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들어가며
10월 29일, 탄자니아 대통령 선거를 기점으로 평화로웠던 분위기가 급변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통령 선거를 생각해서 별일 없을 줄 알았는데 막상 겪어보니 그렇지 않더군요. 모든 자유를 뺏기고서야 비로소 저희가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이곳이 어디인지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10월 29일 이후 긴박하게 흘러가는 나날 위주로 담아보겠습니다.
1. Form 3 열한 번째 수업 (7주차, 10월 27일)
이번 주 월요일은 바쁜 한 주가 끝난 뒤에 맞이하는 첫 번째 날이었습니다. 조금 더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지만 당장 모레 10월 29일에 탄자니아 대통령 선거가 예정되어 있기도 했고 10월 31일에는 중간성과보고회를 진행하기로 해서 사실상 출근하는 날은 3일뿐이었습니다. 그래서 피로가 전부 회복되지 않는 몸으로 수업을 진행하더라도 다른 날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가뿐했습니다. 휴일을 앞둔 선생님은 무적이었습니다. 우선 수업 전까지 PPT와 스크립트를 점검한 뒤 실습 예제코드를 검토하고 실습 유인물을 출력하는 등 열과 성을 다해 준비했습니다. 저번 주에 시간이 부족해서 수업준비를 완벽하게 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11시 10분경, 학생들을 맞이하기 위해 컴퓨터실로 이동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CSS 스타일링과 관련된 부분을 나갔습니다. 그중에서도 텍스트 스타일링과 리스트 스타일링, 그리고 링크 스타일링에 대해 가르쳤습니다. 먼저 텍스트 스타일링의 경우 아래 다섯 가지를 알려주었습니다.
(1) 글자색 변경(키워드, #ffffff, RGBA, HSLA)
(2) 글자크기 (px, large/small, em, rem)
(3) 글꼴 변경(Generic families의 정의 및 종류, 글꼴 변경 시 반드시 중복의 글꼴을 지정하도록 하며, 마지막에는 Generic Families 중 하나의 글꼴을 지정할 것)
(4) 글자정렬 (right, left, center, justify)
(5) text-decoration ([밑줄 위치] [밑줄 스타일] [밑줄 색] 순으로 지정할 것)
두 번째로 리스트 스타일링 파트에서는 [리스트 스타일 타입] [리스트 스타일 포지션 (inside/outside)] 형식으로 사용하도록 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링크 스타일링에서는 (1) 가상 클래스의 개념과 (2) 링크스타일 지정 순서 (LVHA : Link – Visitied – Hover – Active)에 대해 가르쳤습니다.
이번 수업에서 중요하게 고려한 부분은 학생들의 필기 시간이었습니다. 본디 저는 슬라이드 안에 모든 내용을 넣은 후 설명을 간단하게 하는 타입입니다. 그래서 늘 설명이 끝나더라도 학생들이 필기를 끝낼 때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 제가 학생들의 필기를 기다리는 일은 어렵지 않았지만, 필기 속도가 늦는 친구들은 다른 학생들로부터 불편한 눈초리를 받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학생들에게 충분한 필기시간을 주고자 한 슬라이드 안의 내용을 아주 자세하게 설명해 보았습니다.. 그 결과 의도한 것처럼 필기할 시간은 충분했지만 반대로 실습시간이 부족해졌습니다.
<!DOCTYPE html>
<html>
<head>
<title>Introduce_myself</title>
<style>
.header{
color: brown;
font-family: fantasy;
text-align: center;
}
.content{
color: blue;
font-size: large;
font-family: sans-serif;
}
.listcontent{
color: green;
text-decoration: underline wavy skyblue;
font-family: serif;
}
.liststyle{
list-style: square inside;
}
a{
text-decoration: none;
}
a:link{
color: red;
}
a:visited{
color: orange;
}
a:hover{
background-color: yellow;
}
a:active{
text-decoration: underline dotted red;
}
</style>
</head>
<body>
<h1 class="header">Introduce Myself</h1>
<h3 class="header">Information</h3>
<ul class="listcontent liststyle">
<li>My name : Adam</li>
<li>My hobby : Reading books</li>
<li>My career goal : author</li>
</ul>
<h3 class="header">Introduction</h3>
<p class="content">
Hello! I'm a Form 3 student learning HTML.
I enjoy reading books the most,
and this hobby has led me to my biggest goal: becoming an author.
I want to be a writer who shares my thoughts with the world
and inspires people through stories.
This small webpage is my first step toward that dream.
</p>
<p class="content">
<a href = "https://www.google.com">Click here</a> to help me achieve my dream
</p>
</body>
</html>
Introduce Myself
Information
- My name : Adam
- My hobby : Reading books
- My career goal : author
Introduction
Hello! I'm a Form 3 student learning HTML. I enjoy reading books the most, and this hobby has led me to my biggest goal: becoming an author. I want to be a writer who shares my thoughts with the world and inspires people through stories. This small webpage is my first step toward that dream.
Click here to help me achieve my dream
이번 실습은 두 번째 실습인 “This is my first Webpage”의 연장선 격으로 구성했습니다. “This is my first Webpage”의 경우 나의 이름과 취미만 묻는 아주 간단한 자기소개였다면, 이번 “Introduce Myself” 실습은 나의 이름, 취미, 장래희망을 묻고 이 세 가지를 이용해서 자신을 소개하는 문구를 작성하는 실습이었습니다. 그 후 스타일을 지정할 때 이론에서 배운 모든 것을 한 번씩 사용해 보도록 유도했습니다. 나름 공들인 과제였지만 실습을 진행할 시간이 불과 20분밖에 없어서 학생들이 많이 아쉬워했습니다. 따라서 다음에 수업을 준비할 때는 예전처럼 설명의 길이를 줄여서 실습 시간을 확보하는 편이 학생들에게도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불안한 정세, 뒤바뀐 분위기 (10월 29일 ~ 11월 7일)
10월 29일, 오전 10시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휴대폰을 확인했습니다. 대통령 선거일에 맞춰서 인터넷이 끊길 수도 있다는 본부 안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도 인터넷은 잘 작동했고 본부에서 하는 걱정도 그저 기우에 지나지 않겠거니 하며 한시름 놓았습니다. 저는 혹시나 걱정하고 있을 가족들에게 연락해 잘 지내고 있다고 전한 뒤 오후 1시에 맞추어 보이스톡을 걸겠다고 미리 얘기해두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될 때까지 침대에 누워서 여독을 풀었습니다. 아직 할 일이 산더미였지만 전화가 끝난 뒤에 시작해도 늦지 않았습니다. 약간의 시간이 흘러 오후 1시가 되었고, 저는 슬슬 보이스톡을 걸기 위해 휴대폰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와이파이가 끊겼고, 데이터와 와이파이 둘 다 전혀 사용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인터넷이 되지 않아 대안으로 음식이라도 요리해서 먹고 있으니 오후 3시경 FM님으로부터 문자가 왔습니다. 사람들이 시내에서 시위를 하고 있으니 금일 외출을 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숙소 사람들은 오늘만 지나면 상황이 좋아지겠거니 생각하면서 각자 할 일에 몰두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연세가 많으신 남자단원 분께서는 전화로 여자단원 숙소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상황을 공유받으셨고, 저는 옆에서 밀린 일기를 작성하며 상황이 나아지는 때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상황은 점점 더 복잡해졌습니다. 오후 6시가 되니 여자단원 숙소와 주고받던 전화가 강제로 끊어졌고 문자도 전송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제 유일하게 소식을 받을 수 있는 곳은 FM님의 연락뿐이었습니다.
오후 6시 12분경, 대체 어떻게 하셨는지 모르겠지만 기적처럼 FM님께서 단체문자를 통해 소식을 전달해 주셨습니다. 좋은 소식을 바라며 문자를 열었지만 곧 실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FM님께서는 현재까지 시위로 인해 시위대 5명, 경찰 1명이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셨습니다. 또한 시위대가 정부 건물과 주유소에 방화를 진행하고 있다고도 알려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경찰이 금일 오후 6시 이후로 통금을 선포했다고 하며 외출 금지 명령을 전달하셨습니다. 저희의 바람과는 달리 상황은 오히려 더 나빠졌던 것입니다. 다행히 이곳 남자숙소는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은지로 지역이어서 그런지 창문으로 내다보았을 때는 문자내용만큼 바깥상황이 심하지는 않았습니다.

오후 9시, 저녁식사를 즐긴 후 방에서 볼일을 보고 있던 그때 바깥에서 수차례 파열음이 들렸습니다. 이전에도 오토바이로 파열음을 내는 경우가 여럿 있었지만 이번에 난 소리는 저번과 달랐습니다. 저희는 안전을 위해 서둘러 암막커튼을 쳐서 방 안의 빛이 새어 나가지 않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파열음이 멎을 때까지 전등을 끄고 상황을 지켜보았습니다. 무척 숨 막히는 하루였습니다. 때마침 FM님으로부터 문자가 하나 왔는데, 내일까지도 인터넷이 되지 않으면 출근을 하지 않다고 괜찮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다만 기관 측에 반드시 연락해 달라고도 첨언하셨습니다. 저와 팀장은 전화를 통해 이에 대해 논의했고 오전 6시 30분에 연락을 주고받았을 때 서로 연락을 받으면 출근하고, 그렇지 않으면 출근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어차피 인터넷이 되지 않으면 기관 측과 연락은 불가능하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내일은 조금 더 나아지겠지 하는 마음과 함께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10월 30일 오전 6시 30분, 힘겹게 눈을 뜬 저는 곧바로 팀장에게 연락을 보내보았습니다. 그러나 Whatapp을 통해서도, 카카오톡을 통해서도 아무런 연락을 전달할 수 없었습니다. 오늘도 출근이 어렵겠거니 생각하며 다시 침대에 눕는데, FM님의 안전문자가 하나 도착했습니다. 아직 시내에 많은 군인들과 시위대가 있어 재택근무를 진행하라는 지시였습니다. 인터넷이 되지 않으니 아무런 업무도 보지 못하는 터라 일단 다시 잠을 청했습니다. 오전 10시에 다시 눈을 뜬 저는 숙소 사람들과 함께 아침을 먹고 모두 함께 집 밖으로 나가 상황을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통금시간도 아니었고, 오늘은 아직 나가지 말아 달라는 연락을 받지는 않았기 때문에 잠깐 외출 정도는 괜찮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채소가게를 제외한 모든 가게가 닫혀있었고, 경찰차를 탄 수십 명의 군인이 총과 방패로 무장한 채 연달아 시내로 이동하는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저희는 더 있다가는 위험할 것이라 판단하여 다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렇게 침대에 누워있으니 오후 1시가 되어 다시 인터넷이 연결되더군요. 상황이 좋아지겠다는 희망을 갖고 서둘러 집에 연락했습니다. 집에는 탄자니아에서 인터넷과 전화, 문자를 통제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 대해 자세히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제가 거주하고 있는 지역이 시내와 멀리 떨어져 있어 상대적으로 안전하며, FM님께서도 원격으로 안전을 확인하고 계신다고도 말씀드렸습니다. 가족들과 오래 연락하고 싶었지만 언제 인터넷이 끊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서둘러 연락을 종료한 뒤 필요한 자료를 다운로드 받아두었습니다. 그리고 두 시간이 지난 오후 3시가 되어 다시 인터넷이 끊겼습니다. 그렇게 저희는 다시 외부와의 소식이 끊기고 말았습니다.
오후 5시, FM님으로부터 문자가 도착했습니다. 상황이 불확실해서 내일도 재택근무로 결정되었고 다르살람에서는 길거리를 걸어가다가 얻어맞은 경우가 있으니 밖에 이동을 자제해 달라는 안내문자였습니다. 또한 본래 금요일에 예정되어 있었던 중간성과공유회는 다음 주 목요일로 잠정 연기한다고도 말씀해 주셨습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이해한 저희는 안전을 위해 오후 6시가 되자마자 암막커튼을 꼼꼼하게 친 후 불을 끄며 생활했습니다.
한 시간 뒤인 오후 7시에 저녁을 준비하기 위해 주방에서 요리를 하던 그때, 집주인이 최고참 어른이신 남자 봉사단원분께 연락하셨습니다. 상주 경비원인 브라이언을 통해 식자재를 수급할 것을 강하게 권고했으며, 브라이언을 통해 대문 열쇠를 건네주며 모든 문을 반드시 잠그고 자라고 안내해 주었습니다.. 이 이후로 저희는 (1) 마당으로 통하는 대문, (2) 집으로 들어오는 대문, (3) 각 객실로 이어지는 중문, (4) 방문까지 모두 꼼꼼하게 잠그고 생활했으며,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모두 잠가두어 안전을 확보했습니다. 때마침 날아온 FM님의 문자에서는 지방으로 시위가 확산되고 있으며, 금요일까지 당선인 발표가 없을 경우 이후 군이 개입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기에, 저희는 걱정을 가득 안은 채 오후 10시가 되어 침대에 누웠습니다.
10월 31일 오전 8시, 휴대폰 진동에 눈을 떴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이런 진동으로 깨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어제 일찍 잠을 잔 덕분인지 가뿐하게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휴대폰을 보니 FM님께 문자가 두 통 와있었습니다. 첫 번째 문자에서는 (1) 월요일에 인터넷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으며, (2) 오늘 대선결과를 발표하고 이후 상황에 따라 전기까지 차단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3) 시위는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고 하더군요. 뒤이은 두 번째 문자에서는 FM님께서 생활하시는 임팔라 지역에서는 밤새 총성 소리와 군인, 시위대 구호 소리가 들렸다는 말과 함께 외출 금지를 지시하셨습니다.
오늘도 여전히 바깥소식이 좋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 저는 별달리 할 게 없어 10시까지 자고 일어났습니다. 프렌치토스트와 토마토계란볶음으로 식사를 마친 후 바로 마당으로 나가 바깥 상황을 살펴보았습니다. 군경을 실은 차량을 제외하고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던 어제와는 달리, 오늘은 그래도 사람들끼리 대화하는 소리나 오토바이 소리 같은 생활소음이 간간이 들렸습니다. 그러나 격리생활이 길어질 것을 우려해 상주 경비원이신 브라이언에게 부탁해 물 2리터 12개와 달걀 1판, 식용유를 구매를 부탁했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혼자서 모든 것을 옮기기 어렵다는 경비원의 판단 아래 경비원을 대동하여 집 앞 마트까지 다녀와 함께 물품을 구매했습니다. 그러면서 바깥을 살필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제 예상대로 주변 지역은 일상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었지만, 가끔 보이는 군경을 실은 차량이 아직 상황이 위험함을 간접적으로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경비원과 서둘러 집으로 돌아온 저희는 바깥으로 불빛이 새어 나가지 않도록 조심하는 등 더욱 생활에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오후 8시에는 집 안에 있는 모든 바가지에 물을 받아두며 단수 상황에 대비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났습니다.

11월 1일, FM님이 전달해 주시는 문자만이 유일한 외부의 소식을 전달받을 수 있는 수단이다 보니,, 오전만 되면 FM님의 문자를 기다리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역시 오전 9시 20분에 FM님께 관련 소식을 전달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선관위에서 약 98%로 사미아 대통령이 당선되었음을 발표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오늘 중으로 당선증을 수여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군부에서 개입할 여지가 사라져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민주주의를 원하는 탄자니아 사람들이 선거결과에 대해 납득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시위가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누워있던 중 오후 12식 경 FM님으로부터 추가 문자가 도착했습니다. (1) 선거결과 발표 후 시위가 재발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외출을 자제하고 숙소에 대기할 것, 그리고 (2) 정전이 될 수 있으니 배터리 완충 등 상황에 대비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즉시 저희는 모든 전자기기를 상시 충전하는 정전상황에 대비했습니다. 다행히 염려하던 상황은 날이 저물 때까지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11월 2일, 학교에 출근하지 않는 일상이 너무나 당연해졌습니다. 오늘도 역시 문자 몇 개가 도착해 있었는데, 두 문장도 채 되지 않는 아주 짤막한 내용이었습니다. 하나는 “대한민국 외교부에서 ”특별여행주의보“ 지정 / 미국 대사관은 ”여행자제“로 지정했다”는 것. 또 하나는 “취임식이 열리는 내일이 관건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일이 발생한 날부터 오늘까지 대략 며칠이 지났는지를 계산해 보니 대략 4일이라는 결과가 나오더군요. 4일이나 지나서야 특별여행주의보를 내리는 것은 조금 늦은 게 아닌지 생각하며 국가를 책망하려다가도, 현장과 외부 시선의 온도차가 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곱씹으면서 애써 마음을 삭혔습니다.
사실 저희에게 문제라고 해봐야 외출을 하지 못하는 것과 단수 및 정전에 대비하는 것. 그리고 외부로 불빛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조치하는 것 외에 신경 쓸 일은 없으니 사실 제게 직접적으로 오는 피해는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렇게 언제나와 같은 나날을 보내다가 오후 7시에 코이카 다르에스살람 본부 메시지가 FM님을 통해 도착했습니다. 취임식을 앞두고 시위가 재개될 수 있다는 것, 취임식 일정이 연기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곳곳에서 가스 1리터 당 7,000 TZS까지 올라가는 등 물가가 폭등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취임식이 월요일에서 화요일로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는 부분을 읽을 때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생각하느라 잠시 멈칫했습니다. 인터넷이 되지 않고 외부로 외출조차 할 수 없으니 하루하루가 단조로워져서 그런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갔습니다.

11월 3일 월요일, 오늘은 이상하게도 FM님의 아침 연락이 없었습니다. 늘 아침을 시작하던 FM님의 문자마저 없어져버리니 더욱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이대로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 저는 저는 숙소 사람들과 논의한 끝에 TV를 켜서 취임식을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전날 취임식이 미뤄질 수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미뤄졌다는 확답은 없었기 때문에 본래 계획대로 진행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오랜 시간 뽑아두었던 전원을 연결한 후 TV를 트니 예상대로 취임식과 비슷한 행사를 하고 있는 게 보였습니다. 하지만 언어가 통하지 않으니 무슨 과정을 진행하고 있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취임식 중 돌발상황이 발생하지 않는지 마음을 졸이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다행히 TV 너머에서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생각될 만큼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고, 뒤이은 오후 4시 40분에 FM님께서 ”사미아 대통령이 대선 전 상태로 시민생활의 정상화를 군경에 지시했다“라는 문자를 보내시면서 상황이 호전되고 있음을 알려주셨습니다. 그리고 오후 5시 30분경 드디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여태까지 밀려있었던 모든 연락이 일시에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가족들과 연락을 주고받기도 하고 밀려있던 여러 소식들도 하나씩 받으면서 조금 더 즐겁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11월 4일은 훨씬 더 여유롭게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격리가 되어 있더라도 외부로 연락할 수 있는 수단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는 정말 컸습니다. 시간도 이전보다 훨씬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이제 저희에게 남은 건 단 하나, 출근이 언제 재개되는지 여부였습니다. 그에 따라 수업계획을 다시 재조정하거나 자료를 제작하는 등 여러 할 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전 내내 출근과 관련해서 아무런 공지가 없었고, 저희 모두는 내일도 오늘처럼 격리되고 있겠거니 하면서 한적한 나날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오후 7시 40분, FM님께서 갑작스럽게 카카오톡 단체방을 통해 출근을 진행하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팀장은 이 소식을 들은 즉시 다음 날 있을 정규수업을 급하게 준비하기 시작했고, 저도 출근을 위해 짐을 꾸렸습니다. 경찰이나 군인에게 검문을 받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여권을 지참하라는 말씀도 덧붙여주셨으나, 비자 문제로 인해 여권을 모두 제출한 상황이어서 이 부분은 여권사진으로 대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시작한 격리생활은 일주일 뒤인 오늘 갑작스럽게 막을 내렸습니다.



3. Form 3 열두 번째 수업 (8주차, 11월 7일)
11월 7일은 기존에 예정되어 있던 박스모델 CSS 수업을 급하게 타자검정으로 바꿨습니다. 오늘 학교로 출근하자마자 코워커 선생님께서 오시더니 ”다음 주부터 국가시험으로 인해 ICT실을 사용하지 못한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갑작스러운 통보에 놀라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이번 봉사활동의 주요 성과지표 중 하나가 타속과 정확도인데 이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ICT실을 사용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정보를 격리 후 첫 출근날인 이번 주 수요일이 아닌 오늘 아침에서야 얘기를 꺼내는 게 맞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일이 봉사활동 기간 동안 한두 번도 아니었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면서 수업의 내용을 급히 타자검정으로 바꿨습니다. 사실 오늘 타자검정을 무사히 할 수 있을지조차도 불투명했습니다. 11월 5일, Form 1 학생들의 수업이 있었지만 저희를 제외한 그 누구도 ICT실에 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격리가 풀린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오늘도 그러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었습니다.
다행히도 수업 시간에 맞추어 Form 3 학생들이 하나둘 ICT실로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약 50명의 학생 중 단 23명, 절반에 가까운 학생들이 불안한 정세에도 불구하고 제 수업을 들으러 와주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힘들게 수업에 와줬는데 ‘어른의 사정’으로 인해 타자검정을 진행해야 한다는 사실에 너무나 미안했습니다. 검정기준은 9월 19일 수업과 마찬가지로 긴글연습 ‘The Selfish Giant’ 1페이지를 모두 입력했을 때 나오는 타속과 정확도를 기준으로 판단하기로 했습니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학생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정확도 100% 기준 타속 1위부터 3위까지는 상점을 부여하기로 했다는 점입니다. 원래 상점이 없어도 열심히 하던 학생들이 상점을 준다고 하니 눈에 불을 켜고 열심히 과제에 임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과는 아주 놀라웠습니다. Form 3 학생들의 평균 타속이 9월 51.65타에서 11월 75.43타로 무려 23.78타나 상승했으며 정확도 또한 9월 97%에서 11월 99.9%로 거의 100%에 가까운 수치를 보여주었습니다. 우리는 당초 타자연습 부문의 달성률 100% 기준을 (1) 평균 타속 20타 이상 상승 (산식 : 𝒙 ÷ 20 × 100, 𝒙 는 11월 평균 타속 – 9월 평균 타속(향상치), 단위 %), (2) 정확도 100% 달성 두 가지로 설정했습니다. 즉, (1) 기준에서의 달성률과 (2) 기준에서의 달성률의 평균값이 타자연습 부문의 최종 달성률인 것입니다. 계산 결과 (1) 기준의 경우 23.78 ÷ 20 × 100 = 118.9%, (2) 기준은 99.9%라는 높은 수치를 달성했고, 이에 따라 최종 달성률은 109.4%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성공만 가득한 것 같은 측정 결과에서도 아쉬운 점은 많이 존재했습니다. 먼저 참여 인원수였습니다. 9월에는 43명의 학생들이 타자검정에 참가했지만, 오늘은 단 23명의 학생만이 참가했습니다. 9월의 학생을 100%로 뒀을 때 11월 타자검정에 참여한 학생 수는 단 53%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는 하나 ‘더 많은 학생들이 참가했더라면 더욱 정확한 측정이 가능했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두 번째로는 표준편차입니다. 어떤 학생은 9월 95타에서 11월 135타로 무려 40타나 상승한 반면, 어떤 학생은 타속이 9월 45타에서 11월 47타로 단 2타만 상승했습니다. 이렇게 학생들끼리 타속 상승량에 차이가 있다 보니 표준편차 또한 9월 15.64에서 11월 26.07로 크게 벌어지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조금 더 학생들에게 타자연습을 시켰더라면 조금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지만, 지금의 결과가 최선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더 이상 자책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성취감과 아쉬움이 교차한 채로 오늘 수업이 마무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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