는 아이디에이션 단계에서 선정했던 ‘디스플레이 계단’을 간단하게 스케치한 뒤, 이를 토대로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다. 프로토타입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절대로 공을 들이지 않는 것”이다. 어차피 피드백 이후 버려질 물건이기도 하고, 만약 프로토타입에서 너무 많은 공을 들일 경우, 나중에 이 아이디어가 좋지 않음이 판명 나더라도 애착을 가지게 되어 쉽게 아이디어를 버리지 못한다. 이는 ‘빠르게 만들어보고 버리는’ 디자인씽킹의 장점이 없어지게 된다. 그래서 우리도 큰 공을 들이지 않고 프로토타입을 제작하였다.
프로토타입에는 (1) 스케치, (2) Rough Prototype, (3) 와이어프레임, (4) 페이퍼 프로토타입, (5) 시나리오 및 스토리보드, (6) 역할극, 필름 메이킹, (7) Desktop Walkthrough가 있다. 이 많은 프로토타입 방법 중에서 우리는 (1) 스케치와 (7) Desktop Walkthrough를 선택하였다. 우리의 아이디어는 단순히 제품 형태 하나만 만든다고 해서 모든 것을 설명해줄 수 없었으므로 rough prototype이나 와이어프레임, 페이퍼 프로토타입은 요소에서 배재하였다. 그렇다고 역할극이나 필름 메이킹을 선택하기에는 뛰어난 편집기술을 가진 사람이 없었다. 스케치나 desktop walkthrough를 고르면 제품의 이용절차 부분에서 환경을 통제하기가 용이하고(실제 사람이 이용하는 것이 아닌, 사람 역할을 한 “말”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촬영 면에서도 훨씬 용이할 것이라 판단하였다.
우리는 이러한 결정을 바탕으로 2021년 12월 2일에 한 스터디룸에서 2시간에 걸쳐 ‘쓰레기 팡팡 계단’을 스케치하고 Desktop-walkthrogh를 제작한 후 촬영하였다. 그 후 지하철을 주로 사용하는 주변 지인에게 desktop-Walkthrough 동영상을 보여준 후 피드백을 받았다.
여기서 피드백 결과는 내가 받은 것 위주로 설명한다.
첫째, 응답자가 가장 흥미롭게 생각한 것은 “디스플레이 형태로 제작되어 범용성이 있다”는 부분이었다.
둘째, 그러나 응답자는 “계단을 올라가기 이전에 계단에 버린 쓰레기 모습이 오히려 이용객들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제시하였다.
셋째, 응답자가 질문한 것 중에서 “계단을 밟으면 소리가 나오는 기존의 계단과 어떤 차이가 있느냐”라는 물음에 나는 “디스플레이 형태이므로 추후 다른 형태로 변경 가능하다”라고 대답하였다. 또, “사람들이 해당 계단을 많이 이용한다면 ‘쓰레기가 사라지는’ 효과를 주기 어렵지 않을까”라는 궁금증을 보이기도 하였다.
넷째, 나는 이번 인터뷰를 통해 쓰레기가 아닌, 더 보기 좋은 이미지를 사용하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였으며, 사람이 몰릴 것을 대비하여 시각정보에 의존하지 않고 후각 등 다른 감각기관을 활용한 계단이면 좋을 것이라 판단했다.
피드백을 통한 개선점을 바탕으로 새로운 프로토타입 스케치를 진행하였다. 자세히는 밝히기 어려워 간단히 설명하자면 계절감을 이용한 디스플레이 계단이었다. 봄의 경우를 가정하고 스케치를 진행하였는데, 꽃냄새를 풍겨 후각을 자극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이를 스케치 과정에 반영하였다. 밟는 부분은 쓰레기 모양이 아닌 미관상 보기 좋은 벚꽃으로 대체하였고, 계단 전면에는 봄의 풍취를 느낄 수 있는 이미지로 대체하였다.
우리는 각자 얻은 피드백 정보 및 스케치 정보를 함께 공유한 후 발표자료를 만들어 발표를 진행하였다.
⑥ 프로젝트 발표
프로젝트 발표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다만, 발표가 끝난 후 교수님께서는 ‘경영학도라면 해당 아이디어를 가지고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지를 고민할 줄 알아야 한다’고 피드백을 주셨다. 나는 조금 당황스러웠는데 나는 이미 진작에 이를 생각해보았음에도 이 부분을 팀원들과 공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팀원들과 이를 공유하지 않은 이유는 ‘디자인씽킹 단계에서는 현실성을 조금 떨어뜨려서 생각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서 ‘피드백 단계에서는 조금 더 현실적인 생각도 진행해야 할 필요가 있겠구나’는 생각이 들었고, ‘진작 생각을 나눠볼걸’이라는 후회가 밀려왔다.
내가 생각하는 상업화 방안은 바로 ‘광고판’이었다. 계단은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장소이며, 에스컬레이터로 계단을 볼 수 있기도 하다. 특히나 이 계단은 상호작용이 가능한 디스플레이이므로, 상호작용이 필요한 광고를 만들 수 있다면 광고의 가능성도 넓어질뿐더러 소비자의 호응도 매우 뛰어날 것이라 생각했다. 다음에 다시 디자인씽킹 과정을 진행한다면 프로토타입 및 피드백 단계에서 이러한 부분을 논의할 것이라 다짐했다.
우리는 시간이 부족하여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이를 사용자에게 피드백을 받는 것까지 진행하였지만, 여기가 끝이 아니며 다음 단계도 존재한다. 만약 사용자의 피드백이 부정적이라면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프로토타입을 제작하거나, 혹은 ‘정의하기’로 다시 돌아갈 수도 있다. 사용자의 입장에 몰입하지 못했다고 판단된다면 ‘공감하기’ 단계부터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프로토타입을 거쳐서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온다면, 추후 Stage-Gate Model을 거쳐서 아이디어를 하나로 수렴시키는 과정을 진행해야 한다. Stage-Gate Model에 관한 내용은 ‘혁신상품기획’에서 배우기는 했으나, 수업자료가 전부 날아가서 과연 이 내용을 정리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위에서부터 글을 쭉 읽어보면 알다시피 디자인씽킹 과정은 “최종적인 결과물”의 도출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조금 더 자유롭고 창의적인 발상 아래 획기적인 “문제 개선방안”을 도출하는데 초점을 맞출 수 있는 것이다.
5. 프로젝트를 마치며
한 학기의 내용을 단 하루 만에 글로 옮기니 정리가 잘 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이를 강행한 이유는, ‘디자인경영’ 과정에서 겪었던 경험을 한순간도 잊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 나는 이렇게 정리해두고도 다시 이 디자인씽킹 과정을 해보라고 한다면, 막막한 기분이 들어서 주춤거릴지도 모른다. "그러면 이렇게 긴 글로 디자인씽킹 과정을 정리해둔 의미가 없지 않나요"라고 묻는다면 나는 ‘그렇지 않다’고 말할 것이다. 디자인씽킹은 경영학에 '갇힌' 사람들에게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보는 법을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긴 내용을 쭉 읽어보았을 때, 경영학을 배운 사람이라면 벌써 눈치챘을 것이다. 디자인씽킹은 우리가 기존에 진행했던 방식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기존 경영학에서는 시장조사를 통하여 충분한 근거를 마련하고, 이를 통해서 전략을 구상한다. 그러나 디자인씽킹에서는 소비자의 세부경험에 집중하고, 이를 토대로 문제를 추출한 뒤 창의적인 방법을 통해서 해결하고자 한다. 세부화된 경험과 문제에 집중할 수 있었기에 그들은 ‘그저 그렇고 그런’ 제품이 아닌 친소비자적인, 그리고 창의적인 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 나는 디자인씽킹 과정을 통해서 어느 문제에 대해서든 “다양한 문제해결 방식”을 시도해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번 학기에 배웠던 내용을 앞으로도 실생활에 적용해나가고 싶다.
마지막으로 나는 디자인씽킹에 대해서 조금 더 공부해보고자 교수님께서 추천하셨던 도서 중 "디자인씽킹, 경영을 바꾸다"라는 책을 구매하였다. 이번 방학 때 실무를 경험해보고자 지원했던 두 개의 인턴과 한 개의 시정체험 모두 떨어져서 시간이 많이 남아도는 만큼, 겨울 방학 내 여러분께 이 책에 대한 감상을 나눈다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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