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들어가며
University of Idaho에는 한국인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는 즉 그만큼 영어에 자주 노출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영어를 공부하는 입장에서는 강점이 될 수 있습니다. 강의실에서 배운 영어를 곧바로 실전에 활용할 수 있다거나, 아니면 영어를 듣고 접하면서 친숙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영어를 자주 접하는 만큼 한국어를 자주 사용하지 않아서 한국어로 된 글을 작성하기 힘들어지거나 말할 때 자주 어색함을 느끼고는 합니다. 하지만 그것조차도 지금이 아니면 느끼지 못할 소중한 추억이므로 이후에 따로 글을 수정하지는 않을 예정입니다. 블로그를 방문해주시는 여러분들께서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읽어주신다면 감사드리겠습니다.
- 파견기간 (출국 및 귀국일 기준) : 8월 24일 ~ 12월 20일
- 파견국 및 학교 : 미국, University of Idaho (아이다호, 모스코)
- 기타 : ALCP Program 참가, 중급반 배정
1. Homecoming Parade (9월 30일)
Homecoming 축제에서 미국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는 크리스틴의 추천은 오후 8시 30분이라는 늦은 저녁임에도 저를 움직이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Taiyo, Katsunori와 오후 8시에 기숙사 건물 앞에서 만나 퍼레이드가 시작하는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30분이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저희의 판단과 달리 아무리 걸어도 퍼레이드 인원은 좀처럼 보이지 않아 초조해졌습니다. 퍼레이드가 시작하는 장소에 대해 크리스틴에게 긴 설명을 들었음에도 정확한 장소를 찾지 못해 30분 넘게 캠퍼스 안을 빙빙 맴돌았고, 시간은 퍼레이드가 시작하는 오후 8시 30분을 넘어 40분을 향해 달리고 있었습니다. 긴 이동시간에 지쳐 모두 포기하려던 그때, 도서관을 지나쳐 이동하는 사람무리를 발견했습니다. 아이다호 대학의 마칭밴드를 선두로 사람들은 알록달록 빛나는 무언가를 흔들며 이동하고 있었는데 어림짐작으로 수천 명이 모인 것처럼 보였습니다. 엄청난 규모에 흥분한 저희는 곧바로 퍼레이드 행렬에 합류했다.
20분 정도를 더 걸어서 도착한 목적지에서는 MC와 함께 신나는 음악이 축제의 분위기를 한껏 돋우었습니다. 일부는 저마다 가진 응원봉을 흔들며 음악에 몸을 맡겼고, 일부는 맥주 등을 들고 마시면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일부는 축제의 분위기만을 만끽하며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저마다 축제를 즐기는 방법은 달랐지만, 모두가 축제를 만끽하고 있다는 건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저희 일행은 음악을 연주하는 단상 쪽에서부터 사람들을 헤집고 캠프파이어가 있는 쪽으로 이동했습니다. 저희가 퍼레이드에 참가한 목적은 음악과 함께 춤을 추는 것보다도 캠프파이어를 구경하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캠프파이어는 음악을 연주하는 단상에서부터 제법 멀리 떨어져 있었습니다.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음악 쪽 단상과 캠프파이어의 거리가 충분히 벌어져 있는 것은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을 배려한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힘껏 몸을 움직이면서 축제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은 음악 쪽 단상에서 형광봉을 열심히 흔들고, 반대로 축제를 잔잔하게 즐기고 싶은 사람들은 캠프파이어 주변에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말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비슷한 축제가 열렸다면 어땠을까요? 아마 축제에 참가한 사람들을 하나로 통일시키고자 캠프파이어를 중심으로 축제를 진행했을 것 같습니다. 미국과 한국 둘 중 어느 쪽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미국의 방식이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캠프파이어를 보면서 축제 분위기를 만끽하고 있으니, 어디선가 큰 폭죽소리가 들렸습니다. 고개를 돌려보니 저 멀리서 화려한 불꽃이 하늘을 장식하고 있었습니다. 저희 일행은 쉼없이 스마트폰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다시는 오지 않을 추억을 남기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불꽃은 검게 칠해진 하늘을 가득 메울 만큼 많지는 않았지만 하나 둘씩 올라오는 불꽃 하나하나가 선명하게 남아서 아름다웠습니다.
불꽃놀이가 끝나고난 뒤, 저희는 무언가가 더 진행될 것 같지는 않다고 판단해 슬슬 기숙사로 돌아가려고 했습니다. 그때, 불꽃놀이를 진행했던 하늘의 반대 방향에서 형형색색의 점이 떠오르더니 여러 모양을 만들어내기 시작했습니다. 낯선 땅에서 처음 본 드론쇼는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텔레비전이나 유튜브에서 보았을 때는 그냥 그런가보다 싶었지만, 직접 두 눈으로 보니 정말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드론쇼가 끝난 후, 저희 일행은 계속 진행되는 축제를 뒤로 하고 기숙사로 돌아갔습니다. 오후 10시가 되어서 피곤했던 것도 있었고, 아직 끝내지 못했던 각자의 숙제를 마무리하기 위함도 있었습니다. 저희는 이후 기숙사 내부 스터디룸에 모여서 각자의 과제를 마무리한 후 12시에 헤어졌습니다. 화려한 평일의 마무리였습니다.
2. Homecoming Parade (10월 1일)
10월 1일 퍼레이드도 Homecoming 축제의 일부이지만 9월 30일에 진행했던 퍼레이드와는 명확히 차이점이 존재합니다. 9월 30일 퍼레이드는 아이다호 대학에 재학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면, 10월 1일에 진행한 퍼레이드는 학교를 넘어 다양한 사람들이 퍼레이드 참가합니다. 아이다호에 재학하는 국제학생들은 9월 30일 퍼레이드에 참가할 수 있지만, 10월 1일 퍼레이드에도 국제학생 자격으로 참가할 수 있습니다. 이때 모국의 전통복장을 입고서 퍼레이드에 참가할 수 있으니, 안그래도 드문 한국인의 명성을 드높이고 싶으시다면 한국에서 한복을 챙겨와 퍼레이드에 참가하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저도 국제학생 자격으로 퍼레이드에 참가할 수 있었지만, 전날 너무 늦게까지 공부를 하는 바람에 늦게 일어나고 말았고 아쉽게 퍼레이드에는 참가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Taiyo, Katsunori와 기숙사 건물 앞에서 만나 퍼레이드가 열리는 메인스트리트까지 걸어갔습니다. 저희는 열심히 걸어간 끝에 퍼레이드가 시작하기 10분 전인 12시 20분에 겨우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군인들의 행진과 그 뒤를 따르는 아이다호 마칭밴드의 연주를 보면서, 처음에는 퍼레이드에 참가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컸습니다. 하지만 어제 열렸던 퍼레이드보다 더욱 다양한 볼거리는 '퍼레이드에 참가하지 않아서 다행이다'라고 생각을 바꿔주었습니다. 만약 퍼레이드에 참가했더라면 이렇게 멋있는 광경들 대신 다른 사람들만 졸졸 따라다녔을 테니까요.
2.1. 생각거리 : 불편함이 사라진 세상
개인적으로 '불편하다'는 감정은 우리 사회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위대한' 발명은 모두가 적응한 세상 속 사소한 불편함을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에서 시작되었으니까요. 사회에 뿌리내린 불공정과 불평등을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 또한 소수가 느낀 불편함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발생합니다. 그만큼 우리는 불편함이 주는 교훈과 경각심을 가벼이 넘겨서는 안됩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현대 사회는 지나친 불편함 속에 살고 있습니다. 불편함이 주는 교훈은 이익집단의 입맛에 맞게 왜곡되고 있으며 왜곡된 사실이 진실인 양 받아들여지며 또다른 갈등을 부추깁니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될 경우 대한민국은 사회 구성원이 서로를 감시하며 규제하는 또 하나의 감옥이 될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과거에 비해 시민의식이 향상되었기에 이러한 불편함이 수면 위로 드러난다는 주장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과거에는 단순히 웃고 넘길 수 있었던 가벼운 농담이 현대에 와서 정당한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아닌, 그저 서로를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보면 시민의식의 향상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과거에 비해 그저 화가 많아졌을 뿐, 시민의식이 향상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번 Homecoming 퍼레이드에서 인상 깊게 보았던 것은, 노인과 장애인, 여성과 남성 가릴 것 없이 모두가 퍼레이드에 참가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뽐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퍼레이드 중간중간에 참가자가 도로가에 작은 간식거리를 뿌리고, 아이들이 도로가에서 간식거리를 줍는 상황도 여럿 연출되었습니다. 간혹 아이들이 도로 중간까지 나오면 퍼레이드 행렬이 잠시 멈추기도 했지요. 만약 우리나라에서 퍼레이드가 진행되었다면 어떤 이야기가 오갔을지 저는 상상해보았습니다. 퍼레이드의 상업적 존재감을 위해 노인과 장애인을 이용했다고 말했을까요? 아니면 치어리더를 보면서 여성의 성 상품화를 비판했을까요? 아니면 웃통을 벗은 남성을 향해 아이들도 있는데 무얼 하는 것이냐고 손가락질했을까요? 퍼레이드를 방해하는 아이의 부모는 무얼 하느냐고 호통을 쳤을까요? 카 퍼레이드를 하는데 간식거리를 이용해 아이들을 위험한 도로가로 유인하는 퍼레이드 주최 측을 비난할까요? 바닥에 떨어진 사탕과 초콜릿을 보며 환경을 오염시킨다고 비난할까요?
저는 Homecoming 축제에서 과한 불편함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적인 세상을 미리 엿보았습니다. 그곳에는 퍼레이드를 구경하는 사람과 참가한 사람 구분없이, 그리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가 축제를 그 자체로 즐기고 있었습니다. 멋진 볼거리가 나오면 모두가 박수를 치며 환호했고 누군가 손을 흔들면 호응으로 대답했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는 사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저는 이처럼 대한민국 사회가 조금 더 서로에게 너그러워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세상의 불편함에는 적극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겠지만, 이것이 지나쳐 서로를 감시하고 헐뜯는 세상이 되면 그 어떤 것도 개선할 수 없을 뿐더러 자신의 행동을 규제하는데 지쳐서 진정한 자유를 느끼기 힘들테니 말입니다.
3. 그 외
3.1. Minute Rice
여러분은 혹시 'Minute Rice'라는 브랜드의 밥을 드셔본 적 있으신가요? 제가 이 브랜드를 발견한 건 한국에서 준비해간 햇반이 바닥났을 무렵 다음 주식 대용을 무엇으로 해야 할지 찾아다닐 때였습니다. University of Idaho에서 교육학 교수로 재직 중이신 한국인 분을 우연히 만나 제 고민을 말씀드렸고, 그 분께서는 Winco에 전자레인지용 밥이 있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다음날, 바로 Winco로 달려가 간편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밥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점원에게 여러 차례 설명한 끝에 전자레인지 조리 가능한 밥을 찾는데 성공했습니다.
Minute Rice는 시리얼같이 생긴 붉은색 박스에 쌀만 덩그러니 담겨있습니다. 내용물도 일반 쌀과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 쌀은 물과 1:1로 배합하여 전자레인지에 일정 시간 조리하면 밥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조리법이 간편합니다. 가격도 약 10$로 한 번에 식사하는 분량을 고려한다면 나름 합리적인 가격이었습니다. Minute Rice같은 제품이 국내에도 존재한다면 자취하는 사람들은 한번쯤이라도 사서 먹어볼 법한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비슷한 제품을 만들지 않는지 궁금해졌습니다. 한번 고민해볼 가치가 있는 주제가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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