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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학생] University of Idaho ALCP 프로그램 : 3주차 - 다양한 경험 기록

샤프펜슬s 2022. 9. 13. 04:13

0. 들어가며

 제가 아이다호 대학 기숙사에서 생활한 지 어느덧 3주차에 접어들었습니다. 분명 이곳은 우리가 흔히 상상할 수 있는 미국의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동네입니다. 그래서 만약 미국의 화려함에 반해 아이다호 대학으로 교환학생을 지원하신다면 많은 실망을 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다호 대학교 근처 동네는 그들 나름대로 활력이 넘치면서도 과하지 않고, 동시에 시골 특유의 잔잔함이 있는 멋진 곳입니다. 제 일상을 담은 교환학생 기록에서 이와 같은 매력이 충분히 묻어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다호 대학교는 근처 워싱턴 주립 대학교에 비해서는 캠퍼스의 규모가 작지만, 매주 다양한 이벤트를 꾸준히 개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한국에서 했던 다짐을 지키기 위해, 매주 개최되는 이벤트에 최대한 참가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차는(어쩌면 앞으로의 이야기들은) 제가 참가했던 이벤트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일상 속에서 경험했던 소소한 이야기를 담아보고자 합니다.

 

- 파견기간 (출국 및 귀국일 기준) : 8월 24일 ~ 12월 20일

- 파견국 및 학교 : 미국, University of Idaho (아이다호, 모스코)

- 기타 : ALCP Program 참가, 중급반 배정

 

 

 

1. International Fall Picnic (9월 8일)

 

Ghormley Park에서 개최된 International Fall Picnic

 저번주에 방문했던 Ghormley Park에서 International Fall Picnic이 열린다는 소식을 받았습니다. 저는 수업이 끝난 후 일본인 친구인 Taiyo, Katsunori와 함께 이벤트가 열리는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개최시간으로부터 10분이 지난 뒤였지만, 군데군데 좌석이 비어있는 것으로 보아 아직 사람들이 행사에 많이 오지 않은 듯 보였습니다. 저희 일행은 수많은 좌석 중에서 적당히 그늘진 곳에 자리를 잡은 뒤 식사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다양한 국가의 음식을 맛보는 프로그램 취지에 맞게 피자와 햄버거가 나오지 않았다

  '다른 나라의 음식을 먹으며 문화를 체험하자'는 프로그램의 취지에 맞게 음식은 현지식이 아닌 카레나 밥, 난, 닭고기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동아시아권의 음식이 없다는 사실이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맛있었기에 거부감없이 한 그릇을 전부 비울 수 있었습니다. 프로그램 진행시각이 오후 3시 30분부터 5시 30분까지였기에 저희는 식사를 마친 후에도 자리에 앉아 다른 일정을 기다렸지만, 30분 정도가 지나도 무언가 시작할 기미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식사를 마치고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과 자리를 뜨는 사람들밖에 없었기에, 그제서야 이 식사가 프로그램 일정의 전부라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었습니다.

 저희는 식사 후 한 일본인 교수님이 준비하신 종이접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오랜만에 학이나 하트, 종이비행기 등을 접으면서 어린 시절로 돌아간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방글라데시에서 온 한 학생이 우연히 저희와 합석했고, 이것저것 대화를 나누며 어느새 연락처를 주고받을 만큼 친해졌습니다. 그 친구와 저희는 시간표가 달라서 만날 기회가 적을 테지만 이번 만남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식사를 즐기던 도중인 오후 4시 경 촬영.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피크닉을 즐기기 위해 모여들었다.

 

 

 

2. TALK TIME : A Taste Of THE NATIONS (9월 9일)

 

A Taste Of THE NATIONS 이벤트에서 촬영한 사진. 꽤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다.

 Speaking 수업을 함께 들었던 한국인 교수님 분께서 카카오톡을 통해 이번 행사에 대해 알려주셨습니다. '여러 나라의 음식을 먹으며 문화를 이해하자'는 International Fall Picnic과 비슷한 취지이면서도 비슷한 두 이벤트가 나란히 열린다는 사실에 무척 신기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벤트 개최 장소인 1912 Center까지 제법 거리가 있어 두 일본인 친구와 함께 익숙하지 않은 길을 더듬어 갔는데, 도착했을 때는 이미 개최시간인 6시 30분보다도 20분 정도 늦은 시간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다행히 본격적으로 이벤트가 진행되기 전이었기에, 저희는 식사를 받으러 줄을 섰습니다.

 

여러 나라의 음식이라고는 하지만, 이전 이벤트와 마찬가지로 카레 위주의 식단이었다.

 

 식사는 인도식 밥과 카레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International Fall Picnic에 비해 반찬의 가짓수가 훨씬 많았지만 그래도 크게 구성이 바뀌지 않은 점은 많이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음식은 무척 맛있었습니다. 식사를 하던 중 4명의 네팔 친구가 우리 테이블에 앉았고, 그렇게 우리는 여러 이야기를 주고받았습니다.

 제 옆에 앉았던 네팔 친구는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있었고 네팔 카트만두가 고향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 친구는 특이하게도 한국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제가 영어가 짧아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이루마의 River Flows In You 기타연주를 배우고 있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머나먼 타국에서 우리나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무척 신기했습니다. 한국에 관한 여러 이야기에 고마웠던 저는 네팔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칭찬하는 말로 화답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네팔은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 유명한 나라니까요.

 

각 칸에 적혀진 조건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찾아 이름을 적는 빙고.

 

 오후 7시 30분이 지나면서 사람들 앞에 놓인 그릇도 하나둘 비워질 즈음에 간단한 게임이 진행되었습니다. 각 빙고칸 안에 조건이 적혀있고, 참석자들은 회장을 돌아다니면서 그 조건에 맞는 사람을 찾는 규칙이었습니다. 빙고칸을 전부 채우는 사람에게는 상품이 있다는 말을 들어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종이 한 장을 들고 회장 곳곳을 누볐습니다. 저는 식사를 한 직후라 그다지 움직이고 싶지는 않았지만, 어렵게 이벤트에 참석한 만큼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호응해주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저도 열심히 돌아다였습니다. 결과는 사진으로 보시다시피 좋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모르는 사람들과 빙고게임이라는 공통된 관심사로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어 매우 즐거웠습니다.

 

이벤트 후반, 몇몇 사람들이 노래에 맞추어 춤을 추고 있다.

 저는 한국의 이벤트 진행방식을 싫어합니다. 어릴 적 교내외 이벤트에서 나서기 싫더라도 '축제를 위해' 억지로 나서야만 하는 상황을 만들어버리는 진행에 저는 종종 진땀을 뺐고,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여러 이벤트를 참석하는데 큰 부담을 느낍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한국처럼 억지로 분위기를 띄우기보다도 식사를 하며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잔잔한 방식을 선호합니다. 만약 사람들 앞에 나서야 할 일이 있다면 축제의 분위기보다도 개인의 의사를 더 중시합니다. 그래서 저는 모든 이벤트에서 마음을 편하게 가지고 진심을 다해 즐길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여러분들도 부디 미국에 와서 이들 축제만의 매력을 느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3. 워싱턴 풀먼 한인 교회 (9월 11일)

 

담임목사 위임식 이후를 촬영한 사진.

 TALK TIME : A Taste Of THE NATIONS 이벤트에서 Speaking 수업을 함께 듣는 한국인 교수님을 다시 만났습니다. 이전에도 저는 풀먼으로 내려갈 일이 있다면 함께 가고 싶다는 의사를 몇 차례 말씀드린 바 있었는데, 그 분께서도 그걸 기억하고 계셨는지 제게 한인교회로 같이 가지 않겠느냐고 제안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후 12시 캠퍼스 근처에서 교수님과 만나 차를 타고 한인교회로 이동했습니다. 

 아이다호 대학교 근처는 학교를 중심으로 걸어서 30분이면 어디든 갈 수 있을 정도로 소규모 동네이지만, 풀먼처럼 다른 동네까지 이동하려면 반드시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합니다. 저희는 워싱턴 주립 대학 안에 위치한 한인교회로 이동하기 위해 차로 20분 정도를 이동했습니다. 때마침 그날 교회에서는 '담임목사 위임식'이라는 특별한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저는 종교가 없기 때문에 담임목사 위임식이 얼마나 중요한 행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교수님께 듣기로는 평소 예배시간보다도 훨씬 오래 진행했다는 것 같습니다. 저희는 그렇게 3시간에 걸쳐 예배를 보고, 마지막에는 함께 한국음식을 먹으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워싱턴 풀먼 주의 나쁜 공기질 때문에 실내에서 식사를 진행하였다.

 한국음식은 제육볶음이나 떡볶이 등 아이다호 대학에서는 볼 수 없었던 귀중한 음식들로 가득했습니다. 비록 첫 예배는 어색했지만 미국 안에서 많은 한국사람들에게 둘러쌓여 마음 편하게 한국음식을 먹었던 경험은 절대 잊지 못할 것입니다. 워싱턴 주립 대학 안에 위치한 한인교회인 만큼 예배에 참석한 사람들은 해당 학교에서 재직하거나 재학, 혹은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사람들이 대다수였습니다. 저는 수많은 한국인들이 미국 내 곳곳에서 자신의 꿈을 위해 생활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했고, 한편으로는 자신의 생활공간을 박차고 과감하게 도전하는 그들의 모습이 대단해보이기도 했습니다.

 

워싱턴 주립 대학 캠퍼스 내부. 아이다호 대학과 비교해보면 3배 정도 더 넓었다.

 

4. 기타

(1) 아이다호 대학 캠퍼스 밤산책 (9월 10일)

 

오후 8시 30분에 만나 캠퍼스 주위를 산책하고 있다.

 9월 9일부터 10일까지 양일간 망원경으로 별을 관찰하는 이벤트가 캠퍼스 내에서 열린 적이 있었습니다. 망원경으로 별을 본다는 귀중한 경험을 꼭 하고 싶어서 저는 9월 9일 이벤트가 끝난 이후라도 늦게나마 참가하고 싶었지만, 개최장소까지 제법 오래 걸어야 해서 다음 날 참가하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9월 10일, 저희는 해가 완전히 지는 시각인 오후 8시 30분에 기숙사 앞에서 만나 함께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일행은 저를 포함해 총 5명으로 일본인 친구 Taiyo, Katsunori, Mana, 그리고 한국인 교환학생 친구 1명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벤트 개최장소를 가던 중, 저희는 '공기질이 나빠 별 관측 이벤트가 취소되었다'는 안내문이 버스정류장에 붙어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저희 일행은 실망했지만, 이왕 나온 거 산책이라도 하는 게 어떻겠냐는 Mana의 제안으로 저희는 캠퍼스 안을 거닐었습니다.

 

늦은 저녁이라서 그런지 캠퍼스 내부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늦은 저녁, 캠퍼스 내부는 무척 고요했습니다. 하지만 무섭다기보다는 신비로운 느낌이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캄캄한 밤, 나무로 우거진 공원 너머 숨겨진 유럽 풍의 건물을 보고 있노라면 소설 '해리포터'가 쉽게 연상이 될 정도였으니까요. 특히 이날은 보름달마저 붉은 색이었던 터라 저녁 풍경에 한층 더 멋진 분위기가 감돌았습니다. 저희가 이렇게 늦은 저녁에도 여유롭게 캠퍼스를 돌아다닐 수 있었던 것은 안전한 아이다호의 치안 덕분이었습니다. 만약 이 글을 읽고 계신 누군가가 아이다호 대학으로 오실 기회가 생기신다면, 여러 사람들과 함께 저녁 산책을 해보는 것을 조심스럽게 제안드립니다.

 

Hello Walk 공원 주변. 오후 10시가 되자 종이 10번 울리는 모습이 신기해 촬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