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들어가며
어느덧 아이다호 대학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낸 지 2주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2주라는 짧은 시간 동안 저는 우리나라와 다른 문화에 당황스러운 일도 있었고, 그만큼 흥미롭거나 즐거운 일도 많았습니다. 이번 글의 목적은, 제가 여기에서 겪었던 일을 있는 그대로 전하기 위해 노력함과 동시에, 제가 그 현상들을 지켜보면서(혹은 직접 겪어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를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께 최대한 여과없이 전달해드리는 것입니다. 여러분들께서도 제가 겪은 경험과 그에 대한 제 생각을 읽어보시면서 무엇이 궁극적으로 옳은 방향일지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 파견기간 (출국 및 귀국일 기준) : 8월 24일 ~ 12월 20일
- 파견국 및 학교 : 미국, University of Idaho (아이다호, 모스코)
- 기타 : ALCP Program 참가, 중급반 배정
1. gym
LLC 기숙사에서 1~2분만 걸어가면 'Student Recreation Center'이라는 건물이 나옵니다. 모든 아이다호 대학 학생들은 Vandal Card를 사용하여 무료로 시설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내부에는 러닝머신 등 유산소 운동 기계와 바벨 등 무산소 운동 기구가 잔뜩 준비되어 있으며, 원하는 만큼 이용이 가능합니다. 저는 이곳에서 자전거처럼 생긴 기계를 이용했습니다.
자전거처럼 생긴 기계에 앉으면 Member와 Guest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창이 나오며, 아이다호 대학에 소속된 학생의 경우 Member를 선택하신 후 Vandal email을 이용해 회원가입을 하실 수 있습니다. 로그인을 하면 일일 목표량 등을 설정할 수 있는 상세창이 나옵니다. 저는 사실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얼만큼 운동해야 좋은지는 모르겠고, 그냥 Quick Start를 눌러서 대충 운동하는 편입니다.
2. Thursday Market (9월 1일)
Vandal Email에서는 학교에서 벌어지는 여러 이벤트에 관한 소식을 일주일 단위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는 최대한 모든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 노력하는 편인데, 이메일을 뒤적거리던 중 9월 1일에 Thursday Market을 운영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목요일 수업이 끝난 후 곧바로 Thursday Market이 열리는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만약 넓은 곳에서 쉽게 길을 잃어버릴 것 같다고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으실까봐 말씀드리는 것이지만, 어디로 가시던 Google Map(한국에서는 '구글지도'로 이미 설치되어 있으실 수도 있습니다)을 이용하신다면 아무리 길을 잘 못 찾는다고 하시더라도 쉽게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습니다. 저도 이곳에 와서 구글지도를 애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목적지에 도착해서도 Market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한 곳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순간 많이 당황했지만, 침착함을 잃지 않고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 보았습니다. 안쪽에는 비닐하우스 등 작물을 재배하는 공간이 있었고, 멀찍이 매대 하나와 서툴게 화이트보드로 적은 메뉴가 있었습니다. 저는 매대에 앉아 있던 학생들에게서 바질과 마늘, 그리고 양파 몇 개를 구매했습니다.
Thursday Market에서 발생한 수익은 모두 학생들이 운영하는 농장을 지원하는데 사용된다고 합니다. 이번에 Thursday Market을 직접 이용해 보면서 학생들이 직접 작물을 기르고 것부터 불특정 사람들에게 판매를 하는 것까지 경험을 하게 해주는 미국 대학의 교육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농산물을 판매하는 경험은 단순히 좋은 추억이 되는 것을 넘어, 작물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소비자가 어떤 작물을 선호하고, 또 어떤 작물을 선호하지 않는지 등 학생들에게 경영감각을 가르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저는 양파를 구입하고 난 뒤, 곧 후회하고 말았습니다. Amazon을 통해서 프라이팬과 뒤집게 등을 주문해둔 상태인데, 9월 중순이 되어서야 제품을 받아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즉, 양파를 구매해도 당장 요리할 수 없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급한 대로 근처 Winco에 가서 과도와 당근, 오일, 소금 등 각종 조미료와 조리기구를 구매하여 냄비 하나로 소시지야채볶음을 만들었습니다.
요리는 거의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급하게 시작되었지만, 결과물은 그럭저럭 성공적이었습니다. 저는 수업에서 알게 된 일본인 친구 Taiyo를 불러 요리를 나누어 먹었고, Alex에게도 요리를 나누어주었습니다. 마늘기름으로 요리를 진행해서 입맛에 맞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제 염려와는 다르게 두 외국인 친구들은 꽤나 맛있게 먹어주었습니다. 앞으로는 요리의 폭을 넓혀서 카레나 소고기무국 등 다양한 한국음식에 도전할 예정입니다.
3. Stuff-A-Fall Friend Event (9월 2일)
금요일 저녁 7시, 잠시 산책이라도 할까 싶어 기숙사를 나서니 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습니다. 저는 무얼 하는지도 몰랐지만 일단 외국인 분들 뒤에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렸습니다. 20분 정도 기다려도 차례가 올 기미조차 보이지 않자, 뒤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외국인 분께 '왜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외국인 분은 영어가 서툰 저를 배려한 것인지 천천히 친절하게 설명해주셨습니다. 사람들은 인형을 받으려고 기다리고 있으며, 저도 Vandal Card를 가지고 있다면 받을 수 있다고 말입니다. 저는 감사를 표하며 다시 차례를 기다렸고, 제 뒤의 외국인 분과 그 뒤에서 기다리는 외국인 분은 저와의 대화를 시작으로 이야기에 물꼬가 튼 모양이었는지 이것저것 대화를 나눴습니다.
기나긴 기다림 끝에 차례가 되었습니다. 아무것도 몰랐던 저는 앞의 관리자 분께 Vandal Card를 제시하면서 사람들이 무얼 하는지 지켜보았습니다. 탁자는 ㄱ자 모양으로 놓여 있었는데, 긴 탁자 위에는 수많은 인형 껍질이 있었으며 끝에는 종이와 하얀 무언가가 들은 봉투가 있었습니다. 방으로 입장한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모양의 인형 껍질과 종이, 그리고 봉투 하나씩을 챙겨 밖으로 빠져나갔습니다. 저도 눈치껏 앞의 사람이 했던 것처럼 인형 껍질 하나와 종이 한 장, 그리고 봉투 하나를 들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이제 모든 일이 끝난 건가 싶어 방금 질문을 했던 뒷사람에게 이제 모든 게 끝났는지를 물었고, 그분은 친절하게 인형에 솜을 채워야 한다고 대답해주셨습니다. 하얀 무언가가 들은 봉투는 바로 솜이었던 것입니다.
대충 프로세스를 파악한 후 그분께 고맙다고 말하며 다른 사람들이 했던 것처럼 바로 앞 잔디에 앉아 인형에 솜을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방금 전 친절하게 답변해주셨던 분도 제가 걱정되었는지 근처에 앉아서 작업을 시작했고, 그 뒷사람도 합류하며 어느새 세 사람이 풀밭에 앉아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던 분의 이름은 '레베카'라는 여성 분이었고, 그분은 아직 1학년이라 전공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분도 LLC에서 생활하는데 일본인 룸메이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 뒤의 사람은 '에릭'이라는 남성 분이셨으며, MIS를 전공하는 3학년 학생이었습니다. 셋이서 이야기를 나누며 인형을 거의 다 만들 때 즈음 우리 그룹 근처에 앉아서 혼자 인형을 만들던 '세뮤엘'이라는 남성 분이 이야기에 참가하며 총 네 사람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모양새가 되었습니다.
이번 활동에 참가하면서 대한민국과 미국 간 문화적 차이점을 많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친한 사람과 함께 다양한 활동을 즐긴다'는 느낌이라면, 반대로 미국은 '다양한 활동에서 친한 사람을 만든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번 이벤트에 빗대어 설명한다면 우리나라는 '친한 친구와 인형을 만든다'이지만, 미국은 '인형을 만드는 사람과 친구가 된다'는 느낌입니다. 이 둘은 무척 사소한 차이처럼 보일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큰 차이를 보여줄 수밖에 없습니다.
전자의 경우는 좁지만 돈독한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커뮤니티는 형성하는 것부터 어려우며, 유지하는 데도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구합니다. 반대로 후자는 넓지만 얇은 커뮤니티로, 형성하기도 어렵지 않으며 본인이 노력하는 만큼 관계가 돈독해질 수 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로 교환학생을 오는 외국인 학생들이 어째서 점점 더 움츠려들 수밖에 없는지 그 이유를 깨달았습니다. 자신이 아는 친구들끼리 강하게 결합하려는 우리나라 사람들 특성상 외국인 학생이 그 틈에 비집고 들어가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이러한 추세가 줄어드는 편이라 위의 이야기를 일반화해서 말하기는 힘듭니다만, 아무리 점차 우리나라 문화가 개방된다고 하더라도 '다른 문화의 사람들과 지내는 방법을 어릴 적부터 배워 온' 이들을 따라가기에는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 하루였습니다.
4. Farmers Market (9월 4일)
전날, 함께 봉재 인형을 만들며 이야기를 나누었던 일행 중 레베카에게 기숙사로 돌아가면서 'Winco와 Farmers Market 중 어느 곳이 더 저렴한가요'라고 물었고, 그녀는 내게 'Farmers Market이 더 채소가 신선하고 저렴합니다'라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토요일 아침 Farmers Market으로 갔습니다. 장을 구경하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카레를 만들기 위해서 감자를 넉넉하게 구매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마침 한국인 교환학생 친구와 목적지가 같아 함께 이동하였습니다. 그곳에서 감자 한 봉지와 사과 그리고 자두를 조금 구매했습니다. 감자는 한 그릇에 5$였으며, 사과와 자두는 1파운드에 4$였습니다.
Farmers Market은 전의 Block Party와 같은 장소에서 열렸는데, 이상한 것은 Block Party 때보다 사람들이 더 많았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판매하는 물품도 채소나 과일뿐만 아니라 직접 구운 빵, 악세서리, 헤나 등으로 무척 다양했습니다. 저는 그 친구와 함께 약 한 시간 동안 거리를 둘러보았습니다. Farmers Market에서 아쉬웠던 점은 동양 문화 관련 장식품이 주로 중국 혹은 일본 문화 관련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 부분은 제가 무어라 할 말이 없는 것이, 저도 서양 관련 문화는 구분할 줄 모르기에 '여기 사람들도 그냥 그런가 보다'하고 웃으며 넘길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우리나라가 문화 강국이 되어가고 있다고 하더라도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게 만드는 하루였습니다.
5. Ghormley Park, Hello Walk Park (9월 5일)
일요일, 과제를 하고도 시간이 많이 남아서 무얼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Speaking 수업에서 만난 다른 한국인 분께 추천받은 공원에 놀러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먼저 찾아간 Ghormley Park는 제가 사는 기숙사에서 5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공원으로 넓게 펼쳐진 풀밭과 한가운데 위치한 놀이터가 매우 생동감 있는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습니다. 한편 공원 바로 옆에 초등학교가 위치해 있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공원을 초등학교 옆에 설치하면 (1) 초등학생들에게는 안전한 쉼터를 만들어 주면서도, (2) 주변 주민에게도 휴식 공간을 열어두어 공원의 활용도를 높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으니 무척 경제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디 우리나라에도 학교 근처에 공원이 생겨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Hello Walk 공원은 Ghormley Park에서 15분 정도 더 걸은 후에야 겨우 입구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Hello Walk 공원에서 무엇을 보았느냐고 누군가 제게 묻는다면 아마 쉽게 대답하지 못할 것입니다. Hello Walk 공원에는 동상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인상적인 조형물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흔한 풀과 나무, 벤치와 가로등, 사이사이에 보이는 캠퍼스 건물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그야말로 환상적인 풍경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마치 동화 속에나 볼 법한 풍경에 반해서 공원을 거닐며 여유롭게 휴식을 즐겼습니다. 때마침 공원에는 사람도 거의 없어서 더욱 아름답게 보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교환학생에 오기 전 한국에서 지냈을 때는 공원이 과연 삶의 질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 감을 잡을 수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쉽게 주변 환경에 익숙해지므로, 공원이 있다고 하더라도 전체적인 삶의 질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도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실제로 공원을 이용해 보면서,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장소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얼마나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6. 그 외
(1) 효율을 위한 규정의 비경제성
제가 아이다호 대학에서 지내며 가장 편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다름 아닌 출입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출입문 앞뒤가 모두 같은 모양으로 생겼고, 손잡이 근처 '당기시오'와 '미시오'로 여는 방법을 안내하는 반면, 미국은 '당기시오' 부분과 '미시오' 부분의 손잡이가 아예 다르게 생겼습니다.
저는 이 손잡이를 보면서 우리나라가 얼마나 관리자 편의주의적인지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문 앞 뒤의 손잡이를 같은 모양으로 만들고 '미시오', '당기시오' 스티커로 둘을 구분하는 건 '관리자의 의도대로 동작한다는 전제 아래' 매우 경제적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적응한 사람들은 '당기시오' 임에도 문을 밀어서 열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는 걸 보면 관리자들의 의도대로 완벽하게 동작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최근 제정된 투명 페트병 분리수거법도 마찬가지입니다. 관리자(입법자)들이 의도한 대로 규정이 완벽히 돌아간다면 그만큼 효율적인 것도 없겠지만, 대중들이 수많은 규정을 완벽하게 따라줄 수 없습니다. 이처럼 우리나라가 '효율'이라는 말 아래 대중에게 많은 부분을 요구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만약 대중들이 의도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그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시민의식이 부족하다'고 말이죠. 대중들도 어느 순간부터 자신들을 탓하며 자조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생각을 바꾸어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중들이 규정을 따르지 못하는 이유는 대중의 지능때문도, 낮은 시민의식때문도 아닙니다. 저는 2주 간 미국에서 지내보면서 대중에게 많은 부분을 요구하고 그것을 지키는지 감시만 하는 관리자들의 나태한 행동과 생각이 가장 큰 문제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따라서 미국의 문 손잡이 사례처럼 관리자들은 비효율성을 감내하더라도 대중이 규정을 따르기 쉽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효율성을 위해 마련된 지나친 규율은 역설적이게도 엄청난 경제적 비효율성을 발생시킬지도 모릅니다. 예를 들면, 마치 당겨야 할 문을 밀어서 망가져버리는 문들처럼요.
(2) 태아는 과연 강력한 처벌만으로 보호가 가능한가?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 성은 부끄럽고 숨겨야 하는 것으로 대우받아 왔습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성이 인간의 자연스러운 일면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대학교에서 강의실 근처 화장실에 배치된 투명한 통을 통해 학생들에게 콘돔을 무료로 나눠주고 있었거든요. 아이다호 대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면 언제든 콘돔을 사용할 수 있었으며, 실제로 강의실 근처에서 화장실을 이용하다 보면 소모 속도 또한 굉장히 빠른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중학생 때, 혹은 고등학생 때를 회상해보면 콘돔을 직접 만져보기는 커녕 본 적도 없었습니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성교육은 굉장히 보수적으로 진행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최근에는 성교육이 나아졌는가 하면 그렇게만도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일례로 2020년 7월에는 한 고등학교의 교사가 임신과 출산을 주제로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서 학생들에게 준비물로 바나나와 콘돔을 준비해오라고 했다는 이유로 학부모에게 항의를 받게 되었고, 해당 교사는 교육청 진상조사를 받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사례는 슬프게도 한국의 성교육 실태 및 성에 관한 인식 수준이 얼마나 더디게 발전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으며, 그 수준은 제가 고등학생 때와 비교해도 거의 변하지 않았음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1
그렇다면 이러한 우리나라의 느린 대처가 태아를 살해하거나 방치하는 무책임한 부모를 양산하는데 일조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아니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성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아이를 원치 않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피임을 해야 하지만, 그에 대한 정보는 결국 인터넷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비참한 현실은 자라나는 아이들을 무책임한 부모로 만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강력한 처벌을 앞세워 그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는 느낌까지 받습니다. 오해의 소지가 있을까 두려워 미리 이야기하자면, 나는 태아를 방치하고 살해하는 무책임한 사람들에게 강력한 처벌을 주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이 아닙니다. 부정적인 시선과 강력한 처벌로만 이들을 통제하려는 정부의 안일함을 비판하는 것입니다. 저는 콘돔을 쉽게 접하고 사용할 수 있는 미국의 사례처럼 우리 인식 속에서 피임기구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수준 높은 성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은 것입니다.
위와 같이 성에 대한 인식 수준 향상을 위한 노력은 결국 세상 밖으로 나온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고 존중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아이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은 올바른 방법으로 피임을 진행하며 아이가 생기지 않도록 조심할 것입니다. 태아를 원치 않는 사람들이 피임을 통해 아이를 갖지 않으니 자신의 아이를 존중할 준비가 된 사람들만이 아이를 낳게 될 것이고, 결국 적극적인 성교육은 궁극적으로 세상 밖으로 나온 아이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한 걸음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 한치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콘돔 사용법' 수업하려던 교사 교육청 진상조사 나서. '20. 7. 7. 에듀인뉴스 [본문으로]
'전문지식 함양 > 교환학생'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교환학생] University of Idaho ALCP 프로그램 : 5주차 - 다양한 경험 기록 (0) | 2022.09.27 |
---|---|
[교환학생] University of Idaho ALCP 프로그램 : 4주차 - 다양한 경험 기록 (0) | 2022.09.19 |
[교환학생] University of Idaho ALCP 프로그램 : 3주차 - 다양한 경험 기록 (0) | 2022.09.13 |
[교환학생] University of Idaho ALCP 프로그램 : 1주차 - 시설소개 (0) | 2022.08.29 |
[교환학생] University of Idaho ALCP 프로그램 : 출국 전 준비 (0) | 2022.08.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