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들어가며
미국에서 생활한 지 어느덧 한 달이 넘어서고 있습니다. 저는 게시물을 작성할 때 이전 게시물의 제목을 복사한 후 '주차' 부분의 숫자를 바꾸는데, 무의식적으로 4주차에서 5주차로 숫자를 변경하고 있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더군요. 그만큼 여기에서의 생활을 즐기고 있다는 증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번 주에는 세 개의 행사에 참가했습니다. 이번 주에는 참가했던 활동 세 개 중 두 개가 음악 관련 행사였던 만큼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께서 관심을 가지실 만한 내용이 많습니다. 즐겁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파견기간 (출국 및 귀국일 기준) : 8월 24일 ~ 12월 20일
- 파견국 및 학교 : 미국, University of Idaho (아이다호, 모스코)
- 기타 : ALCP Program 참가, 중급반 배정
1. Joe Murphy, saxophone (9월 20일 화요일)
9월 20일 화요일, 오후 7시 30분에 색소폰 연주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오후 7시에 기숙사에서 나와 Haddock Performance Hall로 향했습니다. 목적지 위치가 어디인지 잘 몰랐지만, Google map을 보며 이리저리 움직인 결과 공연 시작 전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공연장 앞에는 티켓을 판매하는 공간이 작게 마련되어 있었고, 공연장 입구에는 티켓의 바코드를 스캔하는 두 사람이 문을 지키듯 서 있었습니다. 티켓은 학생 기준 10$이며 온라인으로도 발급이 가능합니다. 참고로 티켓 판매대에서는 현금을 받지 않으므로 현장에서 티켓을 발권받고자 하시는 분은 반드시 신용카드를 가져가시기 바랍니다.
이번 색소폰 연주회는 공식적인 연주회처럼 무거운 분위기가 아닌, 마치 교수님이 음악과 학생들에게 시범연주를 해주는 것 같이 가벼운 분위기로 진행되었습니다. 연주 예정인 음악을 나열해둔 팜플랫도 있었지만 실제 연주회에서는 팜플랫에 적힌 음악 순서를 거의 지키지 않으셨으니까요. 하지만 백발이 성성하신 연주자 분의 실력은 제가 들었던 어떤 연주보다도 현란했습니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유튜브에서 색소폰 연주 영상을 몇 번 보고는 했는데, 이번 연주회는 제가 이제껏 들었던 색소폰 연주 영상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멋졌습니다.
한 시간 정도 진행된 연주회는 오후 8시에 'Second Flight(2017)을 끝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저는 단 한 번도 누군가가 색소폰을 연주하는 모습을 두 눈으로 직접 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 기회에 귀중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 가지 염려되는 점은, 이번 연주회가 향후 색소폰 연주회의 기준이 될 것 같다는 점입니다.
2. Harvest Day (9월 22일)
저는 가끔 심심해질 때면 ISUB 2층에서 피아노를 치고는 합니다. 그리고 9월 22일 목요일에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피아노를 치고 있었습니다. 단지 그날이 다른 날과 달랐던 점은 피아노가 쉽게 질려버렸다는 것, 그리고 아무 의미도 없이 의자에 기대서 가만히 쉬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보통이면 사람이 지나다니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그곳에 뜬금없이 노랫소리가 흘러들어오는 것이었습니다. 어차피 할 일도 없겠다, 저는 괜히 궁금해져서 ISUB 건물 밖으로 나와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ISUB 앞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기타와 베이스를 들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공예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었으며, 다른 사람들은 캐러멜 사과를 만들기 위해 길게 줄을 서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 이목을 가장 먼저 끈 것은 캐러멜 사과도, 공예도 아닌 동물 만지기 체험이었습니다.
저는 가장 먼저 양의 솜털을 만져보았는데, 거친 것 같으면서도 부드러운 감촉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들의 털은 거친 정도에 따라 카펫부터 옷까지 다양한 분야에 이용된다고 합니다. 기분 좋은 느낌에 못 이겨 몇 번 더 쓰다듬은 뒤 다음 코너로 이동하자, 그곳에는 소 한 마리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직 어린 송아지라는 농장주 분의 말씀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무척 거대했습니다. 제가 조심스럽게 손을 가져다대니 따뜻하고 보드라운 감촉이 손끝으로 전해졌습니다. 소가 숨 쉬는 것까지 모두 느껴질 정도였는데 새삼 생명의 신비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생후 2개월의 송아지들은 만져지는 것이라고는 뼈와 가죽밖에 없을 정도로 말라있었지만, 아직 새끼라서 그런지 이상하게 귀엽게 느껴졌습니다. 송아지를 마지막으로 동물 만지기 체험을 끝낸 저는 슬슬 느껴지는 허기에 간식 코너로 이동했습니다.
학생들의 줄이 길게 이어졌던 간식코너의 정체는 '직접 캐러멜 사과를 만들 수 있는 부스'였습니다. 꽤나 많은 사람들이 방문했던 탓인지 이미 사과는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지만, 아슬아슬하게 캐러멜 사과를 만들 수 있을 정도는 남아있었습니다. 저는 남은 사과를 긁어 모아 겨우겨우 캐러멜 사과를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길거리에서 판매하는 미국의 캐러멜 사과가 어떻게 생겼는지 본 적은 없지만, 맛있기만 한다면 생김새야 어떻게 되었든 크게 상관없었습니다. 그리고 걱정 반 기대 반으로 한 번 먹어봤는데, 생각보다 달콤한 과자와 새콤한 사과의 조합이 나름 잘 어울렸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오리지널 캐러멜 사과는 어떤 맛인지 반드시 사 먹어보겠노라고 다짐했습니다.
Harvest Day는 비록 구경거리가 많이 부족했지만, 동물을 만질 수 있는 체험부스나 간식을 직접 만들어 먹는 부스 등 특별한 경험이 가능한 공간이 많아서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앞으로도 한국에서는 할 수 없는, 특별한 체험이 가능한 여러 이벤트에 많이 참가하고 싶습니다.
3. Jazz Bands and Jazz Choirs (9월 23일)
9월 23일 오후 6시 30분에 열리는 Jazz Bands and Jazz Choirs에 참석하기 위해 저는 오후 6시 즈음에 기숙사에서 출발했습니다. 시작을 3분 남기고 회장에 도착했음에도 아직 많은 사람들이 표를 구매하기 위해 길게 줄을 늘어서고 있었습니다. 회장 입구 근처에는 티켓을 구입할 수 있는 매대가 있었고, 입구 바로 앞에는 검표하는 사람 두 명이 나란히 서 있습니다. 티켓 가격은 학생 기준 10$이며, 회장 앞에서 티켓을 구매하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은 온라인을 통해 티켓을 구입한 후 줄 없이 곧바로 입장할 수 있습니다.
이날 총 세 그룹의 재즈 밴드와 한 팀의 재즈 합창단이 무대 위에서 멋진 연주를 보여주었습니다. 저는 이 행사에 참가하기 전에도 유튜브를 통해 재즈 연주를 곧잘 들었던 터라, 동영상과 실제 연주 사이에는 차이가 없을 것이라 생각하며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재즈 밴드의 화려한 연주를 회장 안에서 실제로 들으면서 '실제로 재즈 밴드의 연주를 듣지 못했다면 재즈를 안다고 말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습니다. 그만큼 회장 내에서 들었던 재즈 음악은 동영상에서 들었던 것보다도 더욱 다채로우면서도 아름다웠습니다.
제가 이번 두 차례의 음악 관련 이벤트에 참석하면서 발견했던 아쉬웠던 점은 동양인 학생들이 음악 관련 이벤트에 놀라울 만큼 무관심하다는 것입니다. 제가 음악 관련 이벤트에 참석해서 가득 채워진 좌석을 스윽 둘러보면 저를 제외하고 동양인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만약 아이다호 대학교에 교환학생으로 몇 달간 머물 예정이시며 본인이 음악에 많은 관심이 있다면, 적어도 Jazz Bands and Jazz Choirs와 같은 이벤트에는 한 번 참석해보실 것을 권유드립니다. 무대에 서는 사람들이 거의 학생이라서 높은 수준을 기대하시기는 힘드실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굉장히 좋은 경험임에는 틀림없기 때문입니다.
4. 그 외
저는 주당 8회만 이용할 수 있는 밀플랜을 신청했기 때문에 평일 저녁과 주말 중 하루 저녁은 반드시 직접 밥과 반찬을 요리해먹어야 합니다. 그래서 매주 일요일이 가까워지면 다음 주에는 어떤 요리를 해야 할지, 그리고 어떤 재료를 구매해두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특히나 이번 주는 요리하기가 너무 귀찮았기 때문에 간단한 요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고민을 거듭한 끝에 간장을 베이스로 한 제육볶음을 만들기로 결정했습니다. 9월 24일 토요일에 룸메이트인 Alex에게 부탁하여 Winco에서 숙주나 시금치 등 장을 보고, 9월 25일에는 Winco에서 사지 못했던 식재료인 '대파'를 구하기 위해 혼자 걸어서 월마트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월마트에서도 '대파'는 구할 수 없었습니다. 파를 구입하기 위해 점원에게 'green onion'의 위치를 물어보았고, 점원은 대파가 아닌 쪽파를 가리키며 여기에는 이것밖에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저는 어쩔 수 없이 Leek를 대체품으로 구입했습니다.
월마트에서 돌아오는 길에 "Panda Express"라는 간판이 보여서 점심이라도 때우고자 매장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미국에 갔으면 판다익스프레스를 꼭 가봐야 한다는 한국인 교환학생 친구의 말을 기억하고 있어서 더욱 기대가 되었습니다. 판다 익스프레스는 음식이 아닌 음식을 담는 용기에 가격을 매기고, 고객이 선택한 용기에 점원이 음식을 담아주는 형식으로 가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 판다익스프레스는 주변에서 꽤 맛집으로 통하고 있었는지 점심때가 한참 지난 오후 4시였음에도 꽤나 많은 사람들이 판다익스프레스의 음식을 먹고자 길게 줄을 늘어서고 있었습니다. 저는 제 차례가 오기를 기다려 볶음밥과 베이징비프, 그리고 오렌지 치킨을 주문했습니다. 판다 익스프레스에서 음식을 직접 먹어본 느낌으로 말씀드리면 맛은 분명 있었지만 사람들의 발길을 이끄는 맛까지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약 10달러 정도인 가격에 위 사진처럼 많은 양을 담아주는 만큼 가성비 측면에서는 압도적인 우위를 선점하고 있었습니다.
식재료를 구입하고 돌아온 뒤에도 점심시간 내내 주방에 사람들이 많아서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가, 오후 8시가 되어서야 겨우 주방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저는 주방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Leek가 과연 대파를 얼마나 대체할 수 있을지를 확인해보고자 Leek의 푸른 부분과 하얀 부분을 조금씩 잘라 맛을 보았습니다. 푸른 부분은 일반 풀을 씹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맛'이라고 부를 만한 게 없었고 식감도 매우 질겼습니다. 반면 하얀 부분은 그나마 대파의 흰 부분과 비슷한 정도의 맛이 났고 식감도 질기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Leek의 하얀 부분은 대파 흰 부분의 대체 부위로 사용할 만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간장제육볶음은 먼저 저나트륨 간장(일반 간장에 비해 시큼한 향이 강합니다) 1 : 일반 간장 1 : 설탕 1의 비율로 넣고 양파 반개를 다져서 넣었습니다. 그리고 Leek에서 부족한 대파의 향을 넣기 위해 쪽파 하나를 다져서 넣고, 덩어리 고기를 직접 얇게 자른 뒤 간장 소스에 재웠습니다. 고기를 소스에 재우는 동안 간단한 반찬거리라도 만들어보고자 숙주와 시금치를 각각 30초간 데친 뒤 소금과 참기름, 직접 다진 쪽마늘 한 개를 넣고 무쳤습니다. 나물 무침이 완성된 후 재운 고기를 프라이팬에 볶는데, 그냥 고기만 넣으면 맛이 단조로워질 것 같아 버섯과 Leek의 하얀 부분, 그리고 남은 양파 반쪽을 깍둑 썰어서 고기와 함께 볶아서 완성했습니다.
모든 요리가 완성된 뒤 시계를 보았을 때는 오후 10시가 넘어간 시각이었습니다. 저는 서둘러 기숙사로 돌아가 알찬 일주일을 마무리했습니다. 다음 주는 어떤 음식을 해야 할지 벌써부터 고민이 되지만, 적어도 이번 주만큼은 고기와 함께 하는 풍요로운 한 주가 될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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